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와 능력이 여러 가지로 많은 이를 두고 우리는 다재다능하다고 표현한다. 요즘 많은 제조사가 한 가지 모델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다재다능한 모델을 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꼭 그렇다. 기아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SUV의 넓은 공간, 높은 연료효율까지 세 가지 능력을 갖춘 ‘트리플 엔터테이너’로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눈을 만족시키는 디자인
친환경 모델임을 뽐내기 위한 흔적은 전혀 없다. 다른 기아 모델과 마찬가지로 모서리의 날을 세워 역동성을 더했고, 직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맹수가 입을 ‘쩍’ 벌린 느낌을 살린 타이거 페이스는 기아의 디자인 언어인 타이거 노즈의 진화형이다. 그릴을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까지 확장해 또렷한 인상을 더했다. 디테일로 가득한 앞모습과 달리 옆모습은 간결하다.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길게 연결한 캐릭터라인은 직선 위주의 전면 디자인과 같은 맥락이다. 단순함이 지나치면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앞바퀴 휠하우스와 1열 도어 사이, 그리고 C필러 아래에 더한 크롬 장식을 덕에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테일램프는 세로로 배치하고, 뒷유리의 와이퍼를 리어윙 아래 숨겨 깔끔하고 간결한 멋을 지켜냈다.
단순함에 역동성을 더한 익스테리어와 달리 인테리어에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버튼과 다이얼 방식 변속기를 배치했다. 특히 운전자를 배려한 구성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기능을 10.25인치 터치스크린에 통합했지만, 공조기를 비롯해 조작이 잦은 버튼은 여전히 물리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운전 중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송풍구를 무려 네 개로 쪼개 입맛대로 바람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그 밖에 다양한 테마를 지원하는 12.3인치 계기판과 밤이 되면 실내를 수놓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매력적이다.
실내 곳곳에 다양한 요소를 배치했지만, 산만하지는 않다.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적당히 푹신하고 널찍한 시트의 역할이 크다. 1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기능을, 2열 시트는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시트 구성은 다양하다. 5인승, 혹은 3열까지 갖춘 7인승 모델을 선택하면 2열 시트가 벤치 형식이다. 반면, 6인승 모델을 선택하면 2열에 좌우 한 명씩 앉을 수 있는 캡틴 시트가 들어간다.
카니발을 위협하는 공간
다양한 시트 배치를 지원할 수 있는 비결은 우람한 차체다. N3 플랫폼을 사용한 쏘렌토는 길이∙너비∙높이, 그리고 휠베이스까지 이전보다 커졌다. 길이는 이전보다 10mm 늘어난 4810mm고, 너비와 높이도 이전보다 10mm씩 넓고 높아져 1900, 1700mm다. 휠베이스는 2815mm로 이전보다 35mm나 길다.
운전석에 앉으면 적당한 크기의 시트가 몸을 감싸고 좌우로 팔을 움직여도 거슬리는 곳이 없어 편안하다. 사각지대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시야도 매력 요소다. 2열 공간은 웬만한 플래그십 모델이 부럽지 않다. 시승차는 아쉽게도 2열 시트가 하나로 이어진 5인승 모델이라 6인승 모델에 비해 안락성은 떨어지지만, 공간과 편의장비는 수준급이다. 앞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하고 도어에 위치한 컵홀더를 비롯해 곳곳에 수납공간이 많다. 오롯이 나 홀로 시트를 사용할 수 있는 6인승 모델 2열에 비하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공간만 보면 미니밴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다.
3열 시트를 자주 사용할 계획이라면 쏘렌토는 썩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성인이 앉으려면 무릎을 바짝 세우고 몸을 웅크려야 한다. 3열 시트를 접고 트렁크를 짐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한 짐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5인승 모델 기준 트렁크 용량은 705L다.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 싼타페(625L)보다도 80L나 넉넉하다. 큰 짐을 실어야 할 땐 6:4 폴딩을 지원하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된다.
잘 나가는데, 연료효율까지 좋아
디자인과 공간 모두 쏘렌토 특유의 매력을 잘 드러내만, 가장 큰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지난해 국내 쏘렌토 전체 판매량 중 71%를 차지했을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높다. 거두절미하고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달려보기로 했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지만 요지부동이다. 변속 다이얼을 D로 돌려도 반응이 없다. 가속 페달을 깊숙하게 밟거나 오르막과 같은 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엔진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직렬 4기통 1.6L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이 230마력의 시스템출력을 여유롭게 뽑아낸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힘을 내고, 전기모터가 50마력과 26.9kg·m의 힘을 보탠다. 시작부터 온 힘을 쏟아내는 전기모터의 특성 덕에 출발이 부드럽다. 네바퀴굴림과 앞바퀴굴림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시승차는 앞바퀴만 굴리는 모델이다.
엔진이 가동하는 시간을 최소화한 세팅 덕에 대부분의 가속은 전기모터가 담당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해지면 엔진이 깨어나 배터리를 충전하고 구동력을 보탠다. 엔진이 숨을 죽이고, 깨어나는 과정은 별다른 위화감 없이 매끈하다. 변속기는 6단 자동으로 8단 습식 듀얼클러치를 사용하는 2.5L 터보 가솔린 또는 2.2L 터보 디젤 모델과는 다른 구성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가 기본이다.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스포츠와 주행 상황을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스마트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공인연비는 1L에 14.3km(19인치 휠 기준), 휠 사이즈를 17인치로 줄이면 1L로 15.3km를 달릴 수 있다. 실주행 연비는 대체로 이보다 높았다. 가속과 감속이 잦은 시내 도로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와 구불구불한 산길을 아우르는 다양한 환경에서 300km 이상 주행 후 계기판을 확인해 보니 평균연비 17.8km/L를 기록했다. 3열까지 갖춘 중형 SUV의 덩치를 감안하면(아니 소형차를 기준으로 봐도) 만족할 수 있는 수치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명확한 지향점 설정과 그에 걸맞은 구성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강인한 디자인, 넉넉한 공간, 높은 연료효율까지 확실한 상품성으로 무장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중형 SUV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
FOR 확실한 지향점, 무난한 상품성
AGAINST 부드러움과 딱딱함이 공존하는 서스펜션 세팅
글 남현수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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