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그랜저는 '성공'을 의미한다. SM7, 알페온, 임팔라 등 많은 준대형 세단들이 '그랜저 타도'를 외치고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고배를 마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 캐딜락과 링컨이 있고, 일본에 토요타 크라운이 있듯, 현대차 그랜저는 오랜 기간동안 국산 고급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여겨져 왔다. '각그랜저'로 불려왔던 1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출시된 7세대 그랜저(GN7)까지의 역사만 36년이니, 이렇게 오랫동안 명맥이 이어진 국산차를 찾기도 쉽지 않다.
# 당시로선 최첨단이었던 '각그랜저'
최초의 그랜저는 1986년에 등장했다. 'L카' 라는 프로젝트 아래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모델로, 차급은 당시 현대차의 플래그십이었던 그라나다의 상위 등급으로 설정했다.
1세대 그랜저는 당시 출시된 국산차 중에선 가장 많은 첨단 기술을 품고 있었다. 국산차로서는 처음으로 전자제어식 MPI 엔진을 탑재했고, ABS, 차고 조절 기능 및 에어스프링이 포함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ECS)도 국산차 최초로 탑재했다. 6기통 엔진을 쓸 수 없었던 당시의 규제가 해제된 이후에는 미쓰비시의 3.0리터 V6 사이클론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내놨다.
그랜저의 파격적인 외형도 지금까지 오랜 기간 회자되고 있다. 각진 외모 탓에 '각그랜저' 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적인 모델인 탓일까. 1세대 그랜저는 콘셉트카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와 최근 출시된 7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 부의 상징이 된 2세대 '뉴그랜저'
2세대 그랜저는 1992년에 등장했다. 2세대 그랜저 또한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모델로, 특유의 각진 외형에서 벗어나 곡선미가 강조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2세대 그랜저 또한 1세대만큼이나 다양한 첨단 사양들을 품고 있었다. 지금은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에어백과 TCS, 열선시트, 후석 4웨이 에어컨이 적용됐고, 요즘에는 제네시스 G90과 같은 모델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뒷좌석 이지엑세스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었다.
2세대 그랜저는 1998년까지 생산됐지만, 그 명맥은 4세대 그랜저(TG)가 생산되기 직전인 2005년까지 이어졌다. 그랜저를 바탕으로 사양을 고급화하고, 디자인을 바꾼 다이너스티가 그 주인공. 그랜저의 섀시를 바탕으로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메모리시트, 후석에어백 등의 고급 사양을 추가해 에쿠스가 등장하기 전 까지 현대차의 플래그십 역할을 맡았다.
# 첫 독자개발 모델, 3세대 그랜저
1998년 등장한 3세대 그랜저(XG)는 미쓰비시의 도움 없이 현대차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그랜저다. EF쏘나타와 공유한 플랫폼은 물론, 엔진과 변속기도 현대차의 독자개발 제품이 탑재됐고,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된 그랜저라는 이력도 갖고 있다. 더욱이 '포니 정' 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정세영 전 회장(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시대에 개발된 마지막 모델이기도 하다.
파워트레인도 유별났다. 2.5리터, 3.0리터, 3.5리터 엔진은 물론, 2.0리터 가솔린 엔진까지 V6로 구성해 모든 라인업을 6기통 엔진으로 꾸렸다. 2.0 모델에는 5단 수동변속기까지 제공하는 등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그랜저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옵션도 당대 플래그십 세단 못지 않았다. 전자제어식 서스펜션(ECS)은 물론, 트립 컴퓨터, EPS, 오토에어컨, TCS, 페달식 주차 브레이크 등이 대표적. 일부 구성은 후속 차종으로 출시된 4세대 그랜저(TG)보다도 우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1세대와 2세대 그랜저가 갖고 있던 위치는 이전보다 다소 낮아졌다. 다이너스티에 이어 에쿠스가 기함으로 등장한 시점이었고, 그랜저는 이 시점부터 성공한 중ㆍ장년층이 선택하는 '준대형 세단'의 역할을 이어간다.
# 역대 최대 배기량을 품었던 4세대 그랜저
4세대 그랜저(TG)는 2005년에 출시됐다. 에쿠스와 유사한 외형을 갖췄던 XG와 달리 비슷한 시기 출시된 NF쏘나타와 유사한 패밀리룩을 구현했고, 그랜저의 상징과도 같았던 후드 엠블럼이 삭제되며 쏘나타와 더욱 비슷해졌다. 다만, 이 시기 다이너스티가 단종되며 현대차 세단 라인업 중 두번째로 큰 차라는 위치를 차지했다.
이 시기에 출시된 그랜저는 당시 '강남 쏘나타'로 명성을 떨쳤던 렉서스 ES를 적극 벤치마킹 한 모델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차체 크기를 더 키우고, 정숙성과 승차감도 이전 XG 대비 더욱 개선했다. 파워트레인은 2.4리터 4기통 엔진과 2.7리터 V6, 3.3리터 V6 등 세 종류였고, 3.8리터 V6 엔진을 얹은 S380을 출시해 고급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그랜저 역사상 가장 큰 배기량이었다. 5단 자동변속기를 썼던 초기형과 달리, 후기형엔 현대차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도 했다.
TG는 무난한 성능과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렸지만, 상품성 자체는 이전 XG보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XG에 탑재되던 전자제어식 서스펜션, 전자식 감응댐퍼 등이 삭제됐고, 2피스톤 브레이크를 썼던 XG와 달리 브레이크도 1피스톤으로 바뀌었다.
# 5세대 그랜저, 변화 폭이 가장 컸다
2011년에 선보인 5세대 그랜저(HG)는 그랜저 역사상 가장 파격적으로 변화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당시 현대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였던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적용해 비슷한 시기에 나온 YF쏘나타와 유사한 디자인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TG 시절까지 남아있던 보수적인 인상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
파워트레인도 외관 만큼이나 크게 바뀌었다. 2.4리터 GDi 엔진과 3.0리터 GDI, 3.3리터 GDi 등 모든 가솔린 라인업을 직분사 엔진으로 구성했고,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이후에는 하이브리드와 디젤 엔진도 추가됐다. 당시 현대차는 이를 통해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앞세운 수입 세단과의 직접 경쟁을 시작했다.
파격적으로 변한 외관 만큼이나 사양도 눈에 띌 정도로 고급화됐다. 나파가죽 시트, 스웨이드 내장재 등 에쿠스에서도 접하기 어려웠던 고급 소재가 곳곳에 쓰였고,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등의 첨단 사양들이 탑재된 것도 이 때 부터다.
# 더 젊어진 6세대 그랜저
2016년에 등장한 6세대 그랜저(IG)는 점차 젊어지고 있는 그랜저의 수요층을 겨냥해 개발됐다. 그간의 그랜저가 50대 이상의 중ㆍ장년층이 주요 소비자였던 것과 달리, HG 들어 30대 고객까지 유입됨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가 개발에 돌입한 시점은 2011년. HG가 출시된지 불과 몇 개월만에 후속 프로젝트에 착수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보니, 출시 초기 그랜저에 대한 여론은 썩 좋았던 것 만은 아니다. 차체가 이전보다 눈에 띌 만큼 커지지도 않았고, 그랜저만의 중후하고 위압감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선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이었던 캐스캐이딩 그릴을 두고도 준중형급이었던 아반떼나 i30와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현대차는 이를 의식해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디자인을 크게 바꾼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전장과 휠베이스를 크게 늘리고, 전반적인 디자인도 갈아엎어 중후함과 파격을 공존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양 구성은 제네시스 만큼이나 호화로워졌다. 당시로선 제네시스 G80과 EQ900(G90)에만 적용됐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고, 부분변경 이후에는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빌트인 캠,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진 가이드 램프 등 거의 모든 주행 보조 시스템을 망라했다.
파워트레인 구성도 부분변경 이후 대폭 수정됐다. 초기형 IG에는 2.4, 3.0, 3.3 가솔린 엔진과 2.4 하이브리드, 2.2 디젤, 3.0 LPI 등이 있었지만, 부분변경 이후 2.5, 3.3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3.0 LPI만 남겨뒀고, 3.0 가솔린과 2.2 디젤은 단종시켰다.
#오리지널의 귀환, 7세대 그랜저
최근 공개된 7세대 그랜저(GN7)는 과거 그랜저들의 헤리티지와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미했다. 수평형 램프로 요약되는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1세대 그랜저에서 영감을 얻은 루프 라인, 3세대 그랜저(XG)에서 가져온 프레임리스 도어 등이 특징이다.
실내공간은 탑승자를 편안하게 감싸는 랩어라운드 구조로, 과거 그랜저의 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계승했다. 이는 80년대 그랜저를 통해 선보인 실내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1세대 그랜저의 원 스포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고, 한국적인 느낌으로 디자인된 도어트림의 패턴 디테일로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첨단 사양도 풍부하다. 시동과 결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지문 인증시스템을 탑재했고, 뒷좌석에는 리클라이닝과 전동식 도어커튼을 적용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는 구성을 갖췄다. 이 외에도 한층 첨단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 등을 갖춰 다양한 기능들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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