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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INE 4MOTION
2010년대 후반부터 SNS를 중심으로 한 가지 단어가 유행한다. 마음을 자극하는 무언가에 대해 ‘XX 감성’ 등으로 칭하는 ‘감성’이다. 아마 독자들도 익숙하게 쓰고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이 감성이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카페는(주로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이 잘 나오는 카페일 것이다) 물론이고 식당 혹은 주요 관광지마저 이 ‘감성’이라는 말을 남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단어 남용이 가식적이라며 ‘갬성’이라고 비꼬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자동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대상은 역동적인 성능으로 마음을 울리는 고성능 모델이다. 현실적인 사정으로 고성능 자동차를 손에 쥐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고성능 감성’을 부여하는 것은 언제나 사랑받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를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 것이고, 그 다양한 취향은 브랜드 입장에선 모두 수익으로 연결되니 말이다.
물론 접근 방식은 브랜드마다 혹은 차종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브랜드는 간단한 드레스업만 제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브랜드는 가벼운 성능 튜닝까지 거치기도 한다. 그에 따라 부르는 명칭과 모습도 제각각이니 자동차 마니아들이 아니라면 한눈에 그 차이들을 알아보기는 무척 어렵다.
어쨌든 오늘 만날 폭스바겐 아테온 R-라인 4모션은 기본 모델에서 R-디자인 패키지가 적용되어 드레스업과 몇 가지 추가 옵션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입은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외형에서 바뀐 부분은 프런트 및 리어 범퍼의 형상과 립 스포일러, 20인치 휠 정도다.
프런트 범퍼는 조금 더 볼드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원래 인상도 무척 날카로웠는데, 거기에 굵은 선을 한 줄 추가하면서 강렬함을 더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R 로고로 감성 점수를 더했다. 측면을 바라보면 새롭게 적용된 20인치 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법 복잡한 디자인이지만 아테온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또한 프런트 펜더의 가니시에도 R 로고가 붙어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차이다.
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조금 더 재미있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먼저 크롬 쿼드 배기 팁이 적용됐다.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는 것은 아니지만, 고성능의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시각적인 효과가 충분할 것이다. 트렁크에 붙은 스포일러 역시 기능상으로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충분히 멋스러운 요소다.
인테리어에 적용된 가장 큰 변화는 R-라인 전용 시트라고 말할 수 있다. 티타늄 나파 가죽이 적용된 버킷 타입의 시트는 보기보다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본 모델에는 적용된 통풍 시트가 버킷 시트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인데,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것이다. 놓치기 쉬운 작은 변화 한 가지는 스티어링 휠에 붙은 R 로고다. 아마 오너가 아니라면 이 R 로고를 볼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또한 하만 카돈의 사운드 시스템도 R-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기본 모델의 오디오와 비교하면 저음이 확실히 강조된 편이다. 덕분에 신나는 음악을 틀었을 때 잘 어울리는 오디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엔진과 변속기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을 추가했다. 트윈 도징 시스템을 사용하는 EA288 evo 2.0 TDI 엔진은 7단 DCT와 맞물리며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뿜는다. 엔진의 스펙을 읽은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요즘 시대에 무슨 디젤이냐며 역정을 낼 수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엔진을 직접 경험해본다면 그러한 말이 쏙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진동과 소음은 더 이상 디젤의 약점이 아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디젤 특유의 기분 나쁜 진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 역시 가솔린 부럽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특정 브랜드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탈탈거리는 소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진동과 소음은 더 이상 디젤의 약점이 아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디젤 특유의 기분 나쁜 진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 역시 가솔린 부럽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특정 브랜드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탈탈거리는 소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연비는 여전히 좋다. 아테온 R-라인 4모션의 복합연비는 13.8km/ℓ이며 특히 고속연비는 16.2km/ℓ에 달한다. 이에 더해 디젤 엔진의 특성상 연비의 편차가 크지 않으며, 고속연비는 공인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달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번 시승에서 달성한 고속도로 주행 최고 연비는 20.3km/ℓ다. 다만, 연비 측정을 위한 시승이 아니기에 정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으며, 도로의 흐름에 맞추어 일반적인 주행을 했을 때 달성한 연비이니 참고하자.
또 다른 선택 2.0 TDI Prestige
결국 많은 이들이 고민하게 될 것은 멋을 부린 R-라인과 가성비를 챙기는 기본형 모델의 갈림길이다. 기본형 모델이 사륜구동 모델보다 약 500만원 저렴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둘의 차이는 직접 운전을 해보면서 느껴보아야 한다. 비록 전반적인 성능의 변화가 없지만, 구동 방식의 차이로도 다른 감각을 빚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운전대를 잡은 것은 전륜구동 모델이다. 이미 두 번이나 시승해보았기에 무척 익숙한 감각이다. 기본기가 훌륭한 폭스바겐답게 달리고, 돌고, 멈추는 성능에는 모자람이 없다.
특히 차와 운전자가 한 몸이 되는 듯한 느낌은 일품이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노면의 정보, 타이어의 그립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흔들어보면 차의 앞머리가 가볍게 도는 것에 한 번 놀라고,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에 두 번 놀란다. 딱 5분만 운전해보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도와주는 것은 역시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인 DCC다. 운전자가 세팅하기에 따라 날카롭게 변할 수도, 말랑하게 변할 수도 있다. 댐퍼를 총 15단계에 걸쳐 조정할 수 있는데,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제법 세심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시내 도로를 달릴 때는 부드러운 댐퍼로, 신나게 달릴 때는 단단한 댐퍼로 변신하는 나만의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도 잘 맞다. 물론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특성상 저속에서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경향은 있지만, 패들 시프트를 통해 기어를 내리고 가볍게 가속하는 감각으로 보상받는 기분이다. EA288evo 엔진은 같은 배기량으로 150마력과 200마력 버전이 존재한다. 그 차이는 터빈 크기의 차이에서 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터빈의 크기를 키울수록 저회전에서는 출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대신 회전을 높일 때 느껴지는 강한 펀치력은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브레이크 감각은 전형적인 폭스바겐 스타일이다. 페달의 답력이 초반부터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제동력을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 역시 운전의 재미에 보탬이 되는 부분이다.
사륜구동 모델로 자리를 옮겨도 앞서 말한 모든 감각은 동일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주행에서 사륜구동과 전륜구동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조금 힘이 들어간 운전을 시작하면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먼저 속력을 높일수록 사륜구동 모델의 지면을 움켜쥐는 감각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고속주행 중 불규칙한 노면을 만났을 때 이러한 부분이 더욱 고맙다.
다음으로는 코너링 성능이다. 두 모델은 언더스티어의 농도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더 진하게 느껴지는 쪽은 전륜구동 모델이다. 같은 속도로 같은 코너에 진입했을 때 사륜구동 모델이 더욱 날카롭게 탈출하는 느낌이다. 분명 탄탄한 트랙션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시승을 마치고 고민은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R-라인 4모션은 과연 더 높은 금액을 주고 살 가치가 있는 차인가? 글쎄, 이러한 고민에 답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양성을 존중받는 시대다. 누군가는 약간의 멋과 감성을 위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돈이면…”이라는 말과 함께 가성비를 찾을 수도 있다. 감성 대 가성비의 싸움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느 것을 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VOLKSWAGEN ARTEON R-LINE 4MOTION
길이×너비×높이 4865×1870×1440mm | 휠베이스 2840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68cc | 최고출력 200ps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3.8km/ℓ | 가격 5981만원
SPECIFICATION
VOLKSWAGEN ARTEON 2.0 TDI PRESTIGE
길이×너비×높이 4865×1870×1440mm | 휠베이스 2840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68cc | 최고출력 200ps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5.5km/ℓ | 가격 54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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