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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족을 위한 불란서 감성, 푸조 5008 SUV

supelta 2022. 11. 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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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SUV 티구안도 위협하는 강력한 실용성과 개성

푸조 5008 SUV 사진=푸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7인승 수입 SUV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는 두 종으로 압축된다. 올해의 SUV에도 등극했던 폭스바겐 티구안 익스텐션 버전 올스페이스와 푸조 5008 SUV이다. 개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주말 가족 여행에 탈 차를 찾고 있는데 5인 이상이 타야 하고 너무 비싸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이면 위 두 모델이 가장 적합하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멋’이다. 푸조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불란서 감성’이 충만하다. 상품성만으로 차를 고르던 때는 지났다. 더욱 다양한 조건에서 차별성이 필요한데, 푸조가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다.

 

디자인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게 심하진 않을 거 같다. 포효하는 사자를 표현했다는 강렬한 인상의 외모는 누구든지 좋아한다. 확실히 희소성의 이유도 따른다. 의외로 여성들에게도 매력적인 디자인이라고 한다. 날카롭게 측면으로 뻗은 풀LED 헤드라이트가 담긴 헤드램프와 그 끝부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시그니처 DRL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푸조는 이를 두고 사자의 송곳니를 닮았다고 했다. 립스포일러 쪽에 크롬바를 대었으니 인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브랜드 라인업 형제 모델들이 모두 똑같은 패밀리룩을 입었다. 따라서 밤에 빛나는 송곳니를 발견한다면 그냥 푸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차체는 의외로 작아 보인다. 7인승 차라고는 상상이 안 되는 데다가 심지어 동급의 차들과 비교해봐도 오히려 날렵한 몸매를 뽐내는 것 같이 느껴질 뿐이다. 차체가 날씬해 보이는 것은 숄더라인 윗부분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것과 보디 아래쪽을 회색 플라스틱 클래딩으로 처리한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실제로 단순함을 강조하는 티구안의 디자인과는 확연하게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데다가 무게감도 다르게 느껴진다. 티구안이 조금 더 실용적 SUV에 가까운 느낌이라면 5008은 좀 더 가볍고 콤팩트한 분위기를 풍긴다.

참고로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크기는 길이·너비·높이로 4730x1840x1660mm에 2790mm의 휠베이스인 반면, 5008은 4650x1845x1650mm에 휠베이스는 2840mm이다.

수치로 봤을 때 이미 실내 공간은 5008쪽이 조금이라도 더 잘 뺐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만족스럽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훨씬 세련됐다. 전통적인 대시보드 라인, D컷 디자인 스티어링 휠, 클래식한 모양의 변속기 레버, 토글스위치로 된 즐겨찾기 버튼들 등은 모두 독특하고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다. 전동화를 핑계로 구조의 단순함을 밀어붙이는 여느 제조사들과는 확실히 다른 고집이다.

푸조 5008 SUV 인테리어 사진=푸조


다만, 조금 싼 티가 나는 대시보드 재질(손가락을 꾹꾹 눌러지는 말캉말캉한 고무재질)과 i-콕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중앙 화면은 작고 사용자 편의성도 크게 좋지 못하다. 우선 무선충전은 되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실행하려면 유선을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른다. USB 포트가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C-타입 USB가 표준화되어 가는 이 시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기준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한번 익숙해지면 크게 웬만한 기능은 다 사용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달려나가는 가속 질감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큰 폭으로 줄인 1.2ℓ 엔진의 실린더에는 세 개의 작은 피스톤이 돌아가고 있지만, 넉넉한 힘을 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답답하다는 뜻은 아니다. 제원상으로는 최고출력 131마력에 23.5kg·m의 최대토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토크감으로 시원한 중저속 도약이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나름 꽤 재미를 볼 수도 있다. 다만, 고속 영역에 접어들어 추월을 시도하기에는 의도보다는 한 박자 느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탑승 인원이 많고 짐도 꽉 실었다면 오르막길에서도 조금 버거워할 수 있다.

조금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느끼고 싶다면 디젤 모델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국내 판매 모델에는 1.2ℓ 가솔린 말고도 1.5ℓ, 2.0ℓ 2종의 디젤 모델이 더 있다.

1.5로 간다면 출력은 가솔린 모델과 같지만, 조금 더 타이트한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거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 2.0을 선택하면 46마력의 추가 출력에 최대토크도 약 10kg·m을 더할 수 있다. 실용성이라는 족쇄를 내려놓고 평소 동경해왔던 불란서 감성에 깊이 빠지고 싶다면 디젤 모델이 오히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디젤 엔진의 떨림마저 향수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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