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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확장되는 주행 감각, 페라리 296 GTB

supelta 2022. 11. 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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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확장되는 주행 감각

 

FERRARI 296 GTB

296 GTB는 지금까지 등장한 양산 차 중 핸들링 반응이 가장 빠른 모델이다.

296 GTB과 마주하자 나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외형 디자인은 21세기 자동차 공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차의 모든 부분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공기 역학 같은 기능성을 만족시키는 결과다. 이 차는 분명 여느 슈퍼카와 다른 부분이 있다. 그렇게 기획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기는 페라리의 기함SF90과 비교할 때 길이가 20cm가량 짧다. 하지만 폭은 고작 20m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에 앞 오버행이 긴 디자인. 근육처럼 위로 튀어나온 뒷바퀴 팬더가 역동성을 더한다.

앞 범퍼 하단과 좌우에 일일이 설명하면 입이 아플 만큼 많은 공기역학 구조물이 달려있고, 뒷 범퍼와 디퓨저는 냉각 성능과 다운포스를 극대화할 디자인이다. 지붕 바로 뒤, 엔진룸 쪽으로 이어지는 곳에 작은 스포일러 형상의 구멍이 있다. 손을 깊숙이 넣으면 손가락 마디 어딘가가 껴서 빠지지 않을 것처럼 얇은 구멍이다. 이건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아주 작은 부분의 공기 흐름까지 제어하겠다는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액티브 모바일 윙이라고 불리는 리어 스포일러는 평소엔 범퍼 안쪽에 숨겨져 있고, 주행 속도가 높아지면 솟아오른다. 페라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다양한 구조물을 통해 고속에서 공기 저항은 크게 줄었으며, 동시에 자동차 전체에 걸쳐 약 360kg 수준의 다운포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엔진 룸은 유리 커버로 덮여 있다. 엔진 룸을 위로 활짝 열면 기대했던 빨간색 페라리 엔진 커버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안쪽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엔진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엔진 배기 시스템과 터보차저를 감싸는 철제 커버다. 엔진 블록 자체 높이가 그만큼 낮다. 옆에서 볼 때 뒷바퀴 높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파워트레인의 무게 중심을 전체적으로 끌어내리는 과정으로 머플러 팁도 뒷 범퍼 중심에 싱글 팁 디자인으로 자리 잡는다.

시승 차에는 옵션인 ‘아세토 피오라노’가 포함된다. 차량의 주행 성능을 최대화로 끌어올리는 패키지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공기역학 장치뿐 아니라 도어 트림, 센터 콘솔, 리어 캐비넷, 시트 등 실내 곳곳을 탄소섬유 부품으로 변경된다. 운전자와 엔진 룸 사이에 유리 스크린을 초경량으로 교체하는 등 차 무게를 12kg 이상 줄여준다. 1960년대 등장한 250LM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리버리(앞 범퍼부터 차를 관통하는 스트라이프 도색)도 포함된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으로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최신 자동차에서 흔히 보이는 중앙 정보창은 계기반과 통합되어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 버튼이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 버튼의 가짓수와 기능으로 따지면 포물러1 경주차보다 많을 수 있다. 터치형 시동 버튼부터 주행 모드와 자세 제어 장치, 방향 지시등, 와이퍼, 전조 장치, 오디오 및 계기반 조작 터치 패널까지 모두 스티어링 휠 안에 달렸다. 설명서를 보지 않으면 오디오 조작 버튼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스티어링 휠 뒤 5시 방향에 작은 돌기를 약지로 제어해야 한다. 실제로 도로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에 맞춰 모든 손가락을 마치 피아노 치듯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레이스카를 타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다. 딱 한 가지 불만은 복잡한 인터페이스 대비 조작이 명확하지 않은 9시 방향 터치 패널이다. 커다란 중앙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쉽게 누르는 최신 자동차에 비한다면, 복잡한 차의 기능을 엄지손가락으로 확인하고 명확하게 조작하는 데 한계가 있다.

Cyberpunk

296 GTB 스티어링 휠에 터치식 주행 모드 설정 장치, e마네티노가 있다.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순수 전기 모드(eD)를 누르면 엔진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춘다. 대신 ‘윙~’하는 가상 전기사운드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eD 모드에 선 시속 135km까지 엔진 없이 달릴 수 있다. 배터리 풀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25km이다. 이때 가속력은 일반 해치백처럼 경쾌한 수준이다. 차 주변으로 공기가 흘러가는 소리와 커다란 광폭 타이어가 노면의 미세한 돌이 타이어에 붙었다가 차체로 튀기는 노면 소음만 서라운드로 들린다. eD 외에도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퀄리파잉 주행 모드가 있다. 각 모드는 배터리 재충전과 방전의 매니지먼트가 핵심이다. 하이브리드 모드가 회생 제동 충전과 출력의 균형이라면 퍼포먼스는 모터 출력에 집중해 운전 재미를 끌어올린다. 퀄리파잉 모드에서는 배터리와 모터 출력을 최대치까지 끌어내 최대 830마력(75.4kg·m)을 발휘한다.

페라리의 측정 데이터로는 퀄리파잉 모드에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2.9초다. 이 가속력을 운전석에서 경험해본다면 주변의 풍경을 먹어 치우며 총알처럼 가속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두 가지다. 먼저시스템 출력 1,000마력인 SF90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면 네바퀴 굴림인 SF90에 비해서 뒷바퀴 굴림 특유의 짜릿함이 있다. 차가 덜(?) 안정적이고, 그래서 등 뒤에서 운전자를 밀어붙이는 느낌이 더 강하다. 두 번째는 출력이나 구동 방식에 비해 타이어 로스, 즉 휠스핀이 심하지 않다. 풀이하자면 엔진과 전기모터 에너지가 고스란히 노면으로 전달된다. 305mm 미쉐린 PS4S 타이어의 접지력도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주행 성능을 뒷받침하는 전체 드라이브 트레인의 시스템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페라리 296 GTB 앞뒤 무게 배분은 40.5 대 59.5다. 이는 뒷바퀴에 유지되는 접지력 관점에서 본다면 가속 중심 설계라 볼 수 있다.

퀄리파잉 모드에서 가속력은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운전석에서 저 멀리 보이는 위치에까지 순간이동에 가깝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한 이후에 가속력이 둔해지는 구간을 만나려면 시속 250km 이상을 넘어야 한다. 사실 그 뒤로도 숨 한번 크게 쉬지 않고 탑 스피드 구간을 넘나든다. 엔진 회전 바늘은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급하게 회전한다. 반면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변개처럼 엔진 레드존에서 다음 단으로 출력을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차의 무게가 안정적으로 뒷바퀴로 전해지며 노면까지 전달된다. 엄청난 힘을 언제든 자연스럽게 분출하고, 타이어 접지력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실로 경이롭다. 이 구동계가 진짜 매력적인 이유는 즉각적인 응답성에 있다. 가속 페달을 갑자기 밟았을 때, 엔진이 물리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운 찰나의 순간에 전기모터에서 출력을 쏟아내면서 곧바로 반응한다. 페라리는 이 과정에서 지연된 시간을 ‘0’으로 설명한다. 공학적인 과점에서 이건 새로운 형태의 ‘감성’이다. 엔진에 회전수에 따라 발생하는 진동과 폭발적인 굉음 같은 아날로그 감성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경계에서 운전자를 매료시킬 사이버펑크. 70년이 넘는 페라리 내연기관 기술 노하우에 소프트웨어 코딩이라는 미래형 감성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296 GTB가 다른 페라리와 차별화를 두는 부분은 코너링 성능이다.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앞머리가 마치 바닥에 고정된 기차 레일을 따라 움직이듯 선회를 시작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회전 응답성이 이렇게 빠른 차는 경험한 적이 없다. 핸들링 반응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첫 번째 코너를 돌파하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최근 등장한 SF90을 경험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다는 설명이 적합하다. 손과 엉덩이로 느껴지는 핸들링 감각이 극대화된 것 같았다. 마치 레이싱 시뮬레이터에서 비현실적으로 세팅된 차를 운전하는 듯했다.

코너링은 돌파한다는 표현보다 칼로 중심을 찌르는 듯하다. 앞바퀴 앞으로 뻗어 나온 긴 노즈는 주행 중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필요할 땐 돌덩이처럼 단단하지만, 요철이나 변수가 등장할 땐 나긋하다. 사실 일반도로에서 서스펜션이 눌리는 감각이 거의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레이싱카처럼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위화감은 금방 사라진다. 섀시가 어찌나 유연한지 고속에서도 다루기 쉽다는 착각마저 든다. 주행 속도가 높아지면 액티브 모바일 윙이라 불리는 공기역학 장치가 뒷 범퍼 안쪽에서 위로 솟아오른다. 일반도로에선 이 장치가 움직일 때 다운포스에 효과를 완벽하게 체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속 주행에서 차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차분하다. 노면으로 차가 밀착하는 느낌이고 이때 루프 위로 공기가 흐르는 바람 소리도 커진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인상적이다. 저속에서 칠판을 긁는 듯한 소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급제동 시 얼굴에 두 볼이 앞으로 쏠려서 얼얼할 만큼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자세제어 장치를 모두 끄고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면 뒷타이어가 노면을 할퀴며 흰색 연기를 뿜어댄다. 이 차를 운전할 때 꼭 경험해야 할 부분은 드리프트다. 자동차가 횡으로 미끄러지면서도 민첩하게 가속한다. 드리프트 중에 핸들링이 날카롭다고 생각한 차는 처음이다.

맞다. 하루라는 짧은 시승으로 이 차의 모든 면면을 완전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짧은 경험으로도 확실한 것은 페라리가 주장하는 ‘운전의 재미를 완벽히 재정의한 차’가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296 GTB는 구시대적 감성을 애써 강조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에 매료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박물관에 전시된 미술품처럼, 이 차는 이전엔 없던 새로운 창조물이자 도로 위를 달리는 예술품이다. 뛰어난 균형과 안정감으로 운전하기 정말 좋은 차다. 모든 움직임이 명확하고 빨라서 매 순간 스릴이 넘친다. 부드럽고, 동시에 강렬하다. 이런 종합적인 관점에선 비싼 가격표가 나름대로 합당해 보인다. 페라리를 가격으로 평가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엔지니어링으로 사용자를 만족시킨다.

탄소섬유 패널에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는 현대 조형 미술품처럼 멋진 디자인이다. 시트를 젖히면 나타나는 뒤쪽 짐 공간은 여행 가방 두 개를 넉넉하게 보관할 정도이고, 그물망으로 크기가 작은 물건을 고정하기에도 좋다. 앞쪽 프렁크에도 여행 가방을 수납할 공간이 있고,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할 케이블도 평소에 여기에 보관한다. 배터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296 GTB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이다. 그래서 자동차 양면에 주유구와 배터리 충전기 연결 장치가 각각 마련된다. 요즘 슈퍼카 시장에서 PHEV 구조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이 차를 단순 PHEV 이상으로 설명한다. 군더더기 없이 숫자로 조합된 이름에서 알 수 있다. 296은 ‘2,992cc 배기량에 V6 실린더 엔진을 쓴다는 말이다. 맞다. 어쩌면 “고작 3.0L, 6기통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페라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를 타보고 나면 페라리 엔지니어들이 자랑스럽게 296이란 이름을 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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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ari 296 GTB

레이아웃 미드 엔진, PHEV, RWD, 2인승, 쿠페  엔진+전기 모터 V6 3.0L, 663마력+167마력  시스템 출력 830마력/8,000rpm, 75.4kg·m/6,250rpm  변속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휠베이스 2600mm  길이×너비×높이 4,565×1,958×1,187mm  복합연비 15.6km/L  CO₂배출량 149g/km  무게 1470kg  기본 가격 4억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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