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국외 자동차

캐딜락 셀레스틱의 디자인

supelta 2022. 11.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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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에서는 얼마 전에 2024년형으로 발표된 캐딜락(Cadillac)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 셀레스티크(Celestiq)의 양산형 모델의 디자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발표된 바에 따르면 셀레스티크의 양산형 모델의 생산은 2023년 12월부터 시작되며, 시판 가격은 30만달러, 약 4억 3천만원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아마 독자들은 이 금액이 환율 계산을 잘못 한 거 같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최고 가격이 4억 얼마라고 해도 그것도 요즈음의 최고급 승용차의 가격 언저리인데, 시작 가격이 그렇다니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양산 브랜드 캐딜락에서….. 물론 아메리칸 럭셔리(American Luxury) 라고 해도 양산 브랜드 인데 말이다.
 


그런데 발표된 바로는 셀레스티크는 100%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모터 출력은 600마력에, 완전 충전 시의 주행 거리는 300마일(약483km) 이라고 한다. 과거 하이 엔드 브랜드(High-end brand)였던 캐딜락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콘셉트 라고 한다.
 


실제로 1940년대까지 캐딜락은 완전 수공예적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캐딜락의 모델 명으로 쓰이기도 했던 드 빌(De Ville) 이나, 스 빌(Se Ville), 플릿우드(Fleetwood) 등의 이름은 실제로는 개별 수공업 차체 제작소(coach builder)의 이름이었다. 즉 캐딜락에서 차대를 만들어 주면 그걸 각 코치 빌더가 가져다가 그 위에 각자의 디자인으로 차체 내/외장을 호화롭게 꾸며서 차를 완성해서 판매했던 것이다.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방식을 완성한 것이 1920년대 초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포드 이외의 미국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은 여전히 공예적 생산방식으로 차량을 제작했고, 특히 캐딜락 등의 차량 가격은 매우 고가였다. 비유하자면 캐딜락은 미국의 롤스로이스였다고 해도 사실상 틀리지 않은 것이다.
 


2024년형으로 양산형 모델이 발표되긴 했지만, 캐딜락은 이미 2022년에 셀레스티크의 콘셉트 카를 발표했었다. 그런데 사실상 셀레스티크의 콘셉트 카와 양산형 차량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인상이다. 오히려 양산형이 더 콘셉트 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들이 모터쇼에서 만나보는 콘셉트 카들은 더러는 껍데기만 만든 모형 수준의 것도 있지만, 상당 수는 실제 주행도 가능한 프로토타입 이고, 그렇게 차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정말로 수 억 원짜리 수공예방식의 차량 제작기법이 쓰인다. 그런 이유에서 수공예방식으로 생산될 셀레스티크의 양산형과 콘셉트 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산형 셀레스티크는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차량 내/외장 디자인을 주문하는 사람의 취향에 완전히 맞출 수 있다고 발표되었다. 물론 모든 걸 다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셀레스티크 라는 차량의 전체적인 구조와 틀을 유지하면서 내/외장의 마무리에 쓰이는 재료와 색상 등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셀레스티크의 차체 디자인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평면적인 구조이면서 사선의 그래픽으로 채워진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라디에이터 그릴일 것이다. 물론 전기 동력의 셀레스티크에는 그릴은 필요치 않을 것이기에 막혀 있지만, 그럼에도 캐딜락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위한 그릴의 디자인은 존재한다. 역사다리꼴 형태의 양쪽에는 수직 형태의 LED 헤드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역동적인 차체 자세를 가진 패스트 백 형태와 C-필러 쪽에 L 형태로 자리잡은 커다란 테일 램프이다. 콘셉트 카의 이 부분의 디자인이 매우 전위적이면서 역동적인데, 양산형 셀레스티크 역시 동일하다.
 


실제로 이런 공예적인 방식이 아닌 수십만 대가 만들어지는 대량생산방식에서는 메이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립 라인에서 한 공정 당 대체로 1분 40초라는 시간 동안 조립이 끝나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구조와 형태, 재질 등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그런 점이 양산과 콘셉트 차량의 디자인과 품질이 달라지는 요인이 된다.
 


그런 생산공정의 제약이 없으므로, 내장재는 모두 천연 가죽과 알루미늄 등 눈에 보이는 재질 그대로의 재료들이 쓰인다. 모든 내장재에 천연 가죽을 쓴다는 건 기계화된 대량생산방식의 차량에서는 가죽의 긁힘 등으로 현실적으로 생산이 어렵다.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은 그 자체의 코스트와 가공 방법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해 리얼 메탈 대신 플라스틱에 도금을 하는 방법을 양산차에서 쓸 수 밖에 없지만, 수공예방식에서는 그런 제약조건이 모두 사라짐을 의미한다. 공예 방식이냐 대량생산방식 이냐의 차이는 단지 만드는 방법과 수량, 원가 등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부품과 재료를 다루는 방법에서의 시간 투입과 숙련도 등을 모두 포함하는 문제이다.
 
주문생산 방식을 영어로는 비스포크(bespoke)라고 한다. 이것은 이미 ‘이야기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주문자의 의중으로 이야기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국내의 가전제품에서도 일부 제품에서 비스포크의 콘셉트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냉장고 비스포크 제품을 보면 단지 외관의 색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의 냉동실과 냉장실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매하는 사람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
 


같은 한국의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집집마다 생활 방식과 음식 메뉴가 다르기에 냉장고의 활용 방법이 같을 수 없다. 그런 점을 과거의 규격화된 냉장고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비스포크의 개념으로 해결하는 콘셉트인 것이다.
 
사실상 오늘날은 개성 추구 시대이고, 사람들의 가치 판단 기준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한 개의 답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분명하기에, 산업의 패러다임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전기 동력 차량은 엔진 동력 차량에 비해 기술적 자유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더욱 더 주문생산의 가능성이 강조될 개연성이 있다. 물론 셀레스티크는 대중성보다는 울트라 럭셔리를 지향하고 있지만….
 
전기 동력과 디지털 기술은 한 대의 완성차를 바꾸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차를 만든다는 산업의 운영 개념까지도 크게 변모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과거에는 완전 주문생산이 초고가 럭셔리를 의미했다면, 미래에는 주문 생산을 하면서도 누구나 자신의 취향대로 차를 고를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비스포크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캐딜락 셀레스티크는 그런 시대를 암시하는 차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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