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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효율, 안정적인 BMS 관리 능력
-신선한 감각과 세련된 스타일 특징
푸조 대표 전기 SUV e-2008이 새로 돌아왔다.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고 상품성을 개선한 것.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만큼 시장에선 다시 한 번 선택 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전기 SUV 세그먼트에서 e-2008의 강점은 무엇인지 시승을 통해 확인해봤다.
새 차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며 정확히는 주행 가능거리에 있다. 지난 8월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신형 e-2008은 배터리 완충 시 환경부로부터 최장 265㎞(상온 복합 기준)를 인증 받았다. 약 230㎞대 수준을 보여줬던 기존과 비교해 11.8% 개선된 수치다.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인증에서는 345㎞를 받았다.
시승차를 받아 100% 완충했을 때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거리는 332㎞였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에코로 두면 약 10㎞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됐다. 이후 온전히 시동을 켜고 도심 주행을 이어나갔다. 신호등을 비롯해 정체 구간 등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순간에도 주횅거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전비는 평균 5.3~5.8㎞/㎾h 수준을 기록하며 제법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참고로 공식 전비는 복합 4.9㎞/㎾h(도심 : 5.2㎞/㎾h, 고속 : 4.5㎞/㎾h)다.
계기판 오른쪽에 위치한 에너지 흐름을 염두에 두고 운전에 집중하면 기대 이상의 숫자도 찍힌다. 에코와 차지 사이를 미세하게 오가며 전기 소비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효율 운전을 했을 때 차는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주행가능거리를 크게 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원을 넣기 전 제원표 숫자만 보고 불안감이 들었던 모습이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이 외에 고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속 주행을 하는 경우라면 크게 떨어질 일이 없다. 언제나 환경부 인증보다 더 높은 전비가 찍혀 여유롭게 몰 수 있다. 심지어 열선 시트와 난방 등을 가동했을 때에도 급격히 줄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능력이 수준급이다.
반면 스로틀을 활짝 열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낮은 출력의 전기차가 가진 한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전비는 물론 주행 가능거리가 빠르게 낮아지고 속도는 더디게 올라간다. e-2008은 100㎾급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인다. 단순 출력으로 환산하면 최고 134마력 정도에 그친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뿜는 전기에너지 특성상 일상 주행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성능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는 살짝 답답할 수 있다.
아쉬운 마음은 차가 가진 탄탄한 기본기다. 푸조의 전매특허인 핸들링은 여전히 만족스럽다. 굽이 치는 고갯길에서 한두 번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다.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반응으로 최상의 그립을 연출한다. 독일차 감각과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다. 또 마트나 지하주차장, 골목길에서도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핸들링이다.
이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정직하게 반응하는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한 차원 높인다. 스프링과 댐퍼의 몸놀림은 경쾌하며 일상 주행에서 하체는 노면 충격을 의연하게 흡수한다. 각 부싱들이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인데 오히려 믿음을 준다. 덕분에 요철이나 불규칙한 도로를 만나도 자신감이 생기고 깊은 코너에서도 최상의 그립을 제공한다. 낮은 시트포지션과 무게중심, 탄탄한 강성은 덤으로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를 높인다.
이 외에 안전품목의 능력도 마음에 든다. 자율 주행 2단계 수준의 주행이 가능하며 속도와 거리 조절은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앤 고, 차선 이탈 방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오토 스마트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 기능이 더해진다. 작동법이 쉽고 계기판에 커다란 그래픽으로 표시돼 현재 차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 등은 무난한 수준이며 큰 위협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외관은 기존 2008과 큰 차이가 없다. 잘 깎아놓은 조각품을 보는 듯한 범퍼, 여러 줄의 굴곡을 넣은 보닛도 그대로다. 다만 그릴 안쪽 패턴을 가로로 바꾸고 램프 사이를 붙여 최신 패밀리-룩을 따랐다. 사자 발톱을 형상화 한 세 줄의 주간주행등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적당한 크기의 공기 흡입구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돕는 라이다 센서도 아래쪽에 넣었다.
옆은 캐릭터 라인과 면의 전개가 돋보인다. 앞쪽 펜더에서 시작해 뒤로 흐르는 평범한 선을 거부한다. 양쪽 대칭으로 면을 접어 'Y'자 모양의 라인을 만들었다. 종이접기를 한 듯한 모습의 도어인데 젊은 감각과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자꾸 시선을 쏠리는 디자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유리창은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모양이며 도어 아래쪽에는 은색 몰딩을 추가해 포인트를 줬다. 보닛 끝에서 시작해 사이드미러까지 이어지는 유광 블랙 패널도 신선하다. 휠은 에어로다이내믹을 고려한 17인치가 들어가고 구름 저항을 줄인 215㎜ 사이즈의 컨티넨탈 에코컨텍트 타이어도 힘을 더한다.
테일램프는 상당히 높아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램프 사이를 잇는 두툼한 블랙 하이그로시도 통일감을 키운다. 램프 위치가 높아진 만큼 트렁크는 상당히 넓어 보인다. 세그먼트가 가진 크기보다 한 층 더 듬직해보이는 효과를 준다. 플라스틱 뒤 범퍼는 앞쪽으로 제법 튀어나와 있고 두툼하다.
실내는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어디에도 평범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음영이 짙게 깔린 대시보드와 여러 조각으로 나뉜 센터페시아만 봐도 알 수 있다. 복잡하거나 지저분하지 않고 난해한 형상으로 다루기 어렵거나 거부감이 생기는 일은 더더욱 없다.
3D 계기판은 속도 바늘과 각종 정보창이 홀로그램 위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사람 눈동자의 초점을 읽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 3D를 구현하는 방식은 아니다. 단가를 고려해 정면으로 봤을 경우에만 보이는데 운전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시보드 위에 얹어진 계기판과 아래에 위치한 스티어링 휠 조합은 시인성이 뛰어나다.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없어도 순간 가독성이 좋고 운전도 한결 편하다. 스티어링 휠은 위아래가 평평한 더블 D컷 타입이며 지름이 작아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하는 와이드 모니터는 크기가 다소 작다. 베젤도 두꺼운 편이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밑에는 적당한 크기의 송풍구와 토글 스위치 방식의 공조장치 버튼이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유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기본이다.
변속 레버는 길죽한 디자인을 삭제하고 작은 전자식 토글 타입으로 바뀌었다. 직관적인 구조로 훨씬 사용하기 편하다. 밑으로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주행 모드 조절 버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2열은 커진 차체에 맞게 확실히 넓어졌다. 차 급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며 무릎 공간이나 머리 위 공간 역시 넉넉하다. 다만 유리창 면적이 작고 높아 개방감은 다소 떨어진다. USB포트는 2개를 준비했지만 전용 송풍구나 컵홀더는 따로 없다.
트렁크는 단을 나눠 활용도를 높였다. 위쪽 판을 올렸을 때 거치할 수 있는 지지대를 설치해 편의성도 키웠다. 분할시트(풀 플랫 정도는 아니다)로 2열을 접으면 제법 크고 넓은 공간이 나온다. 보닛에 별도 수납은 없지만 트렁크 만으로도 충분할 듯하다.
푸조의 새 전기 SUV는 도로 위 시선을 훔치는 데에 특별한 재주가 있다. 매 순간이 즐겁고 신선하며 볼수록 호기심과 즐거움을 자극한다. 실전에 강한 주행거리와 브랜드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도 완성을 높인다. e-2008은 분명한 소비층을 정조준한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강조하면서 도심 속 일정한 주행 패턴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격은 알뤼르 5,090만원, GT 5,3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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