소형 세단 모는 듯한 주행감…성인 남성 앉아도 2열 공간 넉넉
엔트리급 모델에도 눌러담은 편의 기능…한국GM 반전 기대주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지난해 국내 판매 성적 최하위를 기록했던 제너럴모터스의 한국사업장(한국GM)이 마음 독하게 먹고 만들었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내리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하면서 판매량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소형 SUV급 차종이지만 공간은 더 넓고 주행감은 세단에 가깝다.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기능은 꾹꾹 눌러 담았다.
지난 22일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타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파주 인근 카페까지 35㎞를 시승했다. 돌아올 때는 2열 좌석에서 탑승감을 점검했다.
첫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층을 겨냥한 만큼 트랙스의 외관은 젊은층이 선호할 만한 역동성이 느껴졌다. 전면부 그릴과 헤드램프는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듯 X자 모양을 그려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인상을 부여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해치백이나 왜건에 가까웠지만, SUV만큼 전고를 높였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기대 이상의 반응 속도가 느껴졌다. 주행하기 전 '저렴한 차종이니까 잘 안 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1.2ℓ E-터보 프라임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m의 동력 성능을 보여준다.
실제 주행감에서도 마치 소형 세단 차량을 모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핸들링은 다소 무겁게 느껴졌는데, 곡선 주로에서 오히려 안정적인 코너링을 할 수 있었다.
트랙스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 한국GM 브랜드 차종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첨단·편의기능을 골고루 담았다는 점이다. 가장 낮은 트림은 LS트림에도 디지털 후방 카메라·차선유지 보조시스템·오토홀드 등이 탑재됐다. 구간 단속 구간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주행했는데, 장거리 운행에서는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RS트림의 차종으로 최상위 트림이었는데, 현대자동차·기아도 잘 적용하지 않는 무선 폰 프로젝션(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까지 적용됐다.
전방 차음 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도 기본으로 장착했다. 시속 100㎞를 넘는 고속 주행에서도 큰 풍절음 없이 정숙한 주행이 가능했다. 다만 정속함 대비 스피커 해상도는 다소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실내(한국GM 제공)실내 역시 '가성비'로 정의됐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포함됐지만, 스포츠카에서 주로 사용하는 D컷 스티어링 휠을 장착했고 포인트 색상의 스티치가 적용되면서 고급차종의 분위기를 풍겼다.
2열 좌석의 공간은 넉넉했다. 한국GM은 소형 차종임에도 짧은 오버행을 적용해 내부 공간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트랙스의 휠베이스는 2700㎜로 현대차 코나(2600㎜), 기아 셀토스(2630㎜)보다 길었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헤드룸 공간이 모두 충분했다. 2열 시트도 폴딩이 가능해 차박도 충분히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차량의 진동이었다. 주행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정차 중 엔진의 진동은 신경이 쓰였다. 주차 시 후진 기어를 놓으면 후방 카메라가 켜지지만,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전진 기어로 다시 놓자 바로 후방 카메라가 꺼지는 것도 불편했다. 주차 상황에서의 이용자 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듯했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으로 △LS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이다. 하위 트림에도 대부분의 편의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고, 최상위 트림에 테크놀로지 패키지·선루프 옵션까지 더한 가격은 2872만원으로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먼저 공개됐는데 미국 시장의 LS트림은 2만1495달러(약 2760만원), 최상위 RS트림은 2만4995달러(약 3210만원)이다. 국내 가격이 미국 가격보다 적게는 470만원, 크게는 71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GM이 이번 국내 출시에 그만큼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는 의미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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