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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 폭스바겐 ID.4] 높은 실용성, 도심용으로 딱..가성비는 덤

supelta 2022. 10. 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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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옥에 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이 돋보인다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기차 전략 출발점
MEB 플랫폼과 긴 휠베이스로 넉넉한 공간
이질감 없는 주행감·높은 에너지 효율 만족

폭스바겐 전기차 ‘ID.4’. [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전기차 ‘ID.4’를 통해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에 한 발 더 다가서겠다.”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지난달 15일 브랜드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를 출시하며 내놓은 포부다. ID.4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에 선보이는 첫 전기차다.

폭스바겐은 유럽 외 국가 중 한국을 ID.4의 첫 번째 수출국으로 택했다. 인프라를 포함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과 깐깐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아 글로벌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지난달 20일 직접 만나본 ID.4는 디자인부터 주행거리, 주행감, 공간, 가격 등 여러 방면에서 골고루 만족감을 주는 차였다.

시승 코스는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에서 경기도 가평 클라우드힐까지 이어지는 왕복 코스로 약 120㎞였다. 갈 때는 2열에 탑승해 승차감을 체험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첫인상은 동글동글하고 귀엽다.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 유려한 라인과 볼륨감 있는 후면이 매력적이다.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선은 디자인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0.28cd의 낮은 공기 저항계수를 실현한 요인이다. 뛰어난 공기역학을 통해 긴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전면은 좌우 헤드램프를 이어주는 ‘프런트 LED 라이트 스트립’과 폭스바겐 로고가 중심을 잡는다. 후미등이 가로로 한 줄로 이어져 뒷모습도 깔끔하고 단순하다. 전장 4585㎜, 전폭 1850㎜, 전고 1620㎜로 준중형 SUV치고는 전고가 낮다. 실제 보면 상대적으로 날렵하다.

폭스바겐 ‘ID.4’ 측면. 유려한 곡선 라인으로 0.28cd의 낮은 공기 저항계수를 실현했다. [김지윤 기자]

베이스는 2765㎜다. 동급 차량 대비 길다. 덕분에 내부 공간이 더 넓게 느껴졌다. 1·2열 모두 레그룸과 머리 위 공간도 넉넉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오버행이 짧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543ℓ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575ℓ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 포지션은 1열보다 높게 설계됐다. 뒤에 앉아도 전방 시야가 탁 트인다. 차량 천장은 유리창으로 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다. 시야가 높은 데다 하늘이 맞닿아 특유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2열 승차감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트도 단단했다. 활용성을 따지면 가족용 모델로 적합하지만, 장거리를 많이 달린다면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디스플레이도 대화면으로 진화하고 있는 업계 추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티어링 휠 뒤쪽 5.3인치 ‘ID.콕핏’과 센터패시아의 1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돼 깔끔했지만,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려면 다소 불편했다.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른 시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구매 전에 시승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이유다.

주행질감은 내연기관 모델과 비슷했다. ‘D’(드라이브)와 ‘B’(브레이크) 두 가지 주행모드가 이질감이 없다. D모드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유사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급격히 줄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만 회생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

B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다른 전기차보다는 울컥거림이 적었다. 차가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페달만으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폭스바겐 ‘ID.4’ 실내. 5.3인치 ‘ID.콕핏’과 센터페시아의 12인치 터치스크린. [김지윤 기자]

배터리에 의한 낮은 무게중심과 단단한 하부는 커브를 돌 때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을 제공한다. 특히 이날 코스에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았다. 급커브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정확한 핸들링과 흔들림을 최대로 억제한 설계가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가속 성능은 경쾌했다. ID.4는 150㎾(204ps)의 최고출력과 31.6㎏·m(31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효율적인 전기모터와 82㎾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5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회 충전 시 복합 주행가능 거리는 405㎞다. 시승 뒤 확인한 전비는 5.3㎞/㎾h였다. 공인 복합전비 4.7㎞/㎾h보다 우수한 결과다. 전기차의 연비 주행에 익숙해진다면 더 만족스러운 숫자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549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65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최소 200만원부터 시작하는 지자체별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유선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1열 도어에 뒷좌석 창문 개폐 버튼도 마련되지 않았다. ‘Rear’ 글귀를 터치해야 뒷좌석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

작은 옥에 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이 돋보인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가 처음으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리스트 최상단에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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