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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그레칼레 GT, 지중해 돌풍주의보

supelta 2022. 8. 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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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eryday Exceptional (일상의 경험을 특별하게)’. 이 문구가 바로 그레칼레를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사실은 시승 내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마세라티의 젊음을 담아낸 미래 아이콘, 콤팩트 SUV 그레칼레 GT를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직접 만났다. 과연 그레칼레는 이름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경쟁 모델은 포르쉐 마칸입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겠다 싶었다. 사실 마세라티가 기블리나 르반떼 같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되풀이된 의심과 우려였다. 하지만 기블리는 고객의 평균연령을 성큼 끌어내렸고, 브랜드 첫 SUV인 르반떼는 현재 마세라티 판매를 이끌어가는 주요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그레칼레는 어떨까? 사실 그레칼레의 앞길에는 마칸 외에도 아우디 Q3, BMW X3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요즘 자동차 유튜브 시장처럼 이미 숨 막히는 레드오션에 마세라티가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후발주자에 대한 의심의 벽은 언제나 높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도 큰 것이 사실이다. 올봄 부산에서 만난 마세라티 관계자들에게는 ‘그레칼레=희망’과 같아 보였다. 기블리, 르반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발 ‘작은 르반떼가 아니길’, 판매 포인트로 강조할 차별성이 있길 거듭 바라고 있었다.

그레칼레는 이탈리아 모데나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랩에서 개발해 하시노 공장에서 생산한다. 스텔란티스 그룹에 속해 있는 알파로메오 스텔비오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MC20와 마찬가지로 크게 가솔린 엔진, 고성능, 전기차 라인업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이 이노베이션 랩 근처에 자리한 모데나 레이스 트랙을 출발해 반나절 동안 약 120km를 달렸다. 이 코스는 마세라티뿐 아니라 모데나에 본사를 둔 람보르기니, 두카티 등 다양한 브랜드가 도로 주행 테스트용으로 이용하는 코스로 도심을 통과해 산으로 이어지는 긴 와인딩 코스가 특징이다.

마세라티는 전 세계에서 초대한 기자들이 그레칼레를 이 코스에서 마음껏 몰아보며 스스로 느끼길 원했다. 레이싱 DNA를 지닌 프리미엄 스포츠 SUV의 뛰어난 운동성능과 편안함을.

시승차인 그레칼레 GT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올라간 모델이다. 이탈리아 현지를 배경으로 만난 까닭일까, 사진과 함께 떠도는 말처럼 외관이 스포티지를 닮지도 재규어 E-페이스를 떠올리게 하지도 않았다. 같이 시승했던 기자는 오히려 포르쉐 카이엔과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고 했지만, 그 또한 쉽사리 동의할 수 없었다.

요즘 디자인 추세와 다른 커다란 헤드램프가 세련된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에 가깝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기존 마세라티의 무겁고 진중한 디자인과 달리 젊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뒤태는 부메랑처럼 휘어진 리어램프 등이 여느 마세라티 형제들과 비슷한 모양이다.

실내는 젊고 트렌디해졌다. 센터페시아 중앙 위쪽에 위치한 전자식 시계만 봐도 클래식과 트렌드의 조화를 짐작할 수 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가죽시트와 마감은 그대로지만 과감하게 기어 레버를 없애고 센터 디스플레이 중간에 버튼식으로 나열했다.

터치형 디스플레이는 각 12.3인치, 8.8인치 크기로 위쪽은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메뉴를 아래는 에어컨 등 공조 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터치 방식은 편리하나, 모니터를 보려면 시선을 아래로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자리해 초행길에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운전하기에는 살짝 불편했다.

다행히도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무사히 수많은 로터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엔진 스타트 버튼이 자리하고, 그 위로는 음성인식, 전화 등 메뉴들이 오른쪽에는 차선 유지 보조장치와 다이얼 형식의 드라이빙 셀렉터를 배치해 최대한 운전에 집중하며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은 채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나절 드라이빙을 하다 보니 크기만 작아진 르반떼라 부르기에는 제법 다른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그레칼레는 트로페오 모델에는 MC20와 같은 네튜노 엔진, GT와 모데나에는 4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올렸다. 우려와 달리 매력적인 엔진음은 여전했다.

다만 그 차이가 확실해졌다. 저속에서 살살 달래며 달릴 때와 고속에서 힘껏 밀어붙일 때의 엔진음은 180도 다르다. 저속에서는 심지어 고요하기까지 하다. 도심형 콤팩트 SUV답게 연비는 높이면서 마세라티다운 성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GT 모델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5.8kg·m의 성능을 낸다.시승차는 에어 서스펜션을 얹은 사륜구동 모델로 컴포트 모드에 놓고 달리자, 포장 상태가 엉망인 이탈리아 산길에서도 여느 도로처럼 부드럽게 달려 나간다. 그리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알아서 운전 자세를 낮게 조절한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지고 조금만 양옆으로 흔들어도 차체가 민첩하게 따라온다. 유럽의 좁은 양방향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나름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들을 겪기 마련인데, 대형 트럭을 코너에서 피할 수 있었던 건 내 운전 실력이 아닌 신속한 그레칼레의 운동신경 덕분이었다고 말해야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반나절 동안 경험한 그레칼레는 역동적인 스포츠 SUV를 넘어 여유 넘치는 GT의 영역까지 충족했다. ‘The Everyday Exceptional (일상의 경험을 특별하게)’. 이 문구가 바로 그레칼레를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사실은 시승 내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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