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에게도 분명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호시절 동안 과연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이탈리아 브랜드가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중요한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SUV 영역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기가 바뀐 이래로 SUV라는 자동차는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브랜드들 모두에게 확실한 돈벌이가 되었다.
다른 어떤 SUV보다도 이를 결정적으로 잘 보여준 것은 포르쉐 마칸이다. 지난 8년 동안 놀라운 판매 성공을 거두었고, 높은 성능과 높은 무게중심이 상호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예리한 운전자들에게 입증했다. 따라서 마세라티가 마칸이 자리한 매우 수익성 높은 D-세그먼트 SUV의 파이를 훔치려 나설 때까지 이렇게 오래 기다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그레칼레는 진흙을 뿌리며 달릴 분위기를 가진 첫 번째 마세라티는 아니다. 2016년에 나온 더 큰 SUV 르반떼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마칸만큼 콤팩트하거나 운전자에게 집중하지 않았으며, 포르쉐 카이엔의 존재감과 압도적인 근력을 갖추는데 실패했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빈사 상태에 빠진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생명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새로운 MC20 슈퍼카와 함께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그레칼레는 적어도 주어진 수치상으로는 르반떼와 같은 실수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신참이 이 파티에 늦은 것(매우 매우 늦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마세라티는 신차가 고객들을 마세라티 전시장 중 한곳으로 불러 모으는 신선한 공기의 바람(그레칼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지중해의 바람 이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 중 많은 수는 기존 마세라티 고객이 아니고 그레칼레를 통해 브랜드에 입문하게 될 것이다.
우선 그레칼레는 놀랍도록 역동적인 스텔비오 콰드리포글리오와 마찬가지로 알파로메오의 조르지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차축 사이가 50mm까지 확장되었다(덕분에 전체 길이가 4.8m 이상이다).
즉, 그레칼레는 뒷좌석 승객의 탑승 공간이 대부분보다 넓고, 570L의 적재공간 또한 경쟁자들을 걷어찬다. 이런 차들이 목표로 하는 가족들에게는 이러한 점들이 중요하다.
뻣뻣한 서스펜션 탓에 종종 차가 심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고속화 도로에서 트로페오는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단호하게 노선에 충실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올해 나올 순수 전기차 그레칼레 폴고레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분의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이 전기의 전자가 아니라 무연휘발유라면, 당신을 흥분시킬 차는 플래그십 트로페오 모델이다.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MC20에 사용된 새로운 엔진, 마세라티의 자체 개발 네튜노 V6을 디튠하여 탑재한다. 슈퍼카의 혼을 담은 SUV라니 정말 기대되지 않는가?
그러나 그 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내용이 있다. 우선, 우리가 차를 타는 시간은 짧았고 대부분 밀라노 주변 도심 및 교외 경로로 제한되었다. 전형적인 그레칼레가 주행할 가능성이 높은 도로 환경의 사실적 시뮬레이션이지만, 신차의 역동적인 성능을 진정으로 깊게 파고들 수는 없는 환경이다. 또한 모든 시승차에는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다. 주위 온도가 섭씨 24도일 때는 이상적이지 않은 조건이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그레칼레는 시각적으로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모양 자체는 약간 일반적이지만, 마칸보다 더 커 보이고, 이 차의 유산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마세라티임을 말해주는 신호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브랜드의 트레이드마크인 전면 그릴과 3개의 통풍구를 가진 앞쪽 펜더가 있으며, 물론 세 갈래로 갈라진 커다란 막대기를 흔드는 것보다 더 많은 삼지창 로고도 있다.
트로페오 모델은 네 개의 배기구, 더 커다란 크로스 드릴드 브레이크 디스크들과 거대한 캘리퍼(앞바퀴 6P, 뒷바퀴 4P)들을 감싼 21인치 알로이 휠, 34mm 확대된 1982mm의 리어 트랙을 가져 더욱 돋보인다.
차에 오르면(매끄러운 외부 도어 손잡이에 출입을 위한 터치 감지 버튼이 숨겨져 있음) 최고급의 전통으로부터 풍성한 이태리식 럭셔리함이 배어 나오는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부드럽고 정교하게 꿰맨 가죽이 거의 모든 표면을 덮고, 운전 위치는 나지막한 느낌이지만 일반적인 SUV 정도의 높이를 제공한다.
또한 다수의 디지털 화면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연결성도 있다. 대시보드 위에는 트레이드마크인 마세라티 시계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제는 가상 개인 비서 '안녕, 마세라티'도 호스팅하여 구성할 수 있는 디지털 아이템이 됐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고급스럽지만 일부 스위치 기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트렁크 용량은 570리터다. 스텔비오의 경우 525리터, 마칸은 488리터이다
전반적으로 보기에 좋고 작동도 잘 되지만, 실행 과정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 터치 감응 표면은 때때로 반응을 얻기 위해 다시 찔러줘야 한다. 푸시 버튼 기어 셀렉터와 같은 일부 조작장치는 프리미엄 자동차보다는 피아트 판다에 가까운 거친 품질을 가지고 있다.
두꺼운 림을 가진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두 개의 원형 다이얼이 달려있다. MC20 소유자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하나는 주행 모드(일반 그레칼레와 마찬가지로 오프로드, 컴포트, GT, 스포츠가 있고 트로페오에는 하드코어인 코르사 모드가 추가된다)를 제어한다. 다른 하나는 523마력 V6 3.0L의 시동 버튼이다.
MC20에서처럼, 네튜노는 낮은 회전수부터 지연 없이 넘치는 힘을 제공한다. 또한 매우 적은 노력만으로도 수월하게 그레칼레를 노골적인 속도까지 끌고 간다. 다만 청각적으로는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기대만큼 으르렁거리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려면 스포츠나 코르사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7000rpm을 막 넘긴 레드라인부근에서 찢어지는 소릴 낼 때까지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날카로운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그레칼레 트로페오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8초로, BMW M3보다 빠르다고 주장한다. 수치가 제시하는 것처럼 실제 체감되는 성능도 빠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또렷하고 빠른 변속을 제공한다(코르사에서는 다소 성급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기어들을 제자리로 보낼 때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처박을 정도의 폭력성을 보인다).
브레이크는 저속에서 예민하게 꽉 잡히지만 열심히 달릴 때는 강력하고 점진적인 제동을 제공한다.
스티어링은 빠르고 정밀하며 배분이 적절하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전해 코너로 들어간다. 턴인 시 윈터 타이어로 인한 앞바퀴의 접지력 손실은 뒷바퀴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그립과 공격적으로 열심인 전자제어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에 의해 상쇄된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 운전자가 원한다면 미묘한 각도로 옆으로 미끄러뜨리길 즐길 수 있다.
여름용 타이어를 끼우면 그립이 훨씬 더 끈적하게 작용하겠지만,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이 자동차 본연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확실히 마칸보다 더 장난스럽게 느껴지지만, 독일차의 주철 같은 침착함, 에어 스프링(보통 모델에는 옵션, 트로페오에는 기본) 위에 얹힌 차체의 팽팽한 초기 움직임을 따르지 못한다. 어댑티브 댐퍼는 코너 중간의 요철에 의해 흔들릴 때 들썩거리고 붕 뜨는 걸 허용해 상당한 질량을 느끼도록 만든다.
트로페오가 제대로 통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코르사 모드뿐이다. 하지만 차체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연성 부족으로 인해 깨질 것 같은 불안함을 동반한다. 이는 운전자로 하여금 아주 작은 요철을 지날 때도 움츠러들게 만든다.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성된 인테리어는 차체가 흔들리고 떨릴 때 이상한 덜컥거림과 공명 소리를 낸다.
댐퍼를 느슨하게 하면 내재된 견고함은 유지되지만, 더 큰 기복에 보다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태평한 자세와 도로 및 풍절음으로부터의 인상적인 격리가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푹 꺼진 맨홀 뚜껑이나 도로 이음매를 지날 때의 처리는 덜 능숙하다. 충격파가 차의 골격에 전해지면서 평화가 깨진다.
장거리 주행이 그레칼레의 장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울퉁불퉁함이 심한 도심 구간은 대부분 전혀 그렇지 않다.
분명히, 우리는 그레칼레를 대표할 수 있는 타이어와 제대로 된 도로 조건에서 다시 시승할 때까지 이 차에 대한 최종판결을 미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첫 시승만 놓고 보더라도 마칸처럼 역동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정교하게 다듬었다거나, 원석을 깎아 만든 완전체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좋은 차가 될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아직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레칼레에겐 매력이 있다. 브랜드 역사의 로맨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금을 울릴 것이다. 게다가, 이 차는 매우 실용적이다. 또한, 기분 내킬 때는 엔진이 기운을 북돋아주고 정말로 엄청난 속도의 전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커다란 SUV가 새로 나오는 것은 세상이 원하는 해답이 아닐지 모르지만, 당신은 결국 그레칼레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 차가 잘 팔릴수록 마세라티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덜 얽매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MC20의 엔진을 품었을까?
마세라티는 그레칼레 트로페오가 MC20과 V6를 공유한다고 말하지만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레칼레 SUV의 엔진 파워가 더 낮을 뿐 아니라(523마력과 621마력) 드라이 섬프가 아닌 웨트 섬프를 가졌다.
또한 일상에서의 사용에 더 적합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스로틀 개방이 약할 때는 연료 절약을 위해 우측 실린더 뱅크의 작동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꽤 단순하게 들리지만, 마세라티는 이를 위해 수정된 밸브 기어와 오일 통로를 갖춘 완전히 새로운 엔진 헤드 설계가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뮬러 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사전 연소 시스템은 여전하다. 출력과 효율을 모두 향상시키는 2단계 연소에는 한 쌍의 연료 분사 시스템과 실린더당 두 개의 스파크 플러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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