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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시승] 가장 앞선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350+

supelta 2022. 10.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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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1) 기존 내연기관 벤츠 세단 같은 자연스러운 주행 질감

2) 최고의 고속주행 안정감

3) 500㎞ 이상의 실주행거리…디젤은 무리지만, 가솔린 세단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단점

1) 뒷좌석이 안락하진 않다.

2) 다소 긴 회전직경

3) 430L에 불과한 트렁크 용량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웠다. 메르세데스-EQ 라인업의 가장 최신 모델, EQE 이야기다. 차분한 고속주행 안정감과 편안한 승차감, 500㎞ 대 실주행거리는 내연기관 가솔린 세단을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강준기

‘1억160만 원’. 더 뉴 EQE의 국내 판매 가격이다. 출시 기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S-클래스와 비슷한 가격대 갖춘 EQS와 달리, E-클래스보다 다소 높아 보이는(?) 진입장벽이 주된 이유였다. 주력 모델인 E250이 6,960만~7,610만 원, E350 4매틱이 9,010만~9,410만 원, E450 4매틱이 1억1,430만 원이다. 즉, EQE는 E350과 E450 사이에 포지셔닝 한다. 그래서 EQE 모델명 뒤에 ‘350+’란 부제가 붙었다.

350과 450 사이에 들어갈 자격은 성능제원이 뒷받침 한다. 전기 모터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92마력, 57.6㎏‧m. E350보다 7마력 낮은데, 토크는 16.8㎏‧m 더 높다.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6.4초.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471㎞로, 실제 시승을 통해 확인한 주행거리는 EQS처럼 인증보다 넉넉했다. 특히 주행에서 EQS보다 더 큰 가치 또한 찾을 수 있었다.

①익스테리어

예리한 눈을 가진 소비자가 아닌 이상 EQS와 EQE의 외모를 단박에 구별하는 사람은 몇 없을 듯하다. 그 만큼 빼닮았다.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VA2) 덕분에 보닛 길이가 짧다. A필러에서 시작한 라인은 초승달처럼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호를 그린다. 이른바 ‘원-보우’ 디자인이다. 공기저항에 작게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소한 부위까지 전부 다듬었다.

 

결과는 수치로 증명한다. EQE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2로, ‘형님’ EQS의 Cd 0.20보단 낮지만, 내연기관 E-클래스보단 칼끝이 날카롭다. 저항이 작으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65×1,905×1,510㎜. E-클래스보다 25㎜ 길고 55㎜ 넓으며 30㎜ 높다. 휠베이스는 3,120㎜로, 180㎜ 더 넉넉하다. 한 체급 위 선수 같다.

 

EQE 차체의 핵심은 옆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란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보닛이 작고 A필러의 시작점이 앞쪽으로 이동한 전형적인 캡 포워드 스타일이다. 배터리 탑재로 인해 줄어들 수 있는 실내 머리공간을 영리한 설계로 극복했다. 또한, 전기차의 주행 효율을 대용량 배터리에만 기대지 않고, 디자인으로 슬기롭게 해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능적으로도 우월하다. 260만 픽셀 이상의 해상도를 뽐내는 디지털 라이트를 기본으로 심었다. 네 발엔 20인치 5-트윈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과 255/40 R20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신겼다. 다만, EQS의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에어 서스펜션은 이식받지 못 했다. S와 E의 냉정한 급 나누기가 명백하다. 덕분에 EQE의 회전직경은 12.5m로 다소 큰 편이다.

②인테리어

 

실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일원답게 우아하고 아늑한 감각을 앞세운다. 커다란 욕조에 앉은 듯,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를 곡선으로 감싸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심플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 세로형 12.8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물리 버튼 없이 간결하게 구성했다. 그런데 직관성이 떨어지진 않는다. 화면 속 버튼을 눌렀을 때 소리뿐 아니라 진동으로도 피드백을 한다.

‘최신차’답게 장비도 풍성하게 갖췄다. 운전석과 동승석 통풍 기능은 물론, 6가지 마사지 프로그램도 갖췄다. 특히 ‘제로-레이어’ 기능이 눈에 띈다. 가령, 퇴근길 저녁 아내에게 전화를 자주 한다면, MBUX가 이를 학습해 모니터에 전화 메뉴를 해당 시간에 알아서 띄워준다. 세부 목록 탐색이나 음성 명령 없이, 상황에 따라 가장 중요한 기능을 화면에 배치한다.

 

전기차에 특화한 ‘일렉트릭 인텔리전스 내비게이션’도 눈에 띈다. 도로와 외기 온도, 주행속도, 냉난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해 최적의 경로로 안내한다. 운전자가 선호하는 충전소를 더하거나 뺄 수도 있다. 덕분에 장거리 여행을 준비할 때 충전 스트레스를 한층 줄일 수 있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E-클래스보다 확실히 더 넉넉하다. 그러나 안락한 느낌은 E-클래스보다 부족했다. 가령, 전기차는 차체 하부에 대용량 배터리 팩을 얹기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바닥 높이가 높다. 그런데 세단은 시트 높이를 마냥 높일 수 없다. 머리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벤츠가 생각한 묘안은 시트 각도 조절. 방석 끝단을 높여, 승객의 엉덩이가 파묻히는 듯한 포지션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트를 높이지 않으면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냈다. 단, 등받이 각도가 다소 서 있어, 앉았을 때 편안하진 않았다.

또한, 뒷좌석에 송풍구와 3단계 열선 기능을 갖춘 점은 좋지만, USB 충전 포트와 실내 온도조절 기능은 빠졌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430L로, 500L 대 용량 갖춘 E-클래스보다 협소하다. 즉, EQE는 4인 가족의 패밀리카보단 운전자 1명 또는 부부가 주로 이용하는 용도가 적합하다. 벤츠가 EQE SUV 버전을 별도로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EQE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전용 골격인 ‘EVA2’를 쓰는 두 번째 차다. 전장 부품의 최적화 설계도 눈에 띄지만, 최근 유로NCAP이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 결과가 단연 돋보인다. 유로NCAP은 크게 ①성인 승객 보호(1열) ②어린이 승객 보호(2열) ③보행자 안전 ④주행 안전 보조 등 네 가지 항목으로 평가한다. 특히 EQE의 성인 승객 보호 점수는 95%, 어린이는 91%로 대단히 뛰어났다. 전방 충돌뿐 아니라 후방 추돌 시 승객의 부상 정도도 적었다.

국내 출시한 EQE 350+는 리어 싱글 모터와 88.89㎾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국내 기준 주행가능 거리는 복합 471㎞. 최대 170㎾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80%까지 채우는 데 32분이 걸린다. 또한, 벤츠가 자체 개발한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한다. 특히 배터리를 지능형 열 관리 시스템과 통합해, 냉각 회로와 PTC 부스터 히터가 주행 중 배터리를 예열하거나 냉각한다. 참고로 배터리 무상 보증기간은 10년/25만㎞로 넉넉하다. 내구성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④주행성능

수치로 드러난 스펙만 놓고 보면, EQE의 성능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EQE의 주행 느낌은 현재 양산 전기차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뛰어났다.

100년 이상 숙성시킨 내연기관차와 역사가 짧은 전기차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주행 질감이다. 엔진과 모터, 동력원의 차이를 떠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내뱉는 감각, 이질감 없이 차분한 가속 및 제동 감각은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한 수 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거운 배터리 탑재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완벽하게 극복한 전기차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나 EQE는 달랐다. 혁신 기술보다 차분한 거동이 인상적이었다. 댐퍼의 작동 질감이 투박하지 않고 기존 내연기관 벤츠 세단처럼 자연스럽고 안락했다. 동시에 낮은 무게중심의 구조적 이점을 밑바탕 삼되, 극단적으로 줄인 공기저항계수가 시너지를 내며 발군의 고속주행 능력을 자랑했다. 초고속 영역까지 차분한 거동을 유지하며 달리는 감각이 일품이었다. 또한, 작은 공기저항계수는 고속에서 실내 정숙성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정통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가 비로소 꽃피웠다는 생각이다. 메르세데스가 EQ 브랜드를 런칭한 뒤, 초기에 선보인 EQC나 EQA 등에서 느낀 설익은 감각은 EQS와 EQE를 거쳐 완벽히 보완됐다. 시작은 테슬라보다 늦었지만, 공격적인 EV 전환 속도와 대대적인 투자, 그리고 100년 이상의 자동차 제조 노하우가 뒷받침하며 확실하게 전기차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다. BMW i 시리즈, 아우디 e-트론 라인업과 비교해 주행 감각은 한층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재미있다. EQE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양념’처럼 가벼운 여느 전기차와 결이 다르다. 물리학자와 음향 디자이너, 미디어 디자이너까지 EQE 고유의 전기차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15개 스피커‧710W의 출력을 갖춘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밑 그릇 삼아, 가속 페달 밟는 양에 따라 독특한 가속 소음을 입체적으로 키운다. 덕분에 절절 끓는 8기통 엔진의 고회전 사운드 못지않게 중독성이 강했다.

배터리 잔량 약 90% 상태에서, 시승차는 계기판에 511㎞의 주행가능 거리를 표시했다. 성인 두 명이 탑승했고 실내 온도는 22°C 오토로 설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운전자 혼자 탄 환경에서 배터리 잔량이 100%라면 500㎞ 중후반 대의 실주행거리를 예상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D+, D, D-, D 오토 등 네 가지. 모두 회생제동과 관련 있다. D+는 타력 주행을 극대화한다. 덕분에 고속 항속 주행 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속도가 크게 줄지 않는다. 배터리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고속 환경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D는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자연스러운 회생 제동이 작동하며, D-는 강력하게 빗장을 건다. 일일이 고르기 귀찮을 땐 D 오토에 맞추면 속 편하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가 ‘스스로’ 적절한 회생제동 강도를 설정한다.

⑤총평

메르세데스-벤츠 EQE. 올해 시승한 전기차 신차 가운데 가장 여운이 짙다. 단순히 주행거리와 모터 출력으로 ‘좋은 전기차’를 판가름한다면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EQE의 종합 완성도는 대단했다. 전기차 특유의 설익은 주행 감각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E와 S-클래스처럼, 긴 시간 숙성시킨 벤츠 고유의 질감을 이 차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얼리어답터들이 열광하는 급진적 존재가 아닌, 자연스럽게 바통을 넘겨받은 신차 같아 마음에 든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장점
1) 기존 내연기관 벤츠 세단 같은 자연스러운 주행 질감
2) 최고의 고속주행 안정감
3) 500㎞ 이상의 실주행거리…디젤은 무리지만, 가솔린 세단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단점
1) 뒷좌석이 안락하진 않다.
2) 다소 긴 회전직경
3) 430L에 불과한 트렁크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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