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인기 소형 SUV, 셀토스가 모습을 바꾸고 돌아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편안함이다.
기아 셀토스는 등장하자마자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했었다. 왜냐하면 셀토스는 국내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게 아니라 인도 시장을 노리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전용으로 만들었는데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니, 쏘울과는 전혀 반대되는 길을 걷는 것 같아서 복잡한 생각이 든다. 하긴 쏘울이 국내에서 그나마 3세대 모델까지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북미 시장의 인기였으니 어느 시장이라도 인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쨌든 그 셀토스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외형은 그다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뒷모습은 확실히 바뀐 티가 난다), 그 진면목은 사실 외형이 아니라 속에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변경됐고 편안함이 조금 더 늘었다. 인도 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을 노리고 다듬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전에는 ‘조선 이보크’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얻었던 셀토스는 이번에 속을 바꾸면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까.
마트료시카를 만들지 않는 셀토스의 위엄
기아는 최근에 디자인 코드를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로 잡고 있다. 셀토스가 나온 것은 이 코드가 만들어지기 전이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를 조금씩 반영하고 있다. 강인함과 역동성은 살리면서 미래지향적인 감성이 돋보인다고 하는데, 그 미래를 전면에서 느끼기는 조금 힘들다.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낮에는 독특한 형태의 라이트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등장 초기부터 셀토스의 매력 포인트였던 것이 바로 라이트다. 낮에는 헤드램프 상단에 가는 띠로 구성된 주간주행등만 들어오지만, 밤이 되면 거기부터 빛이 더 연장되어 타이거 그릴 부분만 제외하고는 일직선으로 빛나는 띠를 구성한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그 띠를 위가 아니라 아래로 내렸는데, 기왕 내렸다면 아예 일직선으로 이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 아쉬움은 거대한 메시 그릴이 메워주고 있다.
후면은 이전보다 디자인적으로 조금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세로로 긴 형태의 테일램프를 두고 그 두 개를 붉은색의 띠로 잇는 디자인을 가졌다. 테일램프만 놓고 보면 상위 모델인 쏘렌토가 떠오르고, 양쪽으로 이어진 모습을 보면 기아 K8이 떠오른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차체 하단에 검은색 플라스틱을 조금 더 좋게 사용했다는 느낌이 온다. 이전에는 무광 검정만 있던 하단이 이제는 유광과 무광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로 바뀌었다.
실내 역시 이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 대시보드 상단을 장식하는 디지털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 버튼만으로 기능을 선택하도록 만든 에어컨 조작 패널, 기어봉 대신 다이얼식 레버를 선택해 돌출된 부분을 최대한으로 줄인 것 등 모든 것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시승차는 옵션을 최대한으로 반영한 모델이라 보스 오디오를 장착했는데, 그 때문인지 자동차 등급이 한 단계는 올라간 느낌이다.
사실 셀토스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들은 고급 소재는 아니다. 대시보드는 두들겨보는 것만으로 플라스틱임을 금방 알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도 기아가 자랑하는 커브드가 아니라 두 개의 화면을 나란히 배열한 것뿐이다. 전자식 변속기도 기아가 여러 자동차에 널리 사용하는 것이니 대량 생산을 통해 부담을 줄였을 것이다. 밝은 색상의 가죽을 적용한 시트와 스피커 부분에서 그리고 대시보드 일부에서 빛나는 엠비언트 라이트로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안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잘 다듬어서 저렴한 자동차(!)가 아니도록 보이게 만든 능력을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바이러스 등 질병이 유행하는 시대에 플라스틱 구성품들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다소 강력한 소독액을 사용한다 해도 내장재가 손상을 입는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있어서 차 안을 깨끗하게 그리고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 이편이 훨씬 더 좋다.
중요한 건 승차감이라고!
셀토스는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1.6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2.0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 라인업을 정리했다. 디젤 엔진은 이제 더 이상 탑재하지 않는다. 아쉬운 것은 셀토스에 하이브리드 또는 PHEV 파워트레인이 없다는 것. 니로와의 판매간섭을 걱정한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하이브리드가 인기가 높은 지금의 시대에 이 정도는 추가해줘도 되지 않을까 한다. 시승차는 가솔린 엔진에 사륜구동을 조합한 버전이다.
1.6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그 내용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새로 만든 스마트스트림 1.6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니 말이다. 그렇다. 중형 세단 ‘쏘나타 센슈어스’에 탑재하는 그 엔진이다. 대신 쏘나타보다는 출력이 증가해서, 이제 최고출력이 198마력에 달한다. 그리고 그 힘은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그대로 전달된다. 사륜구동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쏘나타 센슈어스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인 셈이다.
자, 그래서 무엇이 좋아졌는가 하면 이전보다 정숙성이 올라갔다는 느낌이다. 물론 새 차에 가까운 상태이니 일부러 오른발에 크게 힘을 주지 않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을 풀어가며 연비 주행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일상적인 이동을 가정한 주행을 했다. 이전에는 그런 시점에서 엔진 회전이 조금 높아지면 소음이 그만큼 높아지면서 시끄러워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음색과 느낌이 사라졌다.
엔진도 억제되었지만, 8단 자동변속기 자체가 엔진 회전을 낮은 영역에 묶어 놓는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오른발에 과감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면, 변속기가 3000회전 이상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그 시점에서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때는 재빠르게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면 된다. 이전에 없던 패들시프트가 생기면서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사실 내리막길에서 패들시프트를 사용한 엔진 브레이크 걸기가 더 좋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서스펜션도 ‘온 가족이 사용하는 소형 SUV’라는 점에 맞추어서 잘 다듬어진 것 같다. 이전만 해도 위아래로 움직이는 범위가 작아서 요철을 만나거나 거친 길에서는 튀어 오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느낌은 현격하게 적어졌다. 대신 승차감에 맞추어서 그런지 통통 튀는 시점에서 그것이 가라앉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사실 이것도 스포츠 주행에 집중했을 때 이야기고, 일반적인 시내 또는 교외 주행에서는 거의 그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티어링도 날카로운 느낌은 없다. 조금 유격이 있는 것 같고, 스티어링을 회전시키는 범위보다는 조금 모자란 것 같이 앞머리가 돌아간다.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제일 다루기 쉬운 것이다. 만약 운전자가 날카로움을 원한다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패밀리카라는 성격상 그렇게 만들었다간 무수한 항의를 받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깊은 생각 하지 않고 운전하기에는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
셀토스는 외국 시장을 노리고 태어났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형 SUV로서는 꽤 크고 넓은 공간을 가졌고 주행 능력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소형 SUV로서 소가족 수용 능력을 갖추고 편안한 이동을 보장하는 모델로 태어났다. 가족을 위해 SUV가 필요해진 시대에, 셀토스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으로 자동차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390×1800×1605mm | 휠베이스 263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98ps
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0.8km/ℓ | 가격 3508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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