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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WAY PLAYER, 페라리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

supelta 2022. 8. 2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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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페라리,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였다.

NBA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극찬은 공수 겸장이다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조던의 폭발적인 공격력만을 떠올리지만 실제 그는 리그 톱 수비수였다점수도 잘 내지만 잘 막기까지 했다인간의 체력은 정해져 있기에 이 둘을 다 잘하는 것은 힘들다그 때문에 둘 다 잘한다면 명예를 얻고 전설이 된다차도 마찬가지다일반도로 주행을 위한 세팅은 트랙에서 굼뜬 모습을 보여준다반면 트랙 포커스 차는 일상생활이 힘들다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에 둘 다 쫓기 힘들다여기에 공수 겸장이 등장했다트랙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공도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그것도 편하고 안정적으로···. 

날씨 좋은 날 페라리 296 GTB를 만났다이와는 깊은 인연이다아름다운 스페인 도로에서 붉은색을 탔고 레이싱 트랙에서는 노란색으로 격하게 달렸다이번에는 국내 도로다색상은 오묘한 파란빛이다여기에 실버 컬러로 리버리가 꾸며져 있다그렇다그냥 노멀 모델이 아니다아세토 피오라노다조금 더 트랙에 무게를 둔 모델이다사실 그 어떤 페라리도 트랙에 어울리지만그 농도를 더 진하게 탔다고 할 수 있다걱정이 앞선다국내 노면은 고르지 못한데 서스펜션이 강하게 세팅되었으며 페라리의 승차감을 담당해주던 범피 로드(Bumpy Road) 버튼도 없다게다가 차고를 올려주는 리프트 기능도 없다덕분에 이렇게 비싼 차가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반포 전시장에서 도로로 진입할 때 경사도 신경 쓰인다대각선으로 천천히 지나가니 괜찮다실제로 시승을 하면서 과속방지턱을 많이 지나갔는데 프런트 범퍼가 닿는 일은 없었다우선 승차감은 생각보다 좋다아세토 피오라노는 트랙에서만 타 본 터라 일반 도로에서의 승차감은 처음 맛봤다엄청 딱딱할 줄 알았는데 노멀 모델과 거의 흡사하다바로 비교해 본 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지만 포르쉐 911 GT3나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처럼 도로에서 못 탈 정도가 아니다노면의 정보를 전달하되 부정적인 소스는 알아서 처리한다페라리는 하체를 만질 때 트랙션을 중요시하기에 이렇게 친절한 감쇠력으로 정한 듯하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지도 않고 스프링레이트가 강하지도 않다그런데도 좌우 롤링은 거의 없다이게 참 신기하다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지도 않은데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휘저어도 뒤뚱거리지 않고 리어가 잘 따라온다이 재미면 코너를 안 타볼 수 없다이번 촬영에서는 국내 도로법을 준수하며 달렸기에 여유 있게 달렸다스페인에서 타본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살짝 돌아본 느낌을 전달하겠다말이 800마력이 넘는 후륜구동 슈퍼카로 코너를 들이대는 것은 쉽지 않다프로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주눅 들 수밖에 없지만 트랙션이 어마어마해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다진입 속도를 낮추고 코너를 타면서 속도를 높여도 되고 뒤가 앞보다 살짝 무거우니 브레이킹으로 앞에 하중을 주면서 지나친 진입 속도를 줄이며 코너를 돌 수도 있다이 어떤 상황에서도 움직임은 안정적이며 코너링 한곗값 근처도 가지 못한다.


가장 만만하고 안전하게 코너를 타는 법은 진입 속도와 탈출 속도를 이븐으로 맞추는 것이다깔끔하게 선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코너링 성향은 거의 뉴트럴스티어에 가깝다고의적인 언더스티어를 살짝 가미했다프런트 타이어 너비를 살짝만 키우면 완벽한 뉴트럴스티어일 것이다물론 너무 예민해서 다루기가 벅찰 수도 있다테크니컬 코너처럼 연속된 코스를 돌파하는 게 가장 신난다차가 가볍고 스티어링 명령을 즉각적으로 이행하니 손 맛이 장난 아니다하드웨어를 살펴보면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에 댐퍼와 스프링은 코일 오버 타입이다엔초나 라페라리처럼 하이퍼카에 달리는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제외하면 가장 최고급 레이싱 세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주로에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가 놓였다다운시프트를 몇 번 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본다잠깐이면 된다여기에 빠지면 경찰 아저씨한테 혼난다최고시속이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300km는 눈 깜짝할 새 찍을 기세다레이싱 게임 보다 더 빠른 가속력을 보여준다폭발적으로 튀어 나가는데 단 1의 지체도 없다페라리의 터보 엔진은 터보랙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전기모터로 인해 랙을 아예 없앴다빠른 리스폰스로 직진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자료를 찾아보니 3.0 ℓ V6 트윈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로 최고출력 830마력최대토크 75.5kg·m의 괴력을 생산한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초이며 최고시속은 330km에 달한다수치의 거짓은 없다.  

8단 듀얼 클러치 유닛도 기가 막힌다저단에서 울컥거리지 않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서울 시내에서 저단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저단에서 울컥거리면 차를 몰기 피곤하다. 296 GTB는 이러한 점을 잘 피했다변속 속도는 그 어떤 듀얼 클러치보다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게다가 패들 시프트 감각이 탁월하다다른 페라리와는 똑같지만 다른 슈퍼카들과는 다르다. ‘철컹철컹하면서 거창한 일을 시작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슈퍼카 감성을 이야기할 때 이런 부분이 빠질 수 없다감성에는 배기 사운드도 포함된다. 296 GTB 6기통에 터본 엔진인데 사운드가 정말 좋다페라리 자연흡기 엔진에 비교할 수 없지만 여태 타본 터보 엔진 중에서는 가장 끌린다어느 정도 고음도 지를 줄 아는 매력적인 음색에 음량도 풍부하다괜히 전기모터도 달려 있고 실린더 수도 몇 개 안 된다고 무시할 수도 있는데 들어보면 깜짝 놀란다.


귀가 즐겁다 보니 어느새 촬영지에 도착했다촬영은 시작되었고 차를 구경한다페라리 하면 빨간색인데 파란색도 이렇게 잘 어울린다차가 워낙 낮고 넓적해 디테일을 살피지 않아도 분위기가 근사하다아세토 피오라도 옵션이 들어가 카본 파이버 스플리터도 추가되었다컵윙 스타일로 달려 있는데 고속에서 프런트를 더욱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그 때문에 고속에서 안정적이다프런트 범퍼 하단 중앙 내부를 자세히 보면 작은 스플리터도 달려있다이 작은 것도 그냥 달아 놓은 게 아니다공기를 잘 다스리려 리어 디퓨저의 날도 바짝 서 있다보통 디퓨저 부근에 머플러 커터가 위치하는데 오직 디퓨저만을 범퍼 하단에 마련했다머플러 커터는 번호판 상단으로 옮기고 배기 라인까지 짧게 완성하면서 배기 효율을 챙겼다여하튼 에어로다이내믹에는 타협이 없는 페라리다.


촬영은 무사히 마쳤고 소중한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는 제자리에 고이 돌려놓았다. 488 시리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많은 페라리를 타봤지만 한 기종을 3번 이상 타본 적은 없다. 3번이라는 횟수도 부족하긴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타보니 이 녀석의 진가가 더 와 닿는다아무리 트랙 쪽으로 치우치게 조율했지만 일반 도로 주행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트랙에서 탈 때는 더 강한 세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감쇠력을 더 조이거나 하체에 긴장감을 더 줄 필요도 없었다그런데도 일반 도로에서 끈적한 트랙션을 보여줬다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정도를 정확하게 짚어냈다슈퍼카지만 자신들은 언제나 GT카라고 단정 짓는 페라리 철학이 그대로 입혀져 있다.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빠르고 잘 돌고 잘 서는 게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100% 실력을 일상생활에서 꺼낼 수 없지만 찰나의 순간이 차의 잠재력이 보일 때마다 희열이 있다장점은 더 있다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전기의 힘만으로 주행도 가능하다동네 주민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빠져나가고 귀가할 수 있는 쏠쏠한 아이템이다전기모터의 순발력과 실용성 모두 이용하고 있다종합해 보면 지금 이 순간 이러한 슈퍼카는 없다아니 한 대 더 있다. SF90. 그를 제외하면 국내에 출시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는 296 GTB 단 하나다페라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낯설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가 없다수십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라페라리에서 이미 검증은 끝났다. 2022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페라리,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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