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BMW M850i 를 시승했다. 20년만에 부활한 8시리즈는 2019년 국내에 상륙했으며 이번에는 부분 변경 모델 중 M850i가 들어왔다. 8시리즈에는 M버전은 물론이고 쿠페와 카브리올레, 그란쿠페도 라인업 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희소성을 세분화 전략을 통해 극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M850i는 요즘 보기 드문 V형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제로백이 3.9초로 고성능 전기차보다 더 빠른 것이 포인트다. 자동차는 여전히 ‘애마(愛馬), 또는 드림카로 여기게 하는 감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BMW M850i xDrive쿠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아름답다.
수많은 자동차를 시승해 오면서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한 모델들이 많지는 않다. 물론 ‘아름답다.’는 주관적인 평가에 속한다. 같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가 대세라고 주장하는 오늘날의 분위기에서 하드웨어인 자동차의 겉 모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근본적으로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매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맞물린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하는 것만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차를 시승할 기회가 많은 상황에서 만난 M850i 쿠페는 사람들이 고가의 내구성 소모품인 자동차를 구매하는 기준이 스마트폰과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사실 지금의 스마트폰은 혁신의 단계는 지났다. 팬덤을 형성해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보다는 브랜드를 팔고 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디바이스(Device)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도 인간의 욕심과 아름다움, 그리고 차별화를 원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하드웨어는 여전히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고 미래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8시리즈를 처음 시승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그때 느끼는 것과 지금의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100년만의 대 전환이라는 화두의 근저에는 자동차의 본질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전제가 되어 있다. ‘차아일체’라는 개념으로까지 격상시켜 감성적인 도구로서 가장 갖고 싶은 고가의 내구성 소모품인 자동차가 앞으로는 이동성이라는 큰 틀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애마(愛馬)’, 또는 ‘드림카’로 여기며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해 왔던 자동차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허구라는 반론이 등장해 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는 우버와 리프트 때문에 자동차 등록대수가 오히려 증가했고 교통체증은 훨씬 심각해졌다. 먼 미래에는 다른 세상이 오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두 번째는 장르의 세분화다. BMW 브랜드 내에는 세단과 SUV 모두 풀 라인업이 구축되어 있다. 등급과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전동화까지 포함해 이 시대 사용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모델들이 라인업되어 있다. 그런데도 세단의 경우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 1시리즈부터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까지 풀 라인업이 있는데도 또 다른 성격의 8시리즈를 추가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6시리즈의 성격을 가진 모델을 다시 8시리즈로 리브랜딩한 것은 BMW 브랜드에서 8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첫 번째다. 507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Z8을 비롯해 전동화 모델의 프리미엄화를 이끈 i8 등이 말해 주듯이 독창성이 강한 모델에 부여한 수치이다. 여기에 혁신성과 희소성까지 강조해 이 차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동차로서의 스포츠카를 표현하고자 하는데 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은 영어권에서 말하는 럭셔리 아이템에 속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스타일링 디자인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사치품으로 통상적으로 말하는 자동차는 아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고 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금고에 깊숙히 넣어 두었다가 특별한 날에만 손가락에 끼우듯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일상 생활에서 자동차로서의 즐거움과는 별세계의 존재다. 낮은 전고와 최저 지상고로 인해 아무리 ‘하차감’이 좋아도 통상적인 자동차는 아니다. 특히 규모의 경제와는 상관없는 차만들기와 마케팅으로 인해 초 고가의 가격표가 붙어 ‘드림카’로 꼽힐 수도 없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오너는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 세상사의 아이러니이다.
그것을 현실과 좀 더 가깝게 접목시킨 것이 포르쉐이고 BMW의 8시리즈는 좋은 하차감과 더불어 일상성까지 만족시키고자 하는 데 포인트가 있다.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와는 다른 ‘아름다운’ 스포츠 쿠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니까 감성적인 면을 극대화한 희소성이 강한 모델을 일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내가 꿈꿀 수 있는 ‘럭셔리 아이템’인 것이다. 8시리즈는 자동차는 여전히 사랑 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갈수록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BMW 브랜드 내에서 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의 조건을 충족시켜 준다. 8시리즈의 전체 판매대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2도어 쿠페를 베이스로 카브리올레가 있고 4도어 쿠페인 그란쿠페에 더해 고성능 디비전의 M850i와 M8, M8 컴페티션까지 세분화와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2도어 버전은 퍼스널 쿠페를 지향한다면 4도어인 그란쿠페는 럭셔리 패밀리 쿠페를 표방하고 있다. 물론 차명이 말해 주듯이 그란투리스모로서의 성격도 부여 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디젤 모델까지 라인업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BMW 8시리즈의 뿌리는 1968년 코드네임 E9, 1976년 E24의 6시리즈, 1990년 E31의 850i 등이 있다. 2003년에 6시리즈 쿠페가 다시 부활했고 2004년 카브리올레가, 2012년에 그란 쿠페가 추가됐으며 M6까지 라인업 하는 등 끊임없이 세분화가 진행되어 왔다.
Exterior & Interior
프로포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도어 쿠페가 4도어 그란쿠페보다 전고가 60mm 낮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쿠페 특유의 스포티함이 강조되면서 동시에 아름답다는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처음에 6시리즈로 등장했을 때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감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BMW 의 이런 라인업 세분화는 2021년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1위 복귀로 나타났다.
BMW의 디자인 수장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는 19년만에 8이라는 숫자를 부활시키면서 ‘가능한 심플한 조형미를 바탕으로 프리미엄과 감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표현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동시에 경쟁 브랜드들과 뚜렷이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시승차에는 세 가지 색상이 조합된 50주년 기념 로고 보닛 선단과 트렁크 리드 부분에 삽입되어 있다. 앞뒤 모두 범퍼 디자인에 약간 변화를 주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액티브 그릴 셔터가 없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600미터까지 조사가 가능한 레이저 라이트 하이빔을 채용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다. 측면에서는 M퍼포먼스 브레이크 패드와 M 전용 카본 사이드 미러가 특징이다. 프레임레스 도어에는 2중 접합유리가 적용되어 있으며 소프트 클로징 기능도 채용되어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센터 페시아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10.3인치에서 계기반과 같은 12.3인치로 커진 것이 보인다. 도어 트림의 스피커의 그래픽에도 변화가 있다. 물론 두툼한 림의 직경이 작은 스티어링 휠으로 스포티함을 주장하고 있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석쪽으로 향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한다. 여전히 크리스탈로 마무리한 실렉터 레버가 사치스럽다. BMW 가 오랫동안 숙성시켜온 커넥티드 패키지 프로패셔널도 바이어스 포인트다. 소프트웨어의 무선 업데이트는 당연한 기능이다.
시트는 4인승이지만 뒷좌석은 보조개념이다. 그란쿠페와 달리 50 : 50 분할접이식으로 트렁크 부분의 레버를 당기고 다시 손으로 작동해야 한다. 트렁크 용량은 그란쿠페보다 20리터 작은 420리터.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4.4리터 직분사 트윈터보 가솔린으로 최대출력 530PS (390kW)/5,500rpm, 최대토크 750N•m(76.5kgf・m)/1,800~4,400rpm을 발휘한다. 840i가 340마력이고 M8은 625마력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최대토크는 M8과 같은데 이는 변속기의 토크 허용 용량 때문이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스탭트로닉 AT. 패들 시프트가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그리고 어댑티브 등 네 가지가 설정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는 다시 스탠다드와 플러스, 인디비주얼로 나뉘어 있다. 구동방식은 AWD인 xDrive. 0-100km/h 가속성능 3.9초.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300rpm부근. 레드존은 6,0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2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80km/h에서 3단, 11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감은 여전히 매끄럽다. 컴포트 모드로 시작하면 6기통인지 8기통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연기관의 숙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패밀리세단의 유저들이라면 이런 미세한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요구 사항을 감안하면 중요한 내용이다. 엔진 회전 상승감과 질감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상당히 오래됐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미세한 소음과 차음, 그리고 진동 저감 등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전혀 다른 세상이 다가온다. 전기차의 높은 토크감보다도 더 강력한 발진감으로 시트백이 등을 때린다. 이때는 가속G라는 표현을 동원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이런 물리적인 감각에 매료되어 익숙해져 왔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런 감각을 앞으로 얼마나 더 즐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오감을 자극하는 고성능 내연기관차는 분명 전기차의 그것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풀 가속을 하려면 속도계를 주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심해야 한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속도라면 이 차를 소유하려는 욕심을 조금은 미루어야 한다. 물론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이런 토크와 파워를 가진 모델이 필요할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840i와는 차원이 다른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짜릿함이다. 이런 가속G는 배기음과 어울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한다. 컴포트 모트와 스포츠 모드의 사운드의 차이는 뚜렷하다. 이 정도의 성능은 20세기에는 6리터 엔진으로나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그 성능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액티브 토크 분배의 4WD다. 코너링과 와인딩에서 자세를 잡아준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매끄럽게 돌파한다. 물론 달릴 수 있으려면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대로 브레이크 성능도 압권이다. 시내 주행에서의 감각과 고속주행의 그것과 다르다. 오른발이 원하는 데로 제어되고 거동을 안정시켜 준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 링크. 시승차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노면의 요철에 대한 반응은 모드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고급진 승차감으로 안락한 럭셔리 세단으로 기능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운전자가 대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접지력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록 투 록 2.2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 약 언더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미세하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BMW 특유의 날카로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소위 말하는 즉답식 스티어링 휠은 20세기부터 BMW의 장기이다. 파워트레인과 섀시의 발전과 향상된 핸들링 성능은 21세기 스포츠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의도적으로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했을 때 CP지점을 약간 지난 상황에서 미세한 턱인 현상을 보이는 840i 그란쿠페와는 달리 안정적이다. 말 그대로 플랫 라이드다.
840i를 시승할 때도 그랬지만 서킷에서 진가를 확인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BMW가 영종도에 별도의 드라이빙 센터를 설립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ADAS 기능은 BMW의 신세대 기능들이 대부분 채용되어 있다. ACC를 ON으로 하고 스티어링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바로 노란색 스티어링 휠 애니에이션이 깜박이고 약 3초 후에 붉은색으로 바뀌며 다시 8초 에는 제동 단계로 바뀌며 더 이상의 시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터치 감응식으로 손을 살짝 대면 반응한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잘 작동된다. 60km/h 이하의 속도에서는 핸즈 오프 운전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도로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BMW M850i 쿠페는 아름다운 고성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몇 가지 모델 중 하나다. 스포츠카를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커넥티비티와 전기차, 자율주행과 공유경제에 관한 뉴스를 주로 생산하면서도 오감을 통해 내 차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이다. 세상이 변해도 ‘달리는 즐거움’은 여전히 중요한 포인트다. 그것이 언제까질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자동차의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펀 투 드라이브’와 디지털 감각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8시리즈는 그래서 마니아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응형
'자동차 > 국외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촐한 파리모터쇼, 그래도 신차는 나온다 (0) | 2022.10.18 |
---|---|
[시승기] "아재와 함께 춤을"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0) | 2022.10.17 |
세단도 SUV도 전기차가 대세..미리보는 2022 파리모터쇼! (0) | 2022.10.17 |
아담한 운전대, 돌릴수록 반전 매력.. 주행거리도 늘어 300km 거뜬 [라이드 ON] (0) | 2022.10.17 |
르노, 수소 스포츠카 콘셉트 '알펜글로우' 최초 공개 (0) | 202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