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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Y BACK : 푸조 308 GT vs 폭스바겐 골프

supelta 2022. 10. 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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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탄탄하고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해치백을 찾는다면 골프만 한 모델도 없다

308은 겉모습부터 화려하다. 이전의 프랑스 차가 보여주던 공격적인 아방가르드함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디테일은 화려하고 진취적이다

 

'해치백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와 랠리 왕국의 노하우를 녹여 만든 푸조 308. 암팡진 엉덩이와 경쾌한 몸놀림으로 운전 재미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두 해치백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진지하게 해치백을 고민하거나 소유해본 경험이 있을 확률이 높다. 해치백 보디 타입이 주는 디자인의 경쾌함만큼 세단이나 SUV와 다른 운전 재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운전에 진심이던 20대 끝 무렵, 국산 해치백을 한동안 타고 즐겼다. 2.0ℓ 가솔린에 수동변속기를 옵션으로 택한 덕에 몇 개월을 기다렸지만, 그만큼 추억은 많았고 기억은 화려했다. 거쳐간 여러 대의 차 가운데 지금도 이따금 보고 싶은 각별한 모델 중 하나다. 경쾌한 생김새와 천장 높은 실내 공간이 주는 실용성, 짧은 차체와 비교적 긴 휠베이스, 넉넉한 배기량에 수동변속기가 주는 적당한 출력과 운동 성능은 대체로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하지만 국내에서 해치백의 인기는 시들하다. 오죽하면 현대차가 완성도와 상품성 측면에서 인정받던 i30를 국내 시장에서 접고 유럽 전략 모델로 돌렸을까. 물론 대체 모델로 벨로스터가 있지만 정통 해치백에서 다소 벗어난 변종 모델(?)이니 엄밀히 따지면 정통 국산 해치백은 국내에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너도나도 SUV만 과하게 좋아하고 즐기는 트렌드까지 더해지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그럼에도 해치백, 그것도 역사와 전통을 바탕에 둔 완성도 높은 수입 해치백은 존재한다. 이번 헤드투헤드에 초대한 두 모델처럼 말이다. 폭스바겐 골프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에 수입 해치백 시장의 포문을 연 스테디셀러면서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해치백 교과서로 통한다.

폭스바겐 하면 골프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을 정도로 상품성 좋은 아이코닉 모델로 존재한다. 효율성 좋은 디젤 모델부터 아우토반을 호령하는 고성능 핫해치까지 폭넓은 라인업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8세대로 진화해 국내 상륙한 골프는 2.0ℓ 디젤 단일 모델이지만 조만간 고출력 GTI를 비롯한 다양한 골프도 가세할 예정이다.

308은 푸조의 간판 모델이자 그들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차근차근 스며든 해치백이다. 다년간 WRC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다듬어 넣었고 해치백이 인기 장르인 프랑스 자동차 회사답게 상품성과 완성도가 훌륭하다. 최근 세대 변경을 거치며 차체는 물론 디자인부터 거의 모든 것을 새로 만들고 적용한 신형 308은 여전히 화려하고 트렌디하다.

유럽 자동차 회사지만 독일과 프랑스라는 전혀 다른 문화와 감성의 브랜드인 만큼 두 모델이 보여주는 성격과 콘셉트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해치백이라는 공통된 보디 타입 안에서 각자가 풀어내 보여주는 특징과 매력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주행 성능

폭스바겐 골프의 플랫폼은 모듈형 플랫폼의 시초로 유명한 MQB의 진화형인 MQB 에보. 이 플랫폼은 위로는 파사트와 아테온을 넘어 준대형 SUV인 폭스바겐 아틀라스까지 커버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폭스바겐에 MQB를 처음 적용한 모델인 7세대 골프에서는 ‘분명 뛰어난 주행 안정성을 갖고 있는데 약간 느슨한 듯 긴장감이 하나도 없다’는 이상한 시승 리뷰를 듣기도 했다.

즉 MQB 에보 플랫폼은 준중형 C 세그먼트 해치백인 골프에게는 남아도는 물리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골프에게는 당연한 멀티링크 뒤 서스펜션과 알루미늄을 대폭 적용한 고강성 경량 차체 구조 등 체급을 넘어서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이에 비해 푸조 308은 비교적 평범하다. 물론 자사의 EMP2 플랫폼의 최신형인 EMP2 V3를 적용한 모델이기는 하지만 토션 빔 뒤 서스펜션을 사용하는 등 소형차에게 적절한 수준의 구성이다. 신형 플랫폼은 전기차 등 파워트레인에 대한 관용도에 좀 더 집중한 흔적이 강하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해치백은 유럽 승용차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대표주자였다.”

주행 품질에서는 여유 넘치는 골리앗 플랫폼의 골프냐, 소형차에 걸맞은 플랫폼을 적절하게 튜닝한 308이냐의 승부로 요약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주행 성능에 대한 최종 결론을 두고 필자는 물론 동승했던 김우성 주간까지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푸조 308이다. 스티어링 휠의 록 투 록이 세 바퀴에 가깝다. 기어비는 느린 편이지만 스티어링 휠 지름이 작으므로 느리다는 느낌은 없다. 그리고 나처럼 배 나온 아저씨들에게는 작은 스티어링 휠이 너무나도 고맙다. 배에 손이 닿지 않고 운전대를 180˚ 돌릴 수 있는 덕이다.

실내 정숙성은 준수한 편이다. 디젤 엔진임을 알 수는 있지만 거슬리는 엔진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노면 소음도 잘 억제되고 휠 하우스에서 들리는 공명음도 거의 없다. 승차감도 아주 좋다. 뱀장어가 미끄러지는 듯한 매끄러운 구름 질감은 아니지만 노면 요철이 치받는 느낌이 거의 없는 평온함이다. 맨홀 뚜껑이나 깨진 도로를 통과할 때도 훨씬 큰 차를 타는 듯한 차분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그리고 푸조 특유의 탄력은 살아 있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차분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끈하고 한결같은 308의 주행 성능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이 같은 ‘푸조다운 보편성’은 조종 감각에도 전달된다. 비록 앞머리가 무겁고 무게중심이 낮지 않은 소형 디젤차 느낌이지만 이것을 탁월한 앞바퀴 접지력과 탄력이 느껴지는 조종 감각으로 승화시킨다. 앞바퀴 중심의 이해하기 쉬운 조종 감각이다. 게다가 그렇다고 해서 뒷바퀴가 허둥거리거나 접지력이 희미해지지 않는다.

이전 푸조의 얌체공 같은 탄성은 직전 세대의 308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번 세대에서는 탄성과 안정감의 경계에서 최적의 절충점을 찾은 듯하다.

슬라럼과 회피 기동에서도 안정감은 우수했다. 앞바퀴의 선회 시작은 약간 느리지만 유연하게 궤적을 되찾고 뒷바퀴는 허둥대거나 날아가지 않는다. 분명 커진 차체를 느낄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안정감은 우수하다. 급격한 회피 기동으로 부담을 가할 수록 푸조 특유의 탄성이 살아나는 것도 반갑다.

필자와 김우성 주간이 동시에 탄성을 지른 장면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매끈하게 돌아나가는 유턴 감각이었다. 이런 매끈함과 한결같은 조종 감각은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운전하는 맛 또한 깔끔하고 즐겁다. 푸조 308의 주행 품질과 주행 성능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토션 빔 서스펜션?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었다.

폭스바겐 골프는 오래 알고 지낸 모범생의 느낌 그대로다. 정직한 조종 감각은 ‘이런 때는 이렇게 반응하겠지’ 하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 록 투 록도 2.6바퀴로, 요즘 기준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다만 운전대가 무거운 편이다.

출발하면서 곧바로 느껴지는 골프의 승차감은 묵직한 대형차 느낌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 좋았다. 서스펜션의 설정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노면 요철을 통과할 때 전달되는 충격은 생각보다 작지 않은 편이다.

정숙성에서도 골프는 조금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남긴다. 2.0ℓ TDI 디젤 엔진 자체는 상당히 정숙하다. 그런데 가속할 때 실내로 들이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카랑카랑한 소음이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휠 하우스에서 들려오는 타이어 공명음도 큰 편이다. 하지만 흡음재를 조금만 더 추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슬라럼과 회피 기동에서 골프는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롤링도 큰 편이었고 타이어 접지력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뒷차축의 좌우 흔들림도 컸다. 다행인 것은 뒷바퀴가 안정감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멀티링크 뒤 서스펜션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ESC가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8세대 골프의 지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젊은이의 역동적인 해치백이 아니라 넉넉해진 크기만큼이나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즐기기에 어울리는 가족 차로 방향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상품으로서 좋은 진화이지만, 우리가 골프에 기대하는 수준과 추억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웠다.

제동과 가속 성능에서 두 모델은 평균 이상 점수를 줄 만했다. 두 모델의 제동 성능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거의 같았고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시속 80km에서 23m 지점 정도에 멈출 수 있다는 것은 훨씬 비싼 고성능 모델들에서나 볼 수 있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모델 모두 제동 시 안정감도 상당히 우수했다. 전체적인 감각에서는 308이 골프보다 미세하게 더 좋았다. 제동 페달의 감각이나 운전대로 전달되는 노면 감각이 아주 좋다. 이에 비해 골프는 제동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다소 무딘 감각이 확신을 주지 못했다.

배기량과 출력에 확실한 차이가 있는 두 모델이었기 때문에 발진 가속 시험은 이미 승부를 알고 한 셈이었다. 2.0ℓ의 골프가 1.5ℓ의 308을 확실한 차이로 앞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기록 수치가 말해줬다. 골프는 9초 초반, 308은 11초 중반이었다.

골프는 자신의 출력에 알맞은 기어비 간격을 사용해 꾸준히 가속하는 느낌이 좋았다. 극단적인 연비 세팅으로 터무니없는 기어비를 사용하는 최근의 일부 모델들과는 다른 정직함이 좋았다. 엔진이 작고 기어가 한 단 많은 308은 시속 90km에서 4단으로 변속하고 시속 100km를 기록한 반면, 배기량은 크지만 기어가 한 단 적은 골프는 3단 기어의 막바지에서 시속 100km를 기록했다.

그런데 두 모델 모두 출발 시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308은 작은 엔진과 8단 변속기를 사용하는데도 의외로 발진 응답성이 부족했다. 시속 20km까지 가속하는 데 1.8초 수준의 느린 기록을 보였다. 골프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했음에도 시속 20km 가속에 1.4초 정도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발진할 때 휠 스핀이 생각보다 큰 편이다. 타이어 접지력이 부족하거나 DSG 변속기의 클러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서일까?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출발이 부드럽지 않았다.
나윤석

 

운전석

두 차의 운전석과 실내 분위기는 ‘완.벽.하.게.’ 대조적이다.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폭스바겐 골프는 교과서같이 생겼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해치백 중 하나인 푸조 308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방향이 다르다는 것 외에도 목적의 분명함과 그 성취의 수준에도 차이가 있었다.

골프의 실내가 교과서적이라는 것은 두 가지 뜻으로 요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능성과 논리적 설계, 두 번째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되 너무 앞서가지 않는 진중한 자세일 것이다. 물론 세대별로 그 완성도와 품질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 8세대 실내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것은 ‘모던’과 ‘심플’이다. 이런 흐름은 7세대부터 시작됐었다. 스위치가 줄어들고 모니터를 통한 터치 컨트롤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방향성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모습이 8세대다.

신형 308은 작은 스티어링 휠, 입체적인 레이아웃, 디지털 전동화 등으로 최신을 자랑한다

이제는 볼륨 컨트롤도 터치 혹은 슬라이드식일 정도로 물리 버튼이 거의 사라졌다. 모니터 아래의 볼륨과 온도 조절용, 센터페시아 중앙의 메인 메뉴 선택용, 그리고 계기반 왼쪽의 라이트와 뒷유리 열선 등 시야 관련 조절용 버튼 등으로 모아놓은 스위치들도 모두 터치 컨트롤이다. 아! 비상등은 아직 물리 버튼이다.

그런데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손가락으로 까딱거릴 수 있는 사이즈로 작아진 셀렉터 레버를 포함한 센터콘솔이 휑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렇다고 해서 비는 면적이 특별한 기능이나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심심하다. 그리고 플라스틱의 표면 질감도 다소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골프의 논리적 설계는 탁월하다. 운전자 시야의 관점에서는 디스플레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 높이 차이가 살짝 있는 디지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레이아웃이 대표적이다. 또한 운전자세는 여전히 완벽하다. 골프만의 진중함은 아직 살아 있었다.

심플한 디지털로 확 바뀐 골프 실내. 보기에 따라 깔끔하거나 휑하거나

이에 비해 308의 운전석은 첫눈에도 엄청 화려하다. 작은 스티어링 휠 위로 디지털 계기반을 바라보는 i 콕핏을 중심으로 한 운전석 레이아웃은 여전히 신선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골프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디지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위치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송풍구 디자인은 물론 작은 셀렉터 레버를 중심으로 심플한 센터콘솔 디자인도 그렇다.

그런데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주요 기능들을 확실하게 다루기 위한 물리 버튼들이 디스플레이 아래에 여전히 남겨져 있고 기다란 송풍구도 골프처럼 모양만이 아니라 모두 제대로 작동한다. 그리고 심플한 센터콘솔에 컵 홀더를 앞으로 당겨 실용성도 좋아졌다. 새로운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실용성을 실제로 개선했다는 뜻이다. 딱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화면 글씨가 조금 작다는 것 정도다.

큼직한 운전석 시트도 독특함 이상으로 좋았다. 표면의 패턴이 몸을 벨크로 테이프처럼 꽉 잡아주고 너무 단단하지 않은 패딩에서 안락한 스포츠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안전벨트의 앵커가 B 필러가 아니라 시트 레일에 고정된 것은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더라도 벨트가 몸을 조이거나 반대로 느슨해지지 않는 매우 기능적인 럭셔리 아이템이다. 308 운전석의 첫인상은 미래적인 화려함이었지만 사실은 대단한 기능성을 품은 높은 완성도가 핵심이었다.
나윤석

실내와 주요 기능

핫해치가 유럽 승용차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때가 있었다. 이 말을 과거형으로 해야 한다는 게 서운하기 그지없지만, 어쨌든 콤팩트 해치백은 유럽 취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주자였다. 비록 예전에 비해 시장은 많이 줄어들었을지라도, 이 세그먼트가 유럽인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오늘 등장한 둘은 바로 그 시장에서 오랜 세월 경쟁하며 자동차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명차의 후손들이다.

신형 308은 지난해 데뷔한 3세대 모델이다. 1세대 308은 307의 뒤를 이어 지난 2007년 데뷔했고 2011년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2013년에 2세대로 진화했다. 이 차의 직계 조상은 1990년대 유럽 핫해치 최고의 주행성능이라 칭찬받았던 306. 무시할 수 없을 슈퍼 DNA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화려한 308 입체 계기반

디지털이지만 클래식한 골프 계기반

308은 푸조 디자인 수장이던 질 비달(지금은 르노로 이동)이 그려낸 과감하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외관뿐 아니다. 실내는 더 과감하다. 언뜻 직선과 과감한 면이 과하다 싶을 만큼 어울려 있는 듯한데, 그 사이의 균형이 예사롭지 않다. 튀는 요소만으로 구성한 대시보드에서 시각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308 인테리어는 목적에 따라 구역을 분리한 ‘조닝 디자인 콘셉트(Zoning Design Concept)’에 기반한다. 운전에 필요한 테크니컬 요소는 모두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에 운전자를 향해 배치하고, 대시보드 하단부는 충전 구역으로 설정했다. 다양한 크기의 스마트폰이 꽤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무선충전기 아래에 12V 전원과 C타입 충전단자가 있고 콘솔박스 안에도 C타입 단자가 하나 더 있다.

어흥! 엠블럼도 달라졌어요

센터콘솔의 나머지 부분은 수납 구역이다. 오디오와 미디어, 전화, 주행보조시스템 등 제어장치는 모두 스티어링 휠 위에 마련해 운전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한다. AQS와 클린 캐빈 시스템으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건 최신 유행에 따른 것이다. 시트는 스포티하고 두툼하다. 2680mm로 커진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괜찮은 편.

폭스바겐 골프는 이 시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4년 1세대 출시 이후 지금의 8세대에 이르도록 반세기 가까이 유럽 콤팩트 해치백 시장의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골프의 실내도 308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큰 변화를 거쳤다. 이전까지의 골프 흔적을 그나마 엿볼 수 있는 외관과 달리, 실내는 완전히 달라졌다.

2.0 TDI 골프 엔진은 조용한데 실내 소음은 좀 크다

보는 순간 허전한 느낌이 들 만큼 ‘풀 디지털 인테리어’다. 골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동시에, 전동화로 넘어가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도 함께 보여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센터페시아의 10인치 MIB3 디스플레이는 터치와 제스처 컨트롤로 제어할 수 있다. 초대형 모니터가 판치는 세상인지라 그리 커 보이진 않지만 선명도나 서체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물리적 버튼은 아예 없다.

자주 쓰는 램프류 제어나 실내 온도 및 주행모드 조절 장치는 계기반 좌우 아래쪽에 각각 따로 뽑아냈는데, 그나마도 버튼이 아니라 터치 방식이다. 실내 온도도 디스플레이 터치나 그 아래의 슬라이드 패드로 조절하는 타입. 받아들여야 할 미래다.

에르고 액티브 시트는 두껍지 않으면서도 무척 편하고 안정적이다. 운전석은 전동 및 메모리 기능과 전동식 럼버 서포트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무선충전 패드는 센터페시아 아래에 가로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으로 바람 세기는 물론 실내공기 자동 재순환까지 챙기는 등 실내 환경에 신경 쓴 부분은 308과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부터 윈드실드에 바로 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운전자 중심 편의장비가 가득하다. 내장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무선 연결로 대체했는데, 실용적 관점에서 좋은 선택이다.

308과 골프는 완성도 높은 유럽산 콤팩트 해치백이라는 점 외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과감한 미래형 디자인에 해치백이라기보다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보디 스타일의 308과 정통 해치백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골프가 각각 시장을 바라보는 방향은 단순히 ‘해치백’이라는 큰 범주만으로 묶어놓기가 무색하다.

308의 급진적인 디자인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고, 전통과 미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골프의 노력도 그리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해치백 마니아는 대개 각자가 좋아하는 차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확한 잣대를 갖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강점이 뚜렷한 308과 골프를 두고 결정장애에 빠질 마니아는 없을 듯하다.
김우성

최종 결론

일단 주행 성능을 진행한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최종 평가를 들어보자. “MQB 에보 플랫폼의 고급 하드웨어를 사용한 골프, 그리고 커진 차체로 보편적 상품성을 키운 308의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308이 완성도, 디자인의 참신함, 넓은 실내 공간의 실용성 등 전반적으로 골프보다 우위에 있어요. 전기차 시대의 입구에서 골프의 시대가 너무 빨리 저무는 게 아닌가 싶어 좀 서글픕니다.”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와 골프라는 모델에 진심이었던 그이기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듯하다.

하지만 그의 총평만큼 골프가 실망스럽지 않다.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골프와 비교해 특별히 빼어나거나 월등히 나은 부분을 찾기는 힘들었다. 여전히 좋지만 ‘역시 골프!’를 외칠 만한 확실한 한 방이 없었던 것이다.

전동화 시대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한 폭스바겐이 내연기관 시대를 구가하던 간판 모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줄인 건가 싶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은 8세대 골프가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일 거라는 데까지 이어졌다. 상황은 변하고 현실은 냉정하니 그렇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앞서 말했듯 골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편안하고 훌륭하다. 농익은 파워트레인으로 실제 연비는 20km/ℓ를 훌쩍 넘기고 처음 올라탄 실내가 몇 년은 타고 다닌 듯 쉽게 친숙해졌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물리 버튼을 없애고 단순하고 직관적인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실내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기본기 탄탄하고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해치백을 찾는다면 골프만 한 모델도 없다. 하지만 이전 골프를 생각하고 운전 재미까지 기대한다면 추후 나올 GTI를 기다리는 편이 좋다. 커지고 트렌디한 디젤  골프는 똘똘하고 경쾌한 운전 재미 대신 편안하고 안락한 엄마 아빠의 차가 됐다.

308은 겉모습부터 화려하다. 이전의 프랑스 차가 보여주던 공격적인 아방가르드함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디테일은 화려하고 진취적이다. 묵직하고 두툼한 뒷모습과 달리 날카롭고 예리하게 다듬은 앞모습이 쉽게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골프와 달리 차체 비율과 디자인은 308이 더 안정적이고 매력 있다. 실내 역시 골프와 대조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클래식한 맛이 골프의 매력이라면 308은 화려한 멋을 대놓고 드러낸다.

골프는 평소에는 대단히 편안하고 익숙하지만 한계 성능을 넘어서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308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모습을 선사했다. 어쩌면 2.0ℓ 디젤 엔진을 품은 골프는 운전 재미보다 대중적 편안함을 의도적으로 취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향후 추가할 GTI에 기대가 더 커진다.

골프와 308은 해치백 강국 유럽의 대표 해치백들이다. 1974년 시작해 8세대로 진화하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과시 중인 골프, 상대적 역사는 짧지만 푸조 특유의 핸들링과 하체 감각으로 그만의 매력적인 운전 재미와 감각을 보여주는 308. 디자인과 생김새부터 지향점은 다르지만 경쾌한 해치백이라는 틀 안에서 둘은 여전히 ‘유럽산 해치백’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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