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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LY EXCLUSIVE : 페라리 푸로산게

supelta 2022. 10. 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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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무엇인가를 내놓는다는 것. 모두의 기대와 그간의 명성을 충족시킬 만한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페라리는 이번에도 지금껏 만들어본 적 없는 '최고의 페라리'를 향해 기꺼이 도전했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만난 가장 페라리다운 SUV, 푸로산게다

 

“최고의 페라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페라리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가 남긴 말이다. 그렇다면 페라리가 완전히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 거듭 강조하는 푸로산게(Purosangue)는 훗날 최고의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페라리의 특별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하든 페라리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우선으로 하는 브랜드다. 태생이 그렇다 보니 실용성과 편안함이라는 단어는 페라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페라리가 외딴섬에 스스로를 가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페라리 마니아들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페라리의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 물론 쉽사리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그사이 시대는 바뀌었고, 2018년 결국 페라리도 SUV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4년 만에 페라리 최초의 4도어 4인승 모델인 푸로산게가 세상에 나왔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3층. 우아한 실버 컬러의 볼륨감 넘치는 자태를 뽐내는 푸로산게가 우리를 맞이한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총괄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초니에게 큰 박수를 보내야겠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이 아름다운 피조물을 칭찬하느라 입이 마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보면 더욱 풍성한 볼륨감과 압도적인 곡선의 스포츠 SUV에 반해버릴지 모른다. 특히 이 모델은 성능, 운전의 즐거움, 편안함의 조화뿐 아니라 페라리의 아이코닉한 DNA까지 모두 담았다.

바로 이 때문에 이탈리아어로 ‘순종’을 의미하는 푸로산게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푸로산게는 같은 4인승 모델인 GTC4 루소와 비교하면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51mm, 48mm, 206mm, 28mm)가 모두 넉넉해진 몸집을 자랑한다. 특히 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코치도어가 포인트로 자리해 특별함을 더했다.

단독으로 열리는 뒷문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코치도어를 택한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페라리는 “2인승 스포츠카처럼 보이고 싶었다. 또, SUV지만 이전 여느 페라리 모델과 똑같이 퍼포먼스, 무게, 공간 등 모든 것을 고려했다. 최고의 솔루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뒷좌석에 올라탈 때도 B필러 부분에 자리한 버튼 앞으로 당기면 딸깍하며 문이 스르르 열리고, 실내에 앉아 버튼 한 번이면 우아하게 문을 닫을 수 있다. 직접 타고 내려보니 문이 열리는 각도(79°)도 커 불편함보다는 특별한 기분이 더 컸다.

여느 SUV와 같이 벤치 스타일의 다섯 명이 탈 수 있는 시트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냐는 질문에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5인승 좌석으로는 스포츠카의 느낌을 절대 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 개개인이 독립된 공간에서 페라리의 감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려면 뒷좌석의 독립 시트는 필수다.

외관은 전면의 그릴을 없애고 거대한 에어로덕트로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주간주행등은 디귿 형태로 보닛에 녹아든 두 쌍의 공기흡입구 사이에 위치해 더욱 스타일리시한 모습. 또한 프런트 범퍼와 휠아치 트림 사이에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기술을 더했다. 공기역학적으로 프런트 휠을 밀봉하는 에어커튼을 만들어 가로 방향의 난기류 발생을 줄였다.

더불어 앞, 뒤 휠 하우징 내부에 추가로 덕트를 뚫어 공기를 더욱 빠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옆모습은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에어로브리지를 테마로 한다. 특히 휠아치 트림 처리 덕에 차체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이 포인트! 사진보다 실물로 보면 뭔가 떠 있는 듯하다는 표현이 더 와닿는다.

경쟁모델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근육질의 뒤태는 큼직한 디퓨저와 리어 윙의 조합으로 더욱 볼륨감 넘치는 엉덩이를 완성한다. 뒷유리창에는 와이퍼가 존재하지 않는데, 곡선 모양의 스포일러 하부 표면은 공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뒷유리 쪽으로 향하게 한다. 덕분에 유리 표면을 따라 흐르는 기류가 물기를 닦아낸다.

실내를 둘러보면 마치 고급스러운 라운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운전석은 SF90 스트라달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듀얼 콕핏 대시보드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운전석과 대칭을 이루고 있는 조수석에는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하는데, 옵션으로라도 뒷좌석 디스플레이는 설치할 수 없다.

각각의 독립된 시트는 모두가 페라리의 강력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극대화 한다

페라리 최초로 분리되어 있는 네 개의 시트는 독립적으로 각도, 열선, 포지션 조절을 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473ℓ로 버튼 하나면 뒷좌석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 골프, 스키 등 레저 활동에도 문제없다. 푸로산게 실내 디자인 중에서는 지속가능한 실내 자재들을 사용한 점도 놓칠 수 없다.

패브릭 루프 라이닝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카펫은 바다에서 수거한 어망을 재활용한 폴리아미드로 만들었다. 특히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진 특별한 버전의 알칸타라를 사용한 최초의 자동차로 더욱 눈길을 끈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종의 페라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전통적인 V12 엔진이 올라갔다. 물론 이 엔진 또한 대부분 재설계를 거쳐 기존의 엔진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페라리의 가장 성공적인 최신 12기통 엔진(코드명 F140IA), 즉 65°의 실린더 뱅크각, 6.5ℓ의 용량 드라이섬프 및 고압 직분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페라리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꾸준히 밀어주는 힘과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생성한다. 흡기, 타이밍 및 배기 시스템은 완전히 재설계되었고, 실린더헤드는 812컴페티치오네에서 가져왔다.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올렸는데, 변속기 높이를 15mm 낮게 설계해 무게중심을 더욱 낮췄다.

차세대 유압 구동 시스템 덕분에 클러치 응답 시간이 더욱 빨라져 이전 7단 변속기에 비해 기어 변속 시간이 더욱 짧아졌고, 부드러운 변속감은 보너스다. 페라리가 SUV라고 불릴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만큼 기존 페라리와 역동성 및 성능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푸로산게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이다. 캐나다 멀티매틱사가 개발한 트루 액티브 스풀 밸브 시스템(TASV)을 활용한 서스펜션 테크놀로지. 이는 이전 모델에 썼던 전자기식 댐퍼 대신 일반적인 유압댐퍼를 사용하면서 댐퍼 작동 제어에 TASV의 48V 모터 액추에이터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크지만 가장 가벼운 4인승 페라리  섀시

이 시스템은 빠르고 정확하게 댐핑 작동 제어를 할 수 있고 제어장치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무게중심도 낮출 수 있다. 덕분에 페라리 형제들처럼 날카롭고 역동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이처럼 페라리의 다양한 첫 시도를 모두 담은 4도어 4인승 모델, 푸로산게. 판매는 총생산량의 20% 이하로 본다고 하니, 이 또한 ‘레어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전 계약이 행사 당일까지 2000명이 넘었는데, 구매자들에게 준 정보는 겨우 ‘4도어, 4인승, V12 엔진’ 정도였다고.

전기 모터 작동과 고정밀 스풀 밸브 유압식 댐퍼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결합한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

그럼에도 우리 돈으로 5억 원(39만 유로) 넘는 이 자동차는 1년 판매량이 모두 예약되었다. 페라리가 새로운 수장을 자동차 쪽에서 뼈가 굵은 이가 아닌, S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온 베네데토 비냐를 택했을 때 그리고 SUV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물론 대부분은 페라리가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페라리인 푸로산게를 보며 전 세계 페라리 팬들은 안심했으리라. 시대에 발맞춰 조금씩 변화하지만, 페라리다움을 변치 않는 ‘극단적이고 독점적인’ 페라리만의 DNA를 보며 말이다.

 

INTERVIEW

전통적으로 페라리 모델들은 지역의 이름을 자주 가져오고 또한 그 지역에서 론칭 행사를 한다고 들었다. 푸로산게는 작명부터 그전과는 모두 다른 방식이다.

그렇다. 이전의 GT카는 지역의 이름을 주로 사용했다. 포르토피노는 오픈카 모델로 포르토피노 지역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것이 잘 어울린다 생각했고, 로마는 로마의 ‘라 돌체비타’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세련된 GT카다. 푸로산게는 이탈리아어로 ‘순혈의 종마’를 뜻한다.

이는 개발명이었고, 모델명을 고민하다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못해 그대로 모델 이름이 되었다. 또한 페라리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네이밍도 전통적 방식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작명하게 되었다.

푸로산게는 페라리 전체 판매량의 최대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이 만들어낼 생각은 없는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익스클루시버티(exclusivity), 즉 특별한 고급스러움이다. 푸로산게에서도 이를 이어갈 생각이다. 설립자의 말처럼 ‘늘 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 모자라게 차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겠지만, 우리는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다. 물론 고객들이 차를 받기까지 오랫동안 대기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지켜온 한결같은 전략을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SUV의 특성상 고속 주행보다는 실용적이고 편안한 쪽에 초점을 맞추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V12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페라리 고객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운전, 즉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그렇다 보니 예전부터 가족과 함께 페라리의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느끼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푸로산게는 SUV이지만 기존 페라리에서 느끼던  익사이팅한 운전 경험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잘하고, 우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V12 엔진 선택은 당연했다. 가장 새로운 모델에 가장 전통적인 상징을 담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한국 시장에는 언제쯤 출시할 예정인가?

공식적인 론칭은 다음 달(10월), 아시아 프리미어로 가장 먼저 선보인다. 내년 2~3분기에는 도로에서 볼 수 있다.

FACTORY TOUR

엔초 페라리는 1942년 마라넬로에서 공장 건축 허가를 받았고, 그 후 총면적 25만㎡ 부지에 45개의 건물을 세웠다. 렌초 피아노,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등 유명 건축가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건축물은 공장이라기보다 하나의 작은 박물관 느낌이다. 특히, 첨단 시설과 녹지의 조화가 인상 깊다.

가장 먼저 찾은 8기통 및 12기통 차를 위한 두 개의 조립 라인을 배치한 신규 기계가공 공장. 1만5000㎡, 15개의 작업 구역으로 나눠 페라리의 8기통 및 12기통 엔진과 마세라티 8기통 엔진용 부품을 제작한다. 엔진 조립 라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대가 움직이며 차례로 이동해 엔진과 부품을 다루는데, 그중 특별히 12기통 엔진은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을 한다.

다음으로는 신차 조립 라인. 장 누벨이 설계한 이 건물은 2개 층으로 분리되어 8기통 및 12기통 차를 조립한다. 그 외에도 미래의 페라리 디자인이 탄생하는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이번 팩토리 투어의 백미인 피오라노 서킷에 위치한 액티비타 스포티브 GT 센터까지.

특히 액티비타 스포티브 GT 센터 2층에 위치한 60대의 레이싱 머신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페라리 VIP가 보관해놓은 레이싱 머신은 페라리가 직접 관리 및 보관 서비스를 진행하며 전 세계 어디든 페라리 고객 행사에 배송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페라리 뼈대 생산부터 드라이빙까지 반나절 동안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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