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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6기통의 맛! 기아 K8 1000km 시승기

supelta 2022. 11. 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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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기아 K8 V6 엔진은 특별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V6 엔진이란 사실은 이미 유명한 얘기. 연료분사 시스템이 남다르다. 말 많고 탈 많던 GDI(가솔린 직분사)도 아니고, 효율 나쁜 MPI(흡기 포트 분사)도 아니다. 둘을 한 데 엮은 듀얼분사 시스템이다. 게다가 자연흡기다. MPI 신뢰성과 GDI의 효율, 자연흡기 V6 감성까지 모두 품었다. ‘<탑기어> 1000km 시승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으로 K8을 꼽은 이유다.

사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다. 지난달 K3과 함께한 1000km가 다소 힘들었기에 일부러 편안한 준대형 세단을 골랐다. 과연 K8은 얼마나 다를까? V6 엔진의 감미로운 회전 질감을 기대하며 서울-파주-담양을 가로지르는 1000km 여정에 올랐다.

시작은 듬직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닛 양쪽으로 솟은 네모난 굴곡이 시야 아래를 채우며 길쭉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넓다. 본래 전체 너비가 1875mm로 넓은데, 대시보드와 문짝이 둥글게 이어져 공간감이 더욱더 크다. 현대 1세대 에쿠스 전 차주로서 자존심 상하는 얘기지만(오래됐어도 브랜드 기함이었다) K8 주행 느낌은 에쿠스를 쏙 빼닮았다. 커다란 덩치감은 물론 낭창낭창한 승차감에 에쿠스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잘한 노면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느긋이 보닛을 흔들며 충격을 둥글린다. 이전 세대까지만 해도 짙게 풍기던 중형 세단 냄새를 완전히 지웠다.

손을 올려놓기 좋지만, 이따금 '눈뽕'을 선사하는 시프트레버 주변 / 14개 스피커로 꾸린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입체적인 테일램프 / 독특하게 꾸민 C필러 장식

언제나 그렇듯 서울·경기권 도로는 꽉꽉 막힌다. 이 상황에서 에쿠스가 또 떠올랐다. 가다 서다 반복하는데 차가 자꾸 훅 튀어 나간다. 옛날 대형 세단이 마치 ‘넘치는 V6 힘을 느껴봐!’라며 과시하듯이 가속 페달을 예민하게 조율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꽤나 민감하다.

파주를 찍고 천안으로 내려갈 때까지 교통 상황은 계속해서 거북이걸음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도로 위는 이상하리만치 차가 많다. K8 트립컴퓨터 평균연비는 오랜 정체 속에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다. 1L에 6km를 지나 5km대까지 떨어졌다. 3.5L 대배기량 엔진이 숨만 쉬어도 기름을 들이켜는 데다 저속에선 비교적 효율 나쁜 MPI로 연료를 뿌리는 바람에 연비가 더더욱 나쁘다.

계기판에 날씨를 넣어 도로 풍경을 비슷하게 표시한다

다행히 남쪽에 다다를수록 숨통이 점차 트였다. 뻥 뚫린 도로와 V6 엔진. 기대하고 기대하던 가속력 검증 시간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부리나케 8단 변속기가 저단 기어를 물며 rpm(엔진회전수)을 끌어 올린다. 가속이 처음엔 뜨뜻미지근하더니 이내 화끈하게 솟는다. 기분이 다 상쾌하다. V6 엔진이 속 시원한 소리를 퍼뜨리며 고회전으로 치달으면, 태코미터 바늘과 함께 토크가 폭발하듯 끓어오른다. 6500rpm 부근에서 싹둑 기어를 바꿔 무는 변속기가 원망스러울 지경. 엔진회전수가 오르면 도리어 토크는 고꾸라지는 터보가 판치는 요즘 시대에 느끼기 힘든 대배기량 자연흡기 맛이다.

GDI와 MPI를 한데 엮은 V6 3.5L 스마트스트림 엔진

최고출력 300마력 힘으로 내달리는 쾌감도 좋지만, 이 차의 매력은 부드럽게 항속할 때 더 도드라진다. 시속 100~110km로 정속 주행하면 6기통 회전 질감은 잔잔하게 가라앉고 기다란 5m 차체는 도로 위를 매끄럽게 미끄러진다. 차분하고 평화롭다. 그리고 조용하다. 어찌나 조용한지 1000km 여정을 함께한 동승자는 훗날 “이 차를 타다 내 기아 모닝을 탔더니 창문이 없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밀도를 높인 흡·차음재, 도어접합부 3중 밀폐, 1·2열 이중접합 차음유리, 트렁크 위쪽까지 감싼 패드 등 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은 노력이 빛났다.

광주광역시 도착. 중간 연비를 확인하려 트립컴퓨터 연비를 봤다가 깜짝 놀랐다. 1L에 5km대까지 떨어졌던 누적 연비가 10km를 넘어서고 있었다. 정체가 풀린 후부터 기록한 연비는 더 가관이다. 모두 160km를 1시간 43분 동안 달리면서 1L로 18.3km를 달렸다. 고속에서는 연료를 GDI 방식으로 뿌리기 때문일까? 고속 연료 효율이 기대를 한참 웃돈다.

반환점인 전라남도 담양에선 잠깐이나마 고갯길을 누빌 수 있었다. 부드러운 세단인지라 기대도 안 했건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실력이 출중하다. 코너에 빠른 속도로 던져 넣으면 코너 안쪽 바퀴까지 무게를 균등히 싣고 안정적으로 탈출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할 수 있는 비결은 저중심 3세대 플랫폼이다. 서스펜션이 물러도 무게중심이 낮으니 버텨야 할 쏠림 자체가 적다. 물론 댐퍼를 탄탄히 조이는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한몫 단단히 한다.

담양에서 확인한 누적 주행거리는 650km. 서울까지 조금 돌아서 올라가면 1000km 목표 달성이다. 늦은 밤길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전라북도 끝자락을 지날 때쯤 동승자가 말했다. “우와 신기하다. 온종일 달렸는데 하나도 안 피곤해!” 시트 등받이를 거의 180도로 눕혀서 자놓고는 신기하다니…. 그래도 운전자도 편하긴 했다. 몸과 정신이 달린 거리가 무색하게 쌩쌩했다. 역시 길쭉한 고급 세단, 특히 V6은 장거리 여행용으로 딱이다.

덕분에 쉬지 않고 서울까지 달려 1000km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대망의 연료 효율은? 21시간 21분 동안 누적 1003.5km 달리면서 1L에 14.5km를 기록했다. 대부분 느긋하게 달리긴 했으나, 가끔 급가속하고 정체 도로를 적잖이 통과했는데도 연비가 꽤나 높다. ‘풀투풀’ 주유 결과도 비슷하다. 중간 주유와 최종 주유를 합쳐 모두 70.66L 들어갔다. 주유량으로 계산한 연비는 14.2km/L. 훌륭하다.

하아, 큰일 났다. 기아 K8과 1000km를 달린 후 그동안 (연료비 때문에) 애써 억눌러왔던 6기통 세단을 향한 갈망이 폭발했다. 엔진회전수가 오를수록 힘도 치솟는 자연흡기 특성은 상쾌하고 6기통 회전 질감은 매끄럽다. 준대형 세단답게 승차감은 차분하고 편의장비는 차고 넘친다. 이런 차가 연비까지 준수하다니…. 방법은 하나뿐이다. 오랜만에 막막한 부채 현황이나 들여다봐야겠다.

글·사진 윤지수

 


<탑기어> 1000km 시승기

- 기아 니로 1000km 시승

https://v.daum.net/v/EfA9ZhVVgV?f=p

- 기아 K3 1000km 시승

https://v.daum.net/v/xXMdGfGMOm?f=p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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