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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뒷좌석으로 모시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 vs. BMW 740Li

supelta 2022. 8.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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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뒷좌석에 VIP를 모시는 고급 대형 세단으로는 기대 이상이다

쇼퍼 드리븐, 이른바 뒷좌석이 상석인 고급 세단의 정점이자 대척점에 선 두 모델을 초대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다

 

SUV 전성시대에도 세단은 여전히 고급의 대명사다. 육중한 뒷문을 열면 등장하는 뒷시트는 항공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기능과 고급 마감, 치밀한 조립 품질로 귀하게 대접받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때문에 고급 브랜드는 뒷좌석 중심의 차, 이른바 쇼퍼 리무진에 공을 들인다. 쇼퍼 리무진은 브랜드의 정점에 존재하며 그들이 제공하는 최신 기능과 최상의 차 만듦새를 보여준다. 더불어 브랜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더 높은 차원으로 견인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공히 인정할 만한 독일 고급 브랜드다. 전 세계 자동차의 상향 평준화와 전동화로 인한 시대적 변화 탓에 예전만큼 독일차가 추앙받는 시대는 아니지만, 기함급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여전하다. 역사와 전통, 기술력으로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와 더불어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와 상품성으로 전 세계 부유층의 마음을 달뜨게 만들고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S-클래스는 고급 대형 세단의 상징이자 공공연히 타도의 대상으로 언급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신 기술의 은총을 기함인 S-클래스에 맨 먼저 적용하고 그 아래 모델로 순차 적용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S-클래스에 진심이고 열심이다.

과열된 브랜드간 경쟁과 이익 창출이 우선인 기업 마인드가 앞서면서 S-클래스의 독보적인 상품성과 권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S-클래스는 고급 대형 세단의 상징이다. 쉽게 넘볼 수 없는 판매대수가 이를 증명한다.

4.0 트윈터보 S-클래스 최고출력은 503마력

3.0 싱글 터보 7시리즈는 340마력

안타깝지만 BMW는 아직까지 S-클래스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들은 탁월한 밸런스와 치밀한 엔지니어링으로 운전 재미가 극적인 차를 잘 만든다. 그래서 대형 세단보다 3시리즈 같은 콤팩트 세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운전 재미 탁월한 차를 누구보다 잘 만드는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과 안락함이 우선시되는 쇼퍼 드리븐카의 방향성과 다소 상충되기도 한다.

그 같은 극복 과제를 너무도 잘 아는 BMW는 절치부심해 7시리즈를 완성했다. 운전석이 상석인 차는 물론 뒷좌석 중심의 차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손이 닿는 곳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매만졌다.

조만간 세대 변경을 앞두고 있는 7시리즈와 세대 변경 후 불티나게 계약서를 쌓아 올리고 있는 S-클래스. 뒷자석이 상석인 대형 고급 세단 시장에서 영원한 라이벌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둘을 시승회에 정중히 초대했다. 이번 헤드투헤드는 우열의 서열화가 아닌, 닮음과 다름을 확인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이 선사하는 각자의 맛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주행 성능

일단 출발하기 전부터 두 모델의 성격 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었다. 차 밖에서 들리는 공회전 엔진음이다. 740Li는 약간의 기계음을 포함해 꽤 큰 소리가 나는 반면 S 580 L은 시동이 걸렸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이 엔진음이 740Li의 운전석에서도 두드러진다. 진동의 형태로 발바닥을 통해 제법 크게 느껴진다. 더불어 노면 질감도 실내로 적지 않게 전해지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대형차임에도 운전자용 차라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대형 고급 리무진답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BMW도 이런 모델의 태생적 성격을 알고 있어서인지 승차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실제로 또렷한 노면 감각을 전달하고 접지력이 탁월한 본질적 성격에 비해 크게 좌우회전을 할 때 차체 롤링은 작지 않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다리 이음매나 요철 등을 통과할 때 또렷하게 전달되는 충격은 본래의 성격을 다시 느끼게 한다. 특히 뒷좌석에서의 승차감이나 안정감은 7시리즈를 쇼퍼 드리븐 세단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그러나 조종 성능에 관한 시험에서 7시리즈는 활짝 웃는다. 카본 강화 플라스틱(CFRP) 등 다양한 소재가 복합된 CLAR 플랫폼의 탁월한 강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S-클래스보다 200kg가량 가벼운 차체도 한몫한다. 고속 코너링에도 차체 롤은 작지 않지만 앞바퀴 접지력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정확하게 궤적을 밟아나간다.

슬라럼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가혹한 회피 기동에서 차체 윗부분은 흔들림이 상당하지만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정확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심지어 DSC의 개입 느낌도 없다. 접지력이 대단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믿음직한 차다. 그러나 뒷좌석 승객은 고생스러울 것이다.

S 580 L은 일단 스티어링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10도나 되는 뒷바퀴 조향각이 좁은 곳에서의 회전을 엄청나게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각상으로는 낯설다. 특히 저속으로 우회전 코너를 돌 때는 뒷바퀴와 뒷좌석이 옆으로 밀리는 듯한, 마치 유턴하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또 역방향으로 돌아가 있던 뒷바퀴가 변속기를 중립으로 옮기면 즉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이때의 소음과 차체의 미세한 진동도 낯설다.

그리고 슬라럼 테스트를 하면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무엇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어색한 감각에 적잖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시속 50km에서 뒷바퀴 조향은 여전히 역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S-클래스의 스티어링 기어비는 록투 록이 2바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빠르다.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면 앞바퀴는 매우 빠르게 꺾여 들어가고 뒷바퀴는 역방향으로 조향하며 뒷바퀴를 마치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체가 급격하게 회전한다. 앞바퀴의 궤적을 따라가려는 보통 차와 달리 센터콘솔 뒷부분을 중심으로 차가 회전하는 듯한 이상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앞바퀴 조향이 너무 빨라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뒷바퀴가 반대쪽으로 조향하면서 그 느낌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덕분에 ESC가 개입할 필요가 줄어든다. 분명 사람에게는 어색한 상황이지만 주행 안정성 자체는 우수하다. 더불어 꽤나 생소한 장면인 것이다.

하지만 회피 기동에서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급히 전방 장애물을 피하고 다시 직진 상황으로 빠르게 되돌려야 하는데 2가지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첫째, 전방 장애물을 피하려고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스티어링 휠이 너무 무거워진다. 둘째, 회피를 끝내고 앞바퀴는 직진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는데도 뒷바퀴는 여전히 회전 중인 느낌이 강하다. 역시 운전자는 힘들고 어색한데 차는 멀쩡하게 잘 달린다. 잘못된 것은 없는데 느낌이 깔끔하지는 않다.

일상 영역에서의 주행 감각은 S-클래스가 조종 성능에 얼마나 대단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체 움직임이 1990년대 미국 세단처럼 부드럽고 노면과의 직결감도 희미하다.

그런데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차가 듬직해진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은 차체의 롤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어댑티브 댐핑 컨트롤은 차체의 출렁거림을 잡아낸다. 마치 거대한 차체를 옆에서 누군가 받쳐주는 것처럼 어이없을 만큼 코너를 쉽고 안락하게 돌아나간다.

분명 S 580 L은 대단한 차였다. 높은 엔지니어링 수준을 주행 감각과 조종 성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승차감은 물론 안정감도 최고였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것. 분명히 내가 차를 몰고 있는데, S-클래스의 과도한 시스템이 나를 살짝 뒤로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안전과 직결되는 제동 성능 테스트다. 크고 무거운 대형 세단임을 감안하면 두 차 모두 대단히 훌륭하다. 과할 정도로 말랑하던 740Li의 서스펜션이지만 급제동 상황에서는 민첩하게 단단해져 노즈 다이브를 잘 억제했다. 브레이크 페달도 스펀지 같은 감각 없이 매끈하게 밟히는 덕에 급제동에도 안심이 된다. 페달의 초기 제동력도 좋아 가고 서길 반복하는 도심에서 브레이크를 사용하기에도 쉽다.

S 580 L의 제동 감각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다. 페달을 처음 밟을 때 제동력이 발생하기까지의 공주 스트로크가 길고 초기 제동력도 좀 약하다. 급제동 시 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펀지처럼 밟히고 ABS가 펌핑을 할 때는 제동 페달이 그 힘으로 뒤로 밀려나온다. 급제동 시 어디까지 제동 페달을 밟아야 할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절대 제동 거리는 S-클래스가 짧다. 최대 제동 가속도 역시 S-클래스가 컸다. 감각은 7시리즈가 좋지만 실제로는 S-클래스가 더 잘 멈춰 선다는 뜻이다. S-클래스의 첨단 기술이 빛나지만 운전자의 영역은 줄어드는 장면이다. 일단 브레이크 페달만 깊게 밟을 줄 알면 된다.

차고 넘치는 제동 성능을 품었으니 그만한 가속 성능도 품고 있으리라. 일단 결과부터 말하면 정지에서 시속 100km 가속의 승자는 당연히 S 580 L이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작았다. 아무리 차체 무게에서 250kg 정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306마력과 503마력의 절대적인 출력 차이에 비해서는 기록 차이가 훨씬 작았다.

게다가 740Li 엔진은 초기 응답성에서도 점수를 잃었다. 고압축비와 낮은 부스트 터보 엔진이므로 출력을 많이 끌어올리지 않은 대신 응답성에서 우수해야 함에도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시속 20km까지의 가속 시간이 1.1초를 웃돌 정도로 둔했다. 이에 비해 S 580 L의 엔진은 하이 부스트 엔진임에도 가속페달 응답성이 매우 좋았다. 가감속이 잦은 시내에서도 엔진을 다루기가 쉬웠다. 아주 잘 만든 엔진이다.

그런데도 두 모델의 기록 차이가 작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변속기에 있다. BMW의 ZF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제 완벽의 수준에 도달했다. 민첩하고 매끄럽다. 이에 비해 S-클래스의 자체 생산 9단 변속기는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약간의 머뭇거림이 느껴졌다. 이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나윤석

운전석

오늘 비교하는 두 모델 사이에는 시간차가 있다. BMW 740Li는 이미 구형이 되어버린 이전 모델이고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은 신선도와 품질 안정도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상품성 최전성기의 제품이다. 게다가 740Li는 7시리즈 라인업의 허리 정도에 해당하는 트림이고 S 580 L은 마이바흐와 AMG 서브 브랜드 모델들을 제외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서는 최정상 모델이다. 따라서 수준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740Li의 실내는 확실히 복잡하다. 이전의 실내 디자인 안에 최대한 많은 신기술과 고급스러움을 담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버튼과 다이얼, 화면들이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에 많이, 그리고 분산되어 배치됐다. 톤 다운된 알루미늄 스트라이프 장식과 블랙 하이글로시 등도 많이 사용해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조금 복잡한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원인이 됐다.

S-클래스답지 않은 레버 재질

스피커 조명마저 고급스럽다

그러나 7시리즈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확실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운전자와의 밀착감이다. 탄탄한 시트는 상대적으로 낮게 앉은 느낌이 든다. 두툼하고 지름이 작은 M 스티어링 휠 역시 달리는 손맛을 기대하게 한다. 역시 BMW답다. 더불어 칭찬하고 싶은 점은 대단히 우수한 조립 품질이다. 치밀한 조립 완성도가 진짜 질감인데 요즘은 화려함에 시선을 과하게 빼앗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에 비해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의 운전석은 확실히 미래적이다. 7시리즈가 기존의 디자인 안에 담기 바빴던 새로운 기능들을 S-클래스는 실내를 새로 디자인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배치했음을 단정하고 새로운 실내 디자인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디스플레이나 스위치들을 더하거나 붙인 것이 아니라 원래 그곳이 자기 자리인 듯 깔끔하게 실내 디자인에 녹아들어 있다. 그 중심에는 MBUX로 정리된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다. 덕분에 실내는 깔끔하고 시원하다.

7시리즈지만 포기할 수 없는 M

그러나 아이러니함 역시 MBUX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EQS에서 훨씬 넓은 MBUX 하이퍼스크린을 보았다. 그 탓에 거대하고 화려한 하이퍼스크린이 없는 S-클래스를 경험하며 기함의 자리를 내준 건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미래의 기함에 왕위를 물려준 듯한 아쉬움이랄까.

A-클래스 등의 작은 차에서 경험했던 압전 스위치로 바뀐 파워 시트 조절 스위치와 가느다란 플라스틱 셀렉터 레버 등은 S-클래스도 상당한 원가절감의 압력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포근한 시트와 우아한 실내 디자인에서 S-클래스는 역시 고급 리무진의 대명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실감하게 된다.

나윤석

실내와 주요 기능

시승 타이밍이 절묘했다. 영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헤드투헤드’ 시승팀과 마주쳤다. 마치 귀국 현장에서 체포되는 것처럼 공항 입국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에 곧장 올라탔다. 12시간 넘는 비행의 피로와 밤낮이 뒤섞인 시차에 시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BMW 740Li가 커다란 키드니 그릴을 들이밀며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감과 피로는 이들을 차분히 살펴볼 장소까지 이동하는 10분 남짓 사이에 마법처럼 사라졌다. S 580 L의 뒷좌석은 놀라웠다. 다이아몬드 퀼팅 스티칭으로 고급스럽게 마무리한 최고급 가죽시트는 과하지도 무르지도 않게 몸을 감싸 안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피곤에 전 채 이 차의 시트에 앉은 덕분에, 비로소 그 진가를 알아챌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어트림의 버튼 원터치로 1열 동승석이 앞으로 기울고 2열 VIP석이 스르르 뒤로 누우면서 가장 넓고 안락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멀티컨투어 시트의 퍼포먼스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차급에 걸맞게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쭉 뻗고 드러누운 자세가 부담스럽다면, 그 아래의 버튼을 눌러 등받이를 살짝 세울 수도 있다. 열선과 통풍은 기본, 마사지까지 온갖 호사를 다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

S 580 L은 뒷좌석 VIP를 위한 목과 어깨 히팅에서부터 다리 마사지, 자외선 차단, 개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MBUX를 제어할 수 있는 뒷좌석 태블릿 등 모든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뒷좌석임을 분명히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앞좌석을 소홀히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가 화려하면서도 품위 있게 실내를 감싸고 MBUX 인테리어 어시스턴트 내장 12.8인치 OLED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모든 제어를 총괄한다.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은 가죽으로, 천장은 알칸타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BMW 740Li의 실내도 그에 못지않다. 도어를 열자 도어스텝에 새겨놓은 M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럭셔리를 앞세우는 플래그십 세단에서도 퍼포먼스를 놓지 않겠다는 선명한 브랜드 컬러가 느껴진다. 블랙 일색인 S 580 L과 달리 740Li의 인테리어는 남부 유럽의 적벽돌을 연상케 하는 황적색 톤 중심으로 마감했다. 시각적으로 한층 밝아 보이는 첫인상이다.

가죽시트 표면은 S 580 L과 마찬가지로 퀼팅 스티칭 마감이며 1열 센터터널에 우뚝 솟아 있는 자동변속기 레버가 ‘그럼에도 운전 재미를 허투루 하기 싫은’ BMW의 속내를 드러낸다. 거의 일체형에 가까워 보이는 운전석 디스플레이(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강렬하다.

BMW 740Li

그래도 이 차의 하이라이트 또한 어쩔 수 없이 뒷좌석이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뒷좌석 탑승자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여기서도 S 580 L과의 성격 차이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반쯤 눕히는 S-클래스 멀티컨투어 시트와 달리, 7시리즈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등받이를 조금만 더 젖히고 풋레스트로 발을 받쳐주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히 편안한 자세가 만들어지지만, 더 이상 과하게 가진 않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시트 젖히는 버튼은 도어트림에 있는 데 반해, 원상복귀 버튼은 팔걸이에 마련했다. 긴장을 푼 릴랙스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 아닐까 싶다.

뒷좌석 전용 모니터와 에어컨, 시트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터치 커맨드 방식으로 도어트림에 마련해둔 것도 특이하다. 연령대가 높은 VIP에겐 별도의 짧은 공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운드 시스템은 바워스앤윌킨스. S 580 L의 사운드 시스템은 버메스터다.

입국하자마자 정신없이 시승차에 올랐으면 피로가 몰려올 만도 한데, 적어도 이들을 번갈아 타는 동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이 뒷좌석 공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럭셔리 쇼퍼 드리븐 세단임에도 각각의 성격과 각 브랜드의 지향점이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더 반가웠다.

뒷좌석 안락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S 580 L이, 가끔이라도 손수 운전을 즐긴다면 740Li가 조금 나은 선택일 수 있겠다. 실제 선택은 오너의 브랜드 취향에 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말이다.

김우성

메르세데스-벤츠 S 580 L

BMW 740Li

최종 결론

결론은 명징했다. 둘 모두 뒷좌석에 VIP를 모시는 고급 대형 세단으로는 기대 이상이다. 그야말로 기함 그 자체였다. 버튼 하나로 연출되는 리무진 시트의 최적화, 운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능을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 최고급 가죽과 마감 소재는 물론 조명까지 무엇 하나 사소하거나 허투루 넘긴 구석이 없다. 독일을 대표하는 이들 브랜드는 현재 양산되는 모델의 정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둘의 지향점은 달랐다. 과하다 싶을 만큼 차고 넘치는 기술력으로 점철된 S-클래스는 완벽한 엔지니어링으로 반박 불가의 반응과 움직임을 선보인다. 문제는 과도한 친절이다. 운전자를 너무 깊게 배려한 나머지 차를 모는 행위 자체가 생경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문득문득 드리운다.

그에 반해 7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순수하고 솔직하고 직관적이다. 대형 세단이지만 운전 재미마저 완전히 손 놓을 수 없음을 차가 말하고 보여준다. 주  4~5일은 뒷좌석, 2~3일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운전 마니아 회장님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끝으로 운동 성능 기반의 평가를 진행한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의견으로 마무리한다.

“스포츠 세단을 대형 리무진으로 각색한 740Li는 다소 어정쩡했다. BMW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부드러웠고 고급 대형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거칠었다. 이에 비해 S 580 L은 기술적으로 차원이 다른 차였다. 다만 아쉽게도 이제는 사람이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그러나 둘 모두 차 자체의 높은 수준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조만간 완벽히 진화한 신형 7시리즈를 만난다. 신형 7시리즈 등장 후 리매치가 더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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