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는 온전히 배터리로만 구동되는 레인지로버 전기차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전면. 사진 연선옥 기자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시초인 재규어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는 험난한 길을 주파할 수 있는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갖고도 우아한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을 강조한다. 덕분에 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계 SUV 시장에서 레인지로버는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어서 판매량이 많지는 않아도 1970년 처음 등장한 후 ‘고급 SUV의 정석’으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최근 5세대 모델이 출시된 레인지로버를 시승했다. 주행력과 승차감 등 모든 면에서 진화한 새로운 레인지로버는 일반 도로를 달릴 때 승차감도 부드러웠지만, 오프로드에서 탑승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다른 브랜드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굵직한 바위가 가득한 오프로드를 지날 때 흔들림이 많지 않았고, 충격이 거칠다는 느낌이 없었다.
최대 90㎝ 깊이 물 건너고 진흙 길 주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레인지로버 시승 행사를 위해 강원도 홍천 일대에 상당한 면적으로 오프로드를 조성했는데, 바퀴 절반이 잠길 정도의 물웅덩이와 계곡 길, 진흙·모래밭과 3m가 넘는 경사면, 범피(bumpy·울퉁불퉁한) 코스도 만들어 놨다.
랜드로버는 “독립적인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덕분에 차 실내를 노면의 결함으로부터 분리해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며 “이 서스펜션은 랜드로버가 개발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컨트롤 소프트웨어로 제어돼 주행 환경에 따라 지상고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승한 모델은 4.4L V8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레인지로버 P530 모델로, 최고 출력 530마력, 최대 토크 76.5㎏·m의 성능을 낸다. 차체가 꽤 크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에 불과하다. 8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엄청난 힘이 거친 도로를 부드럽게 누르며 주행했다. 레인지로버는 최대 90㎝ 깊이의 물도 건널 수 있게 공기 흡입구가 높이 설계됐다.
창문 밖으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물 아래는 길이라고 보기 어려운 울퉁불퉁한 노면이 계속됐지만, 주행은 거침이 없었다. 진흙에 가까운 경사면을 오를 때도 접지력이 좋았다. 범피 코스는 전문 인스트럭터(강사)가 조향 방향을 지시해 줘야 할 정도로 험하게 조성됐는데, 레인지로버는 바퀴 한쪽이 완전히 들린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험로를 뚫고 나갔다.
오프로드를 지나는 ‘레인지로버’.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레인지로버’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차체 강성 높이고 실내 소음, 진동 제거
랜드로버는 오프로드 성능을 끌어올리고 전 세계 소비자가 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첨단 시스템을 대거 탑재했다.
회전 구간을 지날 때 차체가 쏠리는 롤 현상을 줄이는 새로운 컨트롤 시스템과 주행 상황을 초당 100회 모니터링해 앞뒤 액슬(차축) 간 토크를 적절하게 분배해 최적의 구동력을 내는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탑승자가 느끼는 소음이나 진동도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활동이 많은 기업인의 의전용 차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 실내에 전달되는 엔진 소리와 휠 진동, 타이어 소음을 모니터링하고 진동과 소음 제거 신호를 생성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한 것 같은 차분한 실내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강철로 제작된 벌크헤드(스티어링 휠과 엔진룸 사이 칸막이)는 노면에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을 기존 모델 대비 24% 감소시켜 정숙성을 높였다.
모든 바퀴가 움직이는 ‘올 휠 스티어링’ 기능은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전기로 작동되는 리어(뒤) 액슬은 최대 7.3도 조향하는데, 저속에서 리어 액슬을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민첩성을 높이고 고속 주행 시에는 리어 액슬이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줬다.
외부 강성도 크게 높였다. 레인지로버는 엔진차부터 전기차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MLA-플렉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됐는데, 이 플랫폼은 80%가 넘는 알루미늄을 포함한 특수 합금을 곳곳에 적용해 차체 강도를 높였다.
새로운 레인지로버의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차의 패널 사이 간격(셔트라인)을 이전의 절반으로 줄이고 문과 창문을 훨씬 더 매끈하게 연결해 세련미를 배가시켰다. 정교한 디자인 덕분에 레인지로버는 0.30Cd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내부 디자인은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중앙에는 13.1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는데 티맵 모빌리티의 ‘T맵’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다. 운전자 오른쪽 수납공간은 냉장 기능이 있어 시원한 물을 보관하기 좋다.
새로운 레인지로버는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축간 거리)가 75㎜ 늘어나 공간이 더 여유롭다. 뒷좌석의 승차감도 부드럽지만 외부 소음을 잘 잡아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솔린 모델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6.8㎞다. 5인승·7인승 모델이 나왔는데, 가격(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은 2억397만~2억3047만원이다.
이번에 출시된 레인지로버 디젤 모델(D350)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됐는데, 내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2024년에는 온전히 배터리로만 구동되는 레인지로버 전기차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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