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더 작은 SUV'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해 만들어진 '소형 SUV의 원조' 트랙스가 '트랙스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으로, 10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거듭났다. 쉐보레는 트랙스의 출시 1개월을 지난 시점에서 GM의 엔지니어들을 초빙,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느 소규모 시승행살를 진행했다. 사전계약 개시 후 최단기간에 1만대 수주를 돌파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실로 오랜만에 주목받고 있는 쉐보레 모델이기도 하다. 쉐보레의 야심작,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현행 쉐보레의 SUV 라인업에 적용되고 있는 디자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대담하고 남성적인 외관 디자인과 초대 트랙스 대비 월등히 커진 차체 크기가 특징이다. 특히 크기의 경우에는 자신보다 상급에 포지셔닝 되어있는 트레일블레이저보다도 훨씬 크다. 새로운 트랙스의 길이는 4,537mm, 폭은 1,823mm 높이는 1,560mm이고 휠베이스는 2,700mm로 트레일블레이저 대비 112mm 길고 13mm 넓으며, 휠베이스까지 60mm 더 길다. 이전 세대 트랙스의 초기형과 비교하면 무려 292mm나 길어졌고, 48mm가 넓어졌으며, 높이는 110mm나 낮아졌다. 휠베이스 또한 145mm나 길어졌다.
전면부는 쉐보레의 듀얼 포트 그릴과 더불어, 상하 분리형의 컴포짓 헤드램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쉐보레의 전통적인 시그니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면부는 트랙스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지니고 있다. 측면에서는 시원하게 뻗은 차체 형상과 더불어 뒤쪽에서 급격하게 치솟는 벨트라인과 유연하게 하강하는 루프 라인 등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으며, 후면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와는 다르게, 스포티한 스타일로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특징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동일하게, 기본 사양과 '액티브(Activ)'와 'RS'의 두 가지 전용 외장 사양이 만들어진다. 액티브는 더욱 SUV 다운 모습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꾸며진다. 그 중에서도 전후면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비롯하여 SUV의 터프한 감각을 강조하는 하단의 몰딩 등이 적용된다. RS의 경우에는 아예 전용의 범퍼와 휠 등으로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RS의 전면부는 액티브와는 달리, 한층 속도감 있는 스타일을 가지며, 독특한 블랙 라인과 블랙컬러 매시그릴 등으로 차별화되는 외관을 갖는다.
인테리어는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되어 있는 느낌이며, 한층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계기판과 일체를 이루는 대형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수평기조가 강하게 반영된 대시보드를 적용하고 있으며, 인테리어의 소재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과거의 트랙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앞좌석은 쉐보레 차종으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시트 부분에서 항상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었던 이전의 트랙스나 크루즈 대비 한결 달라진 착좌감을 지니고 있으며, 적정한 크기와 텐션은 물론, 든든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한층 개선된 좌석은 전동식으로 조절되며, 전동식 요추받침과 3단계의 열선/통풍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 또한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특히 공간 면에서 상당히 압도적인데, 이전 대비 부쩍 커진 차체를 십분 활용한 넓은 실내 공간으로 향상된 거주성을 확보하는 한 편, 한층 인체공학적인 설계개념을 적용하여 더욱 편안한 차내 환경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는 다소 서 있는 편이고, 리클라이닝도 불가능하지만, 세단을 대체하는 성격을 지닌 차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새로운 트랙스는 기존 대비 실내 길이가 무려 11인치(약 279.4mm)나 길어졌음은 물론, 2인치(약 50.8mm) 넓어진 폭을 가져,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실내공간은 물론, 적재공간도 크게 늘었다. 트렁크 용량은 SAE 기준으로 기본 725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1,532리터까지 확장된다. 이는 자사의 이쿼녹스, 타사 차종으로는 KG모빌리티의 코란도 등과도 비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GM의 '실린더 세트 전략(Cylinder Set Strategy, 이하 CSS)'에 따라 새롭게 개발된 1.2리터 3기통 E-터보 프라임(E-Turbo Prime) 엔진으로, 기존 말리부, 트레일블레이저 등에 사용된 1.35리터 3기통 E-터보엔진과는 다른 유닛이다. 이 엔진은 139마력/5,000rpm의 최고출력과 22.4kg.m/2,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 1,199cc에 불과한 배기량으로 과거의 2.0~2.4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에 상응하는 동력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6단 Gen III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방식은 전륜구동만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3기통 엔진은 배기량이 제한되어 있는 경차에 주로 사용되었던 레이아웃이기에 작은 차를 경시하는 행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취급이 박한 레이아웃이다. 이 뿐만 아니라 3기통은 4기통에 비해 몇 가지 불리한 점이 있는데, 바로 실린더 갯수가 홀수이기 때문에 폭발 행정에서 나오는 관성에 따른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설계가 짝수인 4기통에 비해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홀수 기통 엔진은 짝수기통 엔진에 비해 정숙성과 회전질감이 대체로 더 거친 편이다.
하지만 트랙스에 탑재된 3기통 엔진은 이러한 3기통의 단점은 잘 잡아내는 동시에, 3기통의 장점인 4기통 대비 작은 크기와 가벼운 중량, 그리고 같은 배기량에서 저회전토크 확보가 유리한 등의 이점은 잘 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발진가속이나 급가속을 할 때에는 다소 날카로운 엔진음과 진동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엔진의 회전수가 내려가면 비슷한 배기량의 4기통 엔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준의 회전질감을 보여주는 덕분이다.
이 뿐만 아니라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기통은 시끄럽다"는 편견을 어떻게든 잠재우고 싶었는지, 고급 승용차에나 사용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ctive Noise Cancellation)까지 우겨넣었다. 이러한 덕분에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앞서 언급한 일부의 상황을 제외하면, 주행 내내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에서 딱히 큰 불만사항을 집어내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신설계 섀시의 든든한 강성감과 더불어, 지상고는 높지만 감각은 실로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을 구현해 낸 서스펜션 설정 덕분에 시승 내내 쾌적한 주행이 가능했다.
가속성능도 충실한 편이다. 1.2리터 터보 엔진은 충실한 저회전 토크를 지니고 있어, 고속도로 합류와 같이, 빠른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분한 힘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동안 숱한 비난 속에서도 진화를 거듭한 Gen.III 하이드라매틱 6단 변속기는 여전히 다소의 여유를 부리는 면은 있지만, 엔진의 동력을 나름대로 충실하게 전달해준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느껴진다. 일상운행에서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동력을 지니고 있어, 주행 중에 가속력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조종감각 면에서는 쉐보레 차종 특유의 묵직한 질감이 드러난다. 지상고가 높은 크로스오버형 차종임에도, 차량의 반응은 조종감각 면에서 좋은 평을 받았던 크루즈를 잠시 연상케 할 정도다. 밸런스 면에서는 여느 쉐보레 차종들과 같이, 차체 앞쪽이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주는 느낌이다. 세단에 훨씬 가까운 조종감각 덕분에 보다 안정감 있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느낌을 받는다.
소형 크로스오버의 원조에서 트렌디한 크로스오버로 일대 변신을 이룩한 쉐보레의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쉐보레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차종이다. 현재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쉐보레 중~소형 승용 라인업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으면서도 기존의 소형 SUV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주행감각이 세단과 매우 유사하면서도 크로스오버 SUV의 넉넉한 공간을 훌륭하게 양립하고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도 낮으며, 주행질감과 퀄리티, 편의사양 전반을 고르게 끌어 올렸다는 점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금까지 등장한 쉐보레 차종 가운데 가장 합리적이고 세련된 모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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