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장인어른께서 2박3일 여행을 위한 가족 소집 명령을 내렸다. 우리 처댁은 식구가 많다. 3열 시트 달린 차가 꼭 필요한데, 지난 여행 땐 쏘렌토 7인승 시승차를 가져갔다. 맨 뒤에 쭈그려 앉은 서열 5위, 막내 처남한테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이번엔 공간 ‘끝판왕’을 데려왔다. 현대 스타리아 7인승 라운지 AWD 2.2 디젤 모델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그동안 스타리아는 LPG 7인승과 11인승, 디젤 9인승 등 다양하게 타봤다. 그러나 3열까지 승객을 가득 태워 이동해보진 않았다. 그래서 이 차의 출시 목적에 걸맞은 기획을 준비했다. 운전자 혼자 탔을 때와 비교해, 총 여섯 명이 이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갔을 때 식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특히 다인 승차환경에서 승차감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했다.
KTX 앞머리처럼 생긴 외모
몇 번 타봤지만, 아직도 엄청난 체격에 입이 떡 벌어진다. 옆에 서 있는 카니발이 과장 좀 보태 귀엽게(?) 보일 정도다. 물론 생김새는 전형적인 미니밴이다. 각 잡힌 A필러로 대형 SUV 흉내 낸 카니발이 외모는 더 낫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255×1,995×1,990㎜. 휠베이스는 3,275㎜다. 카니발보다 100㎜ 길고 220㎜ 높다. 휠베이스는 185㎜ 차이.
덕분에 3열 시트를 갖추고도 짐 공간이 넉넉하다. 3열은 앞뒤로 슬라이딩할 수 있는데, 거주공간이 넓다보니 앞으로 많이 당겨도 다리공간을 ‘타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덕분에 여섯 명의 짐을 테트리스 할 필요 없이 ‘툭툭’ 던져 실었다. 그래서 짐 쌓는 재미는 없다.
다만 단점이 하나 있다. 스타리아의 트렁크 도어는 위아래 면적이 굉장히 크다. 게다가 개폐 방식은 일반 SUV처럼 위로 솟구친다. 때문에 주차장 벽과 가까이 붙여 후진 주차했을 때, 트렁크를 열다가 도어 끝이 벽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좌우로 펼치는 방식으로 승용 모델도 통일하는 게 좋을 듯하다.
2만9,000㎞ 뛴 시승차
우리 자동차 기자들은 신차를 가장 먼저 접하고, 신차소개 또는 시승기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각 제조사에선 ‘미디어 시승차’를 운용하는데, 통상 2~3일 정도 타보며 촬영도 하고 기사도 쓴다. 주어진 시간 동안 꼼꼼한 테스트를 위해 ‘신차 길들이기’도 채 안 끝난 새 차를 가혹하게 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승차 입장에선 그야말로 ‘극한의 조건’이다.
그렇게 가혹한 운명 안고 태어난 시승차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미디어 시승차’로 활동한다. 여러 기자들의 손길 거친 까닭에 주행거리도 빠르게 늘어난다. 시승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약 2만9,000㎞. 시승차로서 퇴역 선고 받은 셈이다.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신차 상태보다 장기간 소유했을 때 이 차의 내구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할 듯하다.
‘내구성’ 확인할 첫 번째 포인트는 엔진의 소음‧진동이다. 예상보다 조용했다. 비슷한 주행거리 갖춘 카니발 디젤 시승차보다 오히려 조용했는데, 특히 정차 상태에서 시트와 운전대로 올라오는 진동이 한결 적다.
그러나 가속은 확실히 둔하다. 시승차는 라운지 7인승 2.2 디젤 AWD 18인치 휠 모델로, 2,390㎏의 육중한 몸무게를 지녔다. 여기에 성인 여섯 명이 타고 각종 짐까지 함께 얹으니, 177마력 엔진으로 시원스레 달리는 건 욕심이었다. 다만, 1,500rpm부터 최대토크 44.0㎏‧m가 나오기 때문에 ‘속도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답답한 느낌은 없다. 오히려 240마력의 LPG 모델보단 저속에서 두둑한 토크를 이용해 좀 더 기운차게 움직인다.
참고로 카니발에 들어간 2,151cc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과 스타리아의 2,199cc R 엔진은 다르다. 스마트스트림이 신상인데, 출력도 다르다. 카니발은 194마력, 스타리아는 177마력. 최대토크 역시 카니발 45.0㎏‧m, 스타리아 44.0㎏‧m다. 토크 뽑아내는 영역 또한 다르다. 카니발은 1,750~2,750rpm까지 최대토크를 내며, 스타리아는 1,500rpm부터 2,500rpm까지 뽑아낸다. 아무래도 육중한 무게를 끌기 위해 더 낮은 영역으로 끌어당긴 듯하다. 참고로 같은 R 엔진 쓰는 팰리세이드는 최고출력이 202마력으로 25마력 높으며, 최대토크 또한 45.0㎏‧m(1,750~2,750rpm)으로 높다.
두 번째 포인트는 가죽 내구성. 체형이 다른 수십‧수백 명의 기자들이 만지고 타는 운전석은 가죽이 울거나 때가 탄 경우가 흔하다. 반면, 스타리아는 기대 이상 ‘뽀송뽀송’한 컨디션을 유지했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을 썼지만, 확실히 과거 현대차 모델과 비교해 가죽의 내구성이 올라갔다. 오래 전, 시트 가죽이 금세 들뜨는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결과일까?
카니발 이상의 쾌적함
총 605.3㎞ 주행 후, 평균연비는 11.8㎞/L를 기록했다.우리 식구는 인천 계양에서 출발해, 목적지인 양양 설해원까지 약 180㎞를 이동했다. 트립 컴퓨터 ‘리셋’하고 평균연비 또한 측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2박 3일간 총 605㎞를 주행했고 평균연비는 최종 11.8㎞/L를 기록했다. 요즘 ‘일반 차’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좋은 연비는 아니다. 그러나 2,390㎏의 차에 여섯 명의 승객과 짐을 실은 상태에서 이 정도의 효율을 뽑아냈다는 건 꽤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도심 주행보다 장거리 운전이 한층 쉽다. 스타리아에 타면 의외로 큰 차치고 체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창문 면적이 크고, 사이드미러 크기는 웬만한 태블릿PC 만하다. 그래서 사각지대가 적고 차선변경도 어렵지 않다. 특히 앞좌석 좌우가 ‘뻥’ 뚫려있고, 지붕이 높아 쾌적한 느낌을 전한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 제한속도에 맞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 놓고 느긋하게 달리는 맛. 스타리아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또한, 시승차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있어 골목길 주행이나 주차 또한 어렵지 않았다.
제동 성능은 아쉬워
그러나 단점 또한 명확했다. 장거리 주행하며 느낀 아쉬운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제동 성능이다. 스타리아의 브레이크는 2,390㎏의 무게를 칼같이 멈춰 세울 수 있을 만큼 뛰어나지 않다. 여기에 3열까지 꽉 채워 사람이 타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사정없이 밀려나간다. 그래서 앞 차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가기보다, 느긋하게 간격을 벌리는 게 좋다. 마찰계수가 높은 브레이크 패드로 교체하는 게 나을 듯하다.
두 번째는 고속주행 안정감이다. 스타리아는 포근한 승차감을 위해 전륜 서스펜션을 다소 느슨하게 풀었다. 물론 플랫폼을 바꾸며 무게중심이 내려간 결과, 포장상태가 고른 도로를 달릴 땐 안정감이 괜찮다. 그러나 고속도로 이음새 등을 지날 때, 때때로 자세를 추스르는 시간이 길다. 다소 느슨한 댐핑 압력을 조금만 단단하게 설정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식구들 태우고 제한속도 이상 달릴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2열에 탄 장인‧장모님의 만족감이 높다. 물론 대형 세단 수준의 편안한 승차감은 아니지만, 라운지 시트를 뒤로 한껏 눕히고, 무릎 받침대까지 올려드리니 정말 좋아하신다. 이동 내내 깊은 숙면을 취하신 점을 보면, 스타리아의 승차감은 일부 유튜버의 자극적 설명처럼 형편없지 않다. 다만, 뒷바퀴 바로 위에 앉는 3열 승객은 2열보다 편안하진 않으며, 운전자 혼자 탔을 때보다 뒤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렸을 때 오히려 승차감이 괜찮다. 어쨌듯, 운전하는 사람 ‘만’ 지루하고 졸릴 뿐이지, 그 어떤 시승차보다도 식구들이 좋아한다.
장거리 여행갈 땐 각종 과자봉지와 음료 등을 지저분하게 놓는 경우가 사실 많다. 그런 면에서 스타리아의 다양한 수납공간이 마음에 든다. 각 좌석마다 크기가 다른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즐비하다. 먹다 남은 음료 꽂아놓고, 휴게소에서 새 커피를 사와도 둘 데가 많다는 게 재미있다.
2박 3일간 시승을 마치고, 이 차의 가치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스타리아의 거대하고 독특한 외모는 여전히 내 취향과 거리가 멀다. 세상 둔한 몸놀림 역시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스타리아의 가치는 가족과 함께할 때 크게 빛났다. 제동 성능 등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장거리 여행을 자주 다니는 가족에겐 이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아닐까.
<현대 스타리아 7인승 라운지 2.2 디젤 AWD>
장점
1) 착좌감 끝내주는 2열 시트
2) 의외로 소음‧진동 적은 2.2 디젤 엔진
3) 쾌적한 공간 및 시야
단점
1) 다소 느슨한 하체 때문에 고속주행 안정감이 좋진 않다.
2) 브레이크는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3) 편안한 1‧2열과 비교해 3열 승차감은 다소 떨어진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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