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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셰 ‘타이칸 GTS’ | ‘제로백 3.7초’ 짜릿한 전기차

supelta 2023. 5. 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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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 ‘타이칸 GTS’

포르셰 타이칸 GTS. 사진 고성민 기자

포르셰 GTS는 기본 모델과 고성능 터보 모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역동성과 편안함의 상징으로 꼽힌다. GTS 모델은 포르셰 운전자들에게 수요가 높아, 911과 718, 파나메라, 마칸 등 모든 포르셰 자동차에 GTS 모델이 존재한다. 포르셰는 GTS를 “일상적 실용성에 대한 어떤 희생도 없이 역동성을 추구하는 수요층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포르셰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도 마찬가지다. 타이칸 GTS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7초로, 기본 타이칸(5.4초)과 고성능 타이칸 터보S(2.8초)의 사이에 위치한다. 타이칸 GTS를 시승해 보니, 짜릿한 스포츠카의 구동과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한 질감을 동시에 갖춘 모습이었다.

포르셰 ‘타이칸 GTS’

포르셰 판매량 중 13% ‘타이칸’

타이칸(taycan)은 튀르키예어 ‘타이(tay·활기 넘치는 젊은 말)’와 ‘칸(can·영혼)’의 합성어다. 포르셰 로고에 새겨진 역동적인 검은색 말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작년 포르셰 국내 판매량(8963대) 중 약 13%(1128대)가 타이칸이었다.

타이칸의 차체는 넓고 낮은 포르셰 특유의 비율을 갖는다. 전장(차 길이) 4965㎜, 전폭(차의 폭) 1965㎜, 전고(차 높이) 1380㎜다. 4도어 모델이라 언뜻 파나메라가 연상되는데,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임에도 파나메라보다 전고가 43㎜ 낮다.

포르셰가 공개한 타이칸의 플랫폼을 보면, 타이칸의 전고가 낮은 비밀을 알 수 있다. 뒷좌석 탑승객의 발밑 부분 바닥 면만 배터리를 넣지 않고 비웠기 때문이다. 패스트백(차량 지붕에서 뒷부분까지 유선형으로 이뤄진 차) 디자인으로 날렵하게 꺾이는 타이칸의 루프(지붕) 라인은 개발 과정에서 2열 공간 확보를 어렵게 했다. 2열 탑승객의 무릎이 불편한 자세로 치켜 올라가기 때문이다. 포르셰는 전고를 높이는 대신 2열 발밑 공간에 배터리를 빼는 방식으로 이 과제를 해결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포르셰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타이칸은 이로써 폴크스바겐그룹의 대표 전기차 플랫폼 MEB나 PPE가 아닌 J1이라 명명된 플랫폼에서 탄생했다. 후에 아우디 e트론 GT가 이 플랫폼을 토대로 설계됐다. 현재까지 J1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차는 이 두 차량뿐이다.

포르셰 ‘타이칸 GTS’

포르셰 타이칸 GTS. 사진 고성민 기자

‘으르렁’ 엔진 소리 대신 고요한 전기차

타이칸 GTS의 외부는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램프가 특징이다. 유려한 차체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쪽으로도 역할을 한다. 타이칸 GTS의 공기저항계수는 0.22Cd로, 911(0.29Cd)보다 뛰어나다. 실내는 앞유리창과 뒷유리창이 끊김 없게 느껴질 만큼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와 조수석까지 확장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반긴다. 16.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판과 10.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 8.4인치 센터 콘솔 디지털 컨트롤 패널은 거의 모든 기계식 버튼을 디지털 버튼으로 대체한다.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승자도 눈앞에서 내비게이션 등 주행 정보를 조정할 수 있다.

시승차에 적용되지 않았지만, 타이칸 GTS는 업계 최초로 선루프를 아홉 개 구역으로 나눠 투명도를 개별 제어할 수 있다. 전자식 액정 필름을 사용해 실내가 어두워지지 않으면서도 눈부심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포르셰는 이 기능을 ‘선샤인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타이칸 GTS에 앉으면 시트 포지션이 낮아 스포츠카에 탔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시동을 걸면 으르렁대는 엔진 대신 조용한 전기모터가 돌아가 실내가 고요하다. 타이칸 GTS는 스포츠·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주행했을 때 짜릿한 가속력으로 어느새 고속 영역에 도달해 있다. 평소보다 속도계를 더 주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한 주행에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가 없을 정도의 고출력이다. 울컥하는 회생제동의 불쾌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고, 포르셰가 주입한 가상 엔진음 ‘포르셰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운전의 즐거움을 한층 높였다.

단단한 서스펜션의 고성능 스포츠카는 불규칙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엉덩이가 아플 때가 많다. 타이칸 GTS는 레인지, 노멀,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 등의 주행 모드를 갖고 있는데, 노멀 모드에서 주행 질감은 꽤 편안하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반응이 부드러워 익숙한 세단을 모는 듯했다.

타이칸 GTS는 두 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 출력 440㎾(598마력), 최대 토크 86.7㎏·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전륜에 하나, 후륜에 하나의 모터를 각각 장착했으며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최고 속도는 250㎞/h 다. 전기모터는 타이칸 터보에 쓰이는 유닛과 같은데, GTS에 맞게 특별히 조정됐다. 일반적인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 대신 전기모터와 감속기를 다는데, 타이칸 GTS는 이례적으로 후륜에 2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1단 기어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을 전달하고, 2단 기어는 고속에서 높은 효율과 출력을 보장한다. 타이칸 GTS는 93.4㎾h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복합 전비는 3.2㎞/㎾h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최대 317㎞를 주행한다. 기존 전기차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400V(볼트) 대신 800V 전압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최대 270㎾의 고출력으로 약 22분 만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타이칸 GTS는 안정적인 고속 회전을 돕는 포르셰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와 도로 조건·주행 성향에 따라 댐핑 강도를 조절하는 포르셰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등을 통해 GTS 모델만의 역동성을 높이고 시트에서의 편안함을 개선한다. 타이칸 GTS의 가격은 1억87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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