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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DRIVING : 현대 N 데이 2022 익스피리언스

supelta 2022. 10. 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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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모터쇼에 전시된 콘셉트카는 달리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보란 듯이 현대차가 두 대의 콘셉트카를 서킷에 올렸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경험, 이 특별한 두 모델에 담긴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 했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구절이다. 솔직히, 이 구절을 현대차에 비유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2022년 8월, 현대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서킷에서 ‘N 데이 2022 익스피리언스’를 열었다.

강원도 인제 서킷이 아니라, 독일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 말이다. 고성능차를 우리네 택시만큼이나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고성능의 성지 같은 곳에서 현대차는 N 모델을 차례로 선보였다. ‘무슨 자신감이야?’라고 폄하하기에는 2022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현대 RN22e와 N 비전 74에 대한 전 세계적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다.

단 하나, 두 모델은 달릴 수 없을 거라는 편견만 제외하면 말이다.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는 현대의 디자인팀, N팀, 연구개발팀 등 많은 관계자가 18개국에서 온 의심 많은 기자를 상대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욱 적극적인 질의응답 시간, 온종일 N 모델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서킷 프로그램. 지금까지 알던 현대차의 이미지가 눈 녹듯 사라지는 데 이 하루면 충분했다.

일상과 트랙을 오가는 차를 위한 현대차의 진심,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위한 노력까지. 드라이빙 너머의 세상을 준비하고 있는, 백전백승을 노리는 현대차의 내일이 기대된다.

지속가능한 고성능 전기차의 비전, RN22e

고성능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는 드라이빙 감성을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자동차 마니아들의 최대 난제에 현대차는 조용히 ‘YES’라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그들의 확신을 두 눈으로 보았다. 바로 독일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

‘일상 속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N 브랜드는 2012년 RM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도로 위를 달리며 신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프로토타입 모델을 발표했다. 바로, 롤링 랩 시리즈다. 레이스카와 N 모델 사이에 활동하는 일종의 움직이는 테스트 베드인 셈.

실제로 현재 벨로스터 N이나 코나 N, 아반떼 N 등 여러 모델에 적용한 E-LSD와 8단 습식 N DCT, 리어 스포일러 등의 결과물이 이를 통해 완성되었다. RN22e는 현대차가 WRC, WTCR, ETCR 등에서 쌓은 고성능 기술력과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RN22e는 벨로스터 N을 바탕으로 전동화 기술을 먼저 적용한 RM20e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800V 고전압 시스템과 전륜 감속기 디스커넥터 기술 등을 올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앞뒤 전기모터로 이뤄진 사륜구동 방식을 롤링 랩 최초로 갖췄다.

외관은 아이오닉 6 N을 선택했다. 역대 현대차 중 가장 뛰어난 공기역학 성능(cd 0.218)뿐 아니라 유선형의 매끄러운 라인은 디자인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히 휠 에어커튼과 차폭만큼 넓은 리어 스포일러, 거대한 리어 디퓨저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야 할 것 같은 외모를 완성한다.

지구상에 단 두 대 존재한다는 RN22e를 서킷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터트렌드>가 직접 몰아볼 수 있다고 했지만, 마음 놓고 즐기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시무시한 성능 때문. 전기모터의 출력은 앞 160kW, 뒤 270kW로 총 430kW, 약 530마력이며 최대토크는 75.5kg·m다.

몰아본 기자들의 공통된 감탄은 “코너마다 드리프트가 되네요!”였다. 이는 현대차가 WRC 랠리카에서 쌓은 고성능 사륜구동차의 앞뒤 구동력 배분 기술의 노하우와 E-GMP 기반 전기차 기술 중 하나인 전륜 감속기 디스커넥트 기술 덕분이다.

주행 중 전륜 모터의 연결을 해제해 사륜, 후륜구동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어, 언제든 드라이버가 원할 때 뒤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RN22e에는 주요 구동축인 뒷바퀴 구동력을 좌우로 분배하는 토크벡터링(e-TVTC)  기술도 올라갔다.

배터리 80%까지 18분이면 충분하다

이는 좌우 뒷바퀴 중 한쪽에만 구동력을 전부 보낼 수 있어, 무거운 무게 탓에 코너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한 전기차의 체질적 한계를 극복하며 트랙에서의 주행 성능을 한층 역동적으로 끌어올린다. WRC 경험을 통해서는 경량화와 코너링 성능 향상 등의 장점을 얻었다면 롤링 랩에서 얻은 장점 중 하나는 냉각 및 공력 성능이다.

그간 모터스포츠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터 및 배터리 냉각 설계 등을 계승했다. 특히 RN22e의 냉각 설계는 레이스 트랙에서 한계 주행이 가능한 내구성을 목표로 한다. 배터리 상태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퍼포먼스의 수준이 달라지는데, 이번 시승 프로그램 참가자 모두에게 딱 네 바퀴만 허용한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랙 진입 전에 배터리 온도를 최적으로 높이고, 주행을 마친 뒤 배터리 온도를 낮춰 급속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프리 컨디셔닝 기능으로 트랙 진입 전후 배터리 상태를 최상으로 만든다. 그 결과 배터리 80%까지 충전은 단 18분이면 충분하다.

또한 트랙에서 무사히 주행을 마치게 도운 일등 공신 중 하나는 제동 성능이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무게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관성도 커진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코너에 진입하거나 속도를 빠르게 줄일 때 브레이크 시스템의 부하가 늘어나고 제동 성능이 떨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N 모델에서 사용해온 고성능 마찰재 패드와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 400mm 하이브리드 디스크를 적용했다. 그와 더불어 앞으로 양산차에도 적용할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인데, 첫  번째는 사운드다. 고성능 내연기관의 감성을 담았다고 하지만 RM22e 사운드에 대해 N팀 안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앞으로 현대차 사운드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커스텀 메이드를 실현할 예정이라는 귀띔이다. e-TVTC와 더불어 차고 조절 장치는 중요 개발 기술이다. 개발팀은 럭셔리한 승차감과 트랙에서 역동적인 주행을 모두 구현해줄 ‘사기캐’를 준비 중이다.

차고 조절뿐 아니라 서스펜션이 압축되고 늘어나는 특성까지 조절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 알맞은 성능을 기대한다. 이번 서킷 위에서 다양한 N들을 경험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더 보여줄 것이 있을까?’였다. 이미 RN22e와 N 비전 74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현대차의 대답은 단호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내년에 공개할 깜짝 놀랄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Never just drive’, 그들의 슬로건처럼 현대차는 이제 단순한 드라이빙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시승기

RN22e의 앞뒤 모터는 모두 합쳐 430kW의 출력을 발휘한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585마력에 달하는 수치다. 네 바퀴를 굴려 출력 손실도 적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밀어 밟으면 방석보다 등받이에 체중이 더 많이 실리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며 하늘로 솟구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강력한 출력은 400mm 크기의 브레이크 디스크와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로 받아낸다. 4점식 안전벨트가 아니었다면 몸을 가누기도 힘든 제동력이다. 시승 코스는 독일의 빌스터베르크 서킷. 급격한 고저 차와 연속된 코너로 난도가 상당히 높은 트랙이다.

연속된 코너 중간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강력하게 이어 밟아도 RN22e는 지치는 기색 없이 거뜬하다. 코너의 정점을 찍고 가속을 이어가는 중에는 e-TVTC가 차체를 코너 안쪽으로 빨아들인다. RN22e에는 전기차에 맞게 새로 제작한 e-TVTC를 뒤 차축에 심었다. 따라서 과거 N카 시리즈와 달리 더 공격적인 코너 공략도 가능케 한다.

물론 드리프트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N e-시프트로 변속 충격을, N 사운드+로 공간을 박진감 넘치는 소리로 채우니 운전의 흥도 함께 오른다.
홍석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N 비전 74

이번 N 데이의 하이라이트를 단 하나만 꼽자면 N 비전 74가 아닐까. 여담이지만, 현대가 이번 N 데이 행사를 준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억울함’이었다. 부산국제모터쇼 때 공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N 비전 74.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자동차 마니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실제로 달리는 영상이 CG처럼 보인 탓에 ‘쇼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때만 해도 디자인에 관한 칭찬 외에는 딱히 말할 것이 없는 쇼카였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현대차는 모두를 놀라게 만든 디자인 외에 성능과 운전의 짜릿함까지 확인받고 싶었다. 그것도 고성능 모델의 치열한 전쟁터인 독일 한복판에서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모인 18개 매체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 믿을 수 없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N 비전 74는 RM20e, RN22e 등 기존 롤링 랩 시리즈와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연료, 최초의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 랩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개발의 시작부터 스토리가 남다르다. 74라는 숫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인 포니부터 그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만 콘셉트카로 등장한 후 안타깝게도 결국 개발하지 못한 현대 포니 쿠페 콘셉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48년 만에 다시 현대차는 이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마디로 N 비전 74는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 DNA를 이어받아 N 비전 74도 특유의 B필러 디자인과 함께 다이내믹한 측면 실루엣을 완성했다. 앞뒤 모두 포니 쿠페 콘셉트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는데, 특히 직사각형 모양의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는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인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더 해 레트로하지만 현대적인 멋을 살렸다.

또 공기역학 성능을 위한 프런트 스플리터, 리어 디퓨저 등을 올려 강력한 성능을 눈으로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N 비전 74가 특별한 이유는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사실! 기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일체형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모터를 사용한 것과 달리 N 비전 74는 이 둘을 분리했다.

냉각 제어와 공기 유동성을 향상하고 구동용 배터리를 차체 구조와 일체화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앞 차축 쪽에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뒤 차축 쪽에는 구동 모터와 두 개의 2.1kg 수소탱크가 자리할 수 있었다. 빌스터베르크 서킷 시승 중 N 비전 74는 각 매체가 네 바퀴를 돌고 5분씩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는 충전을 위한 시간이었는데 연료전지 기술과 800V 배터리 초고속 충전 기술을 결합, 단 5분이면 다시 서킷을 달릴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대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해 주행거리에 대한 단점도 상쇄했다.

두 개의 2.1kg 수소탱크에 미래가 달려있다

이처럼 기존 전동화 모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한 N 비전 74는 85kW 용량의 수소연료전지와 62.4kW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500kW로 약 680마력을 낸다. 또 RM20e 등을 통해 발전시킨 트윈모터 토크벡터링 제어기술을 사용해 좌우 뒷바퀴 동력을 배분할 수 있어,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이지만 드리프트도 즐길 수 있다.

인터뷰 시간에 기자 중 한 명이 혹시 고성능일 때만 전기, 장거리일 때는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인지 궁금해 물었다. 물론 아니었다. 오히려 수소 연료를 기본 동력원으로 활용, 배터리에서 나온 출력을 부스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프로토타입이지만 양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0→100km 가속을 4초 이내에 끝내고 시속 250km의 최고속도를 기록하면서도 600km 이상의 긴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트랙 행사  중에 인상 깊었던 건 아직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면서도 일반적인 양산차 서킷 행사처럼 오전·오후 세션으로 나눠 N 비전 74를 온종일 시승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일반도로에 비해 가혹할 수밖에 없는 트랙 주행 환경이었지만, 빠른 충전과 연료전지 스택, 배터리, 모터 등의 효율적인 열관리를 위해 개발한 3채널 독립적인 냉각 시스템 덕에 부담 없이 트랙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N 비전 74는 성능, 디자인 등 여러 부분에서 특별한 모델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뛰어난 모델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N 비전 74에 담긴 진심이었다. 현대차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정상의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조사로 성장했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이, 이제는 조금 숨을 고르며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함께 가져가려 한다. 그리고 그 선두에 N 비전 74가 있다. 앞으로 현대차가 들려줄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시승기

N 비전 74에 적용한 기술들은 실험적이다. 수소-하이브리드 시스템부터 디퍼렌셜 박스 없이 각 바퀴에 연결한 모터까지 모두 양산차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이다. N 비전 74가 설익은 프로토타입에 불과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는 뜻이다.

다행히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걱정은 사라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가속력을 끌어내거나, 지그시 정속 주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전원이 오가는 순간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정도니까. 일반적인 전기차를 주행하는 느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다.

연속된 코너 구간에선 토크벡터링 시스템이 궁금해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680마력에 이르는 엄청난 출력을 두 개의 모터가 조금이라도 미숙하게 분배하면 여지없이 어색한 움직임을 연출할 터였다. 기우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빠져나갈 때 속도계는 안정적으로 숫자를 높여갔다.

의심이 사라지자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했다. 자연스럽게 꽁무니를 흘리면서 재미를 더한다. 이후 가속페달에 힘을 싣고 진행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자세를 제어하는 과정은 딱 고출력 후륜구동 차에서 바라는 움직임 그대로다. 비현실적인 외모, 비현실적인 기술을 현실에서 마주한 순간이다.

홍석준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는 리버스 턴을 배울 수 있다

N을 온전히 경험하는 시간, N 데이 2022 익스피리언스

이번 독일 행사의 타이틀은 ‘N 데이 2022 익스피리언스’다. 행사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현대의 N 모델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기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부터 시작. 목적지인 빌스터베르크 서킷까지 약 300km 구간, 세 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i30N 패스트백과 함께 달렸다.

i30N은 국내에서는 만날 수 없는 모델. 그중에서도 패스트백은 특히나 더욱 만날 기회가 없는 차로, 운전석에 앉으며 시차로 졸리던 눈이 번쩍 떠지는 기적(?)을 맛보았다. 시승차는 주간주행등과 그릴 등에 살짝 변화를 준 부분변경 모델. 출력 또한 아주 조금 높아졌다.

다만, NGS 버튼과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해 운전의 다이내믹한 재미는 더욱 끌어올렸다. 패스트백 모델은 해치백과 비교해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실용성을 한 스푼 더해 뒷좌석, 트렁크 공간 등의 활용성을 높였다(i30N 패스트백의 자세한 시승기는 11월호에 게재한다).

함께 간 기자와 교대로 아우토반을 비롯한 고속도로부터 한적한 시골 마을 산길까지 제법 다양한 길을 달렸다. 오랜만에 아우토반의 추월차선에 들어섰을 때는 뒤에서 매섭게 따라오는 차들 때문에 긴장했지만, 역시 N은 N이었다. 굳이 NGS 버튼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최대 40kg·m 토크와 최고 280마력의 출력이 비단 숫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물론 서킷에서 경험한 i30N의 움직임이 더욱 기억에 남긴 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서킷에서의 N 데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총 길이 4.274km의 빌스터베르크 서킷을 i20N, i30N, 코나 N으로 오전 내내 달렸다.

빌스터베르크 서킷은 특히 고저 차가 심한 구간이 백미인데, 언덕을 오를 때는 하늘밖에 보이지 않아 그 뒤에 어떤 구간이 펼쳐질지 처음 이 서킷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스릴을 넘어 두려움이 들 정도다. 이곳 서킷에서는 정기적으로 현대차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는데, 행사에서는 하루 코스를 반나절에 ‘응축’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위험해 보이지만, 재미있고 안전하다!

서킷 코스 공략에 대한 교육을 시작으로, 어떻게 하면 코너를 빠르게 탈출해 기록을 줄일 수 있을까부터, 같은 코스를 달릴 때 다양한 종류의 N들의 운동성능에 대해 비교했다. 서킷 주행에서는 다른 형제들과 비교해 코나 N의 롤이 확실히 많이 느껴졌고,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어서 i20N과는 슬라럼, i30N과는 리버스 턴을 익혔는데 무엇보다 감탄했던 건 한계로 계속 밀어붙여도 지치지 않는 성능과 시간이 갈수록 더욱 와닿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이었다. 일상과 서킷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현대차의 이야기가 허세가 아닌 기세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인터뷰 중인 이상엽 부사장

Q&A
이상엽부사장(현대 디자인 담당)

Q내연기관 시대에 현대차는 후발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리더로서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트렌드 리더로서 퍼포먼스, 디자인, 기술 등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는가?

A전기차 시대의 리더라는 평가를 받기에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있고, 만들어나가는 시작점에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차가 스마트 디바이스, 자동차 운전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기에 변화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 내연기관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색다르게 대체할 수 있을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과 고객 가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도 앞으로 중요한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제품 설명을 함께 듣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기술고문

Q최근 현대차 전기차를 보면 아이오닉 5와 6, N 비전 74 등 레트로와 연관이 깊다. 레트로는 현재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친 트렌드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이런 레트로 트렌드를 브랜드의 중심축으로 지속해서 밀고 나갈 계획인가,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맞춰 일시적으로 추진해나갈 건가?

A좋은 디자인은 영속성이 있으며, 중심축을 가지고 계속 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현대차가 이러한 것들에 대한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레트로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운 좋게도 우리는 포니와 같은 훌륭한 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1970년대 디자인을 다시 재해석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미래로 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45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N 비전 74로 이어지며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는 아이오닉 5에 대해서도 다음 세대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계획하는 게 아니라 그 차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아이오닉 6도 스트림라이너의 기능적인 부분을 이어가는 등 헤리티지와 연결된 디자인을 계획하고 있다.

Q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디자인의 자유도는 높아지고 패키징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동차의 기본 틀은 내연기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 디자인에 큰 변화가 오리라 예상하는가? 그 변화는 무엇이고 현대차는 어떤 준비를 하는가.

A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는 그릴 디자인과 기능적인 면을 굉장히 중시했다. 그러나 전기차는 그릴이 필요치 않다. 그럼 우리가 과연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매번 해보던 요소로 브랜드 영속성을 논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전기차에서는 그릴 디자인보다 테크놀로지가 리드하는 램프 형태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현대차는 전 세계 어떤 브랜드도 사용하지 않는 픽셀을 사용 중이다. 정리하자면, 현대 브랜드 EV의 지표는 첫째 픽셀 그래픽, 둘째 긴 휠베이스, 즉 넉넉한 리빙 스페이스. 셋째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오닉 5와 6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많이 담았다. 솔직히 단가가 많이 올라간다. 현대차와 같은 대중 브랜드가 친환경 소재를 이렇게 많이 쓰는 사례는 없다고 단언한다. 현대는 대중적인 브랜드이지만, 가장 프리미엄한 것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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