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하이브리드 시승기
강력한 힘에 준수한 연비 돋보여
자율주행 편의성·실내공간 압도
한국의 베스트셀링 승용차는 늘 세단이었다. 이런 공식을 깨고 지난해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왕좌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건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다. 6만8902대를 판매했다. 2017~2021년 5년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현대자동차 세단 그랜저(6만7030대)를 1872대 차이로 따돌렸다. 가장 많은 소비자가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지난 3일 서울 마포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130㎞를 주행했다.
시승차를 처음 만났을 때 낯설지 않았다. 평소에도 도로나 주차장에서 수없이 마주해서다. 호불호 없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했다. 뚜렷한 개성이 돋보인다기보다 전 과목에서 고루 우수한 성적을 내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였다. 외관 디자인은 어차피 익숙하니 일찌감치 운전석에 올랐다.
천연가죽 시트의 촉감이 부드러웠다. 무채색으로 둘러싼 내부공간에 시트와 문 등 일부에만 화사한 갈색을 넣었다. 이런 인테리어가 안락하고 푸근한 느낌을 줬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았다. 하이브리드차량답게 저속 구간에서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계기판에 있는 ‘에너지 흐름도’는 지금 이 차가 모터의 힘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전기차처럼 조용히 출발했다.
위·아래 사진은 차량 내부 모습. 화사한 갈색 시트가 안락한 느낌을 준다. 기아 제공
조금 더 속도를 내자 하체가 단단하고 야무지다는 게 명확히 느껴졌다. 노면 상황이 나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크게 출렁대지 않았다. 운전대를 조금 과격하게 꺾어도 허둥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차선을 옮겼다. 차머리가 날렵하게 돌아가지 않아 운전자에 따라 굼뜨다고 느낄 수는 있겠다.
그동안 대부분 SUV는 동력원으로 경유를 썼다. 큰 덩치를 여유롭게 움직이려면 묵직한 토크가 필요해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차량은 터보엔진을 장착해 힘을 더했다. 180마력의 1.6 터보엔진에 67㎾ 전기모터를 더해 합산 23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중형 SUV에 많이 장착하는 2.2ℓ 디젤엔진(202마력)보다 강하다. 경유 연료를 사용한 SUV 특유의 흔들림이나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속 100㎞를 넘는 속도에서의 풍절음(차체를 스치는 바람소리)도 거슬리지 않았다. 강한 힘 외에 또 다른 경유차 장점을 꼽자면 연비다. 하이브리드차량은 경유차의 이런 장점을 완벽하게 대체했다. 시승을 하는 내내 평균연비가 ℓ당 17㎞ 아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체구간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실행했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멈췄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차량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옆 차로에서 다른 차가 끼어들면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했다. 고속도로에서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속도를 제어한다. 제한속도를 넘지 않기 때문에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체로 도로 위 흰 선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코너가 급격히 꺾이는 구간에서만 운전대를 잡았다. 좌우 차선에서 다른 차가 접근하면 사이드미러에 붉은 불빛의 경고등이 선명하게 켜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승자에게 운전대를 내주고 뒷좌석에 앉았다. 시트가 몸을 감싸주는 형태로 돼있어 코너를 돌 때도 몸이 좌우로 많이 쏠리지 않았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슬라이딩할 수 있다. 3열 좌석에는 컵홀더, USB 충전 포트, 에어컨·히터 스위치 등을 탑재했다. 트렁크 문(테일게이트)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린다. 트렁크 쪽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3열 시트를 접으면 넓은 적재공간이 나온다. 가격은 이륜구동 모델이 3602만~4265만원, 사륜구동 모델이 3971~4634만원이다. 경유 모델보다 기본트림은 500만원가량 비싸다. 상위트림으로 갈수록 가격 차이는 100만~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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