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국내 자동차

팰리세이드 1000km 달려보니...'앳킨슨 사이클' 효과 있네!

supelta 2022. 11. 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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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살 필요 전혀 없다니까요? 가솔린도 대략 1L로 13~14km는 달릴 수 있어요.” 한 현대 팰리세이드 차주의 말이다. 육중한 준대형 SUV 차체와 V6 3.8L 가솔린 엔진…. 솔직히 믿기 어려운 얘기였지만, 딱 한 가지 특징 때문에 흘려들을 수 없었다. 바로 ‘앳킨슨 사이클.’ 과연 그토록 효과 좋은 기술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탑기어> 1000km 시승 시리즈’ 네 번째 주인공으로 팰리세이드 3.8을 골랐다.

앳킨슨 사이클이 대체 뭔데? 아주 얌체 같은 기술이다. 가령 일반 엔진(오토 사이클)이 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제값 주고 산다면, 앳킨슨 사이클은 8000원만 내면서 한 마리 달라고 떼쓰는 기술이랄까. 개념은 압축비보다 팽창비가 큰 엔진이다.

지금부터는 조금 복잡한 얘기다. 자동차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화살표 방향 따라 피스톤은 두 번 왕복)’ 네 과정을 거치는데, 앳킨슨 사이클은 피스톤이 연료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흡기 밸브를 늦게 닫아 ‘흡입’했던 연료를 일부 다시 뱉는다. 그래 놓고 ‘폭발’은 똑같이 진행하니 연료를 빼돌리고 똑같이 움직이길 바라는 식이다. 적은 연료로 회전하니(압축 저항도 적다) 효율은 좋지만 그만큼 힘은 준다. 8000원 주고 떼쓰면 치킨 한 마리를 받더라도 더 작듯이….

눈꺼풀 무거운 얘기는 여기까지. 팰리세이드 시승차를 받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시동부터 걸었다. 앳킨슨 사이클 단점 중 하나인 거친 질감이 궁금해서다. 기우였다. 그전에 이 엔진은 현대 람다 V6이다. 진동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소리는 주변 소음에 묻힐 만큼 조용하다. 서서히 움직여 봐도 매끄러운 움직임이 전기차 부럽지 않다. 본디 람다 엔진 달린 차는 대부분 정숙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그 부드러움을 서스펜션이 배가한다.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1920kg 무게로 짓눌러 자잘한 충격 따위는 꿀꺽 삼킨다. 8단 변속기까지 능수능란하게 기어를 바꿔 물면서 팰리세이드는 고급 세단처럼 묵직하게 나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번 1000km 여행은 만만하겠군.”

 

도로 위에 차란 차는 다 튀어나왔다 / 시승 전날 캠핑장 촬영 지원차로 활약했다

다만 시기가 나빴다. 토요일·일요일·개천절까지 3일을 쉬는 연휴이다 보니 도로 위에 차란 차는 다 튀어나왔다. 목적지 경북 경주까지 갈 길이 멀건만 서울부터 아주 거북이걸음이다. 길이 막히면 앳킨슨이고 뭐고 없다. 연비는 뚝뚝 떨어져, 전날 쌓아놨던 1L에 13km 평균 연비탑이 9km대로 무너졌다. 그나마 스톱앤고 기능이 적극적으로 시동을 꺼 조금이나마 아낄 뿐이었다. 전날 캠핑장 촬영(탑기어 11월호에 나온다)을 위한 주행이 없었더라면 극악의 숫자를 봤을지도 모른다.

정체는 평소보다 길게 이어졌다. 그래도 전라도행과 경상도행 길이 나뉜 후부터는 점차 제 속도를 회복했다. 속도는 시속 90~100km 사이. 반등하는 연비도 좋지만 그보다 승차감이 더 인상 깊다. 묵직하게 착 가라앉으며 소음은 아득하게 들려온다. 비교적 촐랑대던 이전 모델의 중형 세단 같은 움직임을 확실히 지웠다.

다 비결이 있었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서스펜션 댐퍼에 위아래 움직임 속도 제어를 넘어, 노면 진동 주파수까지 대응하는 ‘3세대 SDC(Selective Damping Control) 밸브’를 달았다. 능숙한 주파수, 즉 잔진동 제어로 특히 고속 주행과 험로 주행 승차감이 나아졌다고. 조용한 실내 역시 서브우퍼(초 저음역 소리를 내는 스피커) 덮개를 새로 짜고, 휠하우스 안쪽에 흡음재를 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V6 3.8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6000rpm에서 최고출력 295마력, 5200rpm에서 최대토크 36.2kg·m 힘을 낸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교통량은 점점 줄어, 도로 위에 팰리세이드 홀로 남았다. 드디어 앳킨슨 사이클 V6 성능을 가늠할 때다. 항속 중 가속 페달을 콱 밟자, 8단 변속기가 잠깐 멈칫하며 저속 기어를 물더니 이내 호쾌하게 나아간다. 큰 덩치가 잊힐 정도로 최고출력 295마력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rpm(엔진 분당 회전수)이 치솟을수록 토크도 함께 올라 엔진 소리와 힘이 함께 끓어오르는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 특성이 가장 좋다.

누적 주행거리가 600km에 다다를 때쯤 반환점인 경주시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오랫동안 항속했더니 누적 연비가 많이 올랐다. 고속 주행만 측정한 연비는 1L에 14.5km. 예로부터 배기량 큰 차들이 고속 연비는 썩 괜찮다고 했다. 물론 무거운 팰리세이드는 앳킨슨 사이클이 크게 한몫했을 테다.

그러나 경주를 돌아다닐 때 연비는 아주 나빴다. 가다 서다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 연비가 뚝뚝 떨어지고, 오르막 내리막 굽잇길 효율 역시 좋지 않다. 시승차 촬영을 위해 잠시 정차했을 때도 다른 차보다 누적 연비 수치가 가파르게 내려간다. 숨만 쉬어도 기름을 들이켜는 3.8L 엔진과 1.9t 넘는 덩치의 업보다. 더욱이 낮은 rpm에서 토크가 약한 앳킨슨 사이클 특성 때문인지, rpm을 다소 높게 유지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물리 버튼이 많아 직관적이다 / 뒷좌석에서도 누를 버튼이 많다

이제 1000km 달성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400km. 서울까지 효율 높은 주행으로 떨어진 누적 연비를 회복할 계획이다. 부드러운 가속과 감속, 시속 100~110km 항속이 이어졌다. 달리고 달리고 계속해서 달렸지만 재밌게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에르고 모션 시트(7개 공기주머니가 피로도를 낮춘다) 등 그득한 편의장비도 좋지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커다란 함선을 모는 듯한 기분이 색다르고 뿌듯하다. 물론 가속할 때마다 올라오는 V6 가솔린 엔진의 중후한 회전 질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밤 11시, 계산대로 서울에 도착하면서 누적 주행거리 1000km를 모두 채웠다. 대망의 누적 연비는? 총 21시간 동안 1034.8km를 주행하며 휘발유 1L로 12.0km를 달렸다. 앞서 언급한 팰리세이드 차주의 말보단 낮았지만(원래 차주들은 과장을 좀 한다), 커다란 SUV로써 만족스러운 결과다. 실제 주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 주유로 모두 86.85L를 넣어 1L에 11.96km 결과가 나왔다.

마땅히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어 드는 오래된 예시지만, 무게와 조건이 비슷한 내 전 차였던 현대 에쿠스(V6 3.3L 자연흡기, 1965kg)는 고속 주행 위주로 1000km 정도를 달려도 연비가 1L에 10km를 넘지 못했다. 팰리세이드가 더 큰 배기량과 공기저항 많은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앳킨슨 사이클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앳킨슨 사이클이라는 한 수로 팰리세이드는 준수한 효율이라는 실리와 준대형 SUV에 걸맞은 V6 엔진이라는 명분을 모두 챙겼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다듬은 승차감과 정숙성은 한층 성숙하다. 3867만원부터 시작하는 ‘가성비’까지 고려하면…. 단언컨대 장거리 여행용 준대형 SUV로 이만한 선택지는 없다.

 윤지수 사진 이영석, 윤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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