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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프로산게 – 단순히 SUV라고 할 수 있을까?

supelta 2022. 9. 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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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산게는 단순한 SUV가 아니다. 페라리가 던지는 진정한 럭셔리로의 초대장이었던 것이다

페라리 프로산게만큼이나 비판과 옹호가 엇갈리는 모델은 근래에 거의 없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예전에 포르쉐가 카이엔을 만들었을 때와 같이 ‘페라리가 SUV를 만들다니!’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 프로산게는 왜 태어났을까? 그리고 앞으로 브랜드에게 어떤 비젼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자.
 
먼저 프로산게와 함께 제시되는 질문을 살펴보자. 앞서 말한 브랜드 정체성 관련 내용 이외에 두 가지 정도가 대표적일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프로산게를 SUV로 분류하는 것이 옳으냐?’이고, 마지막은 ‘최신형 모델임에도 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는가?’일 것이다.
 



위의 질문들에 대답을 하려면 왜 다들 SUV를 만드는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남 주기 싫다’일 것이다. 21세기 초의 자동차 시장은 럭셔리 및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시장 확대와 SUV의 주류 시장 진출일 것이다. 이를 통합하는 것이 바로 프리미엄 / 럭셔리 SUV들이고 모든 럭셔리 브랜드들이 포르쉐를 시작으로 SUV들을 앞다투어 출시한 것이다. 
 
이보다 일찍 메르세데스 벤츠의 ML과 BMW X5로 시작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와 위의 럭셔리 브랜드의 SUV들을 구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는 그 시장의 대부분이 신규 고객이거나 기존 세단 고객의 대체 고객인 경우이다. 물론 대형 세단을 가진 기존 고객이 추가 구매하는 중형 이하의 SUV들도 적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스포츠 성향이 강한 럭셔리 브랜드 혹은 쇼퍼 드리븐 리무진 중심의 럭셔리 브랜드에게 SUV는 순전히 추가 구매의 대상이다. 기존 고객들의 추가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제대로 열린 것이다. 
 
이전까지는 럭셔리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가 이 시장의 주력 모델이었다. 혹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SUV들을 추가 구매하는 정도로 고객들은 만족했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신의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에서 SUV를 구매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직접 개발하여 판매하기에는 시장이 충분히 크지 못했었기 때문에 럭셔리 SUV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딜러 차원에서는 오히려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고객이 원할 경우 타 브랜드의 SUV 구매를 주선하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럭셔리 SUV 시장이 급성장하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는 규모가 되었고 기존 고객이 혹시라도 다른 브랜드로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해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페라리 프로산게의 경우도 2010년대 중반까지는 판매량을 제한하여 희소성을 높여서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택했던 페라리가 2015년 10월 스핀오프 이후 판매량 확대 정책으로 선회한 뒤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는 중요 모델인 것이다. 
 
그런데 프로산게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SUV에 비하여 크로스오버의 성격이 더 강하다. 즉, 어떻게 보면 패스트백 세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그것은 페라리는 오프로드 주파력이나 거대한 공간을 통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SUV를 원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페라리가 원했던 것은 빠르고 럭셔리하게 4명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페라리 다운 승용차를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페라리 브랜드에 걸맞으면서 현재 시장에도 잘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이 바로 프로산게의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대단히 스포티한 모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길이 4.97미터, 폭 2.02미터, 휠베이스 3.02미터의 거대한 차체로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한 글자 그대로 잉여력 극한의 세컨드 카가 바로 프로산게의 정체인 것이다. 
 
사실 프로산게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완벽한 새 모델이 아니다. 지난 십여 년의 발전을 통하여 최종 진화판으로 프로산게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4인 탑승용 GT 설룬으로 페라리 FF를 선보였었다. 페라리 FF는 높이를 제외한 디멘젼에서도 프로산게보다 약간씩 작을 뿐 매우 큰 차체를 가진 12기통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기술적으로도 FF는 지금 프로산게가 채용한 4륜 구동 시스템의 원천이 되는 2 트랜스미션 4륜 구동 시스템을 처음 선보인 모델이기도 하다. 그리고 FF의 진화 버젼인 GTC4 루쏘는 4WS을 채용하여 거대한 차체를 좁은 공간에서도 다루기 쉽게 하면서 동시에 크고 무거운 차량의 조종 성능을 향상시키는 진화를 더했다. 그리고 마침내 페라리의 최신 기술들과 크로스오버의 높아진 차체, 그리고 두개의 뒷문을 더하여 완성된 결정판이 프로산게인 것이다.
 



두 번째 질문, 즉 왜 하이브리드가 없느냐도 이런 관점, 즉 프로산게는 ‘페라리 고객들의 잉여력을 극대화한 최고급 세컨드 카’라는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프로산게는 페라리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럭셔리 관점에서의 가장 큰 호화로움을 제공한다. 따라서 효율성과 하이테크라는 8기통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PHEV보다 심플하고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12기통 자연 흡기 엔진을 만끽할 수 있는 잉여력, 즉 럭셔리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모델인 프로산게가 확실하게 정점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강렬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프로산게의 하위 버젼들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환경을 소모할 수 있는, 즉 오염세를 낼 수 있는 최상위 계층으로부터 시작한 프로산게는 하이테크와 미래형 파워트레인을 통하여 보다 젊고 진취적 고객층까지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근들어 부각되고 있는 영&리치 럭셔리 고객층을 향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프로산게는 단순한 SUV가 아니다. 페라리가 던지는 진정한 럭셔리로의 초대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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