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현대자동차

[시승기] 1세대 아버지의 오마주..7세대 그랜저 모던 럭셔리의 정점

supelta 2022. 12. 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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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이 올랐는데도 가성비가 좋아 보인다

 

그랜저
모던한 실내외 디자인이 돋보이는 7세대 그랜저..300만원이 올랐는데도 가성비가 좋아 보인다

1989년이니까 정확히 33년 전인가 보다. 현대차 스텔라를 타시던 아버지가 큰 맘 먹고 1세대 그랜저를 구입했다. 2.0L 엔진에 4단 자동 변속기였다.당시 대학생이던 기자는 틈만 나면 운전이 하고 싶었다. 진짜 ‘카가이’였던 시절이다. 가족들과 여행 때는 어김없이 핸들을 잡았다. 넉넉한 공간과 정숙성, 직진할 때만 편안했던 주행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1세대 그랜저는 전륜구동에 차체가 길어 뒤가 들려서 흔들리는 피시테일 현상이 심했다. 2열에 탑승한 동생이 차멀미를 자주했다. 결국 트렁크에 무거운 10kg덤벨 여러 개를 일부러 놓았던 기억도 남아 있다. 

2.0 엔진은 당시 현대차의 기술 제휴선이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사일런트 샤프트 기술을 채용해 조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아울러 듬직한 스티어링휠도 매력이었다.

그랜저
커다란 파라메트릭 그릴이 주위 시선을 압도한다..1세대 느낌은 어디에서 날지 숨은그림 찾기다.

30년 넘게 시간이 흘렀다. 그랜저는 7세대로 진화했다. 1세대를 오마주한 디자인이 요소가 곳곳에 보이는 현대차 플래그십 그랜저를 시승했다. 현재 그랜저 출고 대기자가 무려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올해 나온 신차 가운데 최고 인기 차량이다. 현대차는 올해 1만1000대, 내년 11만대를 생산해 출고 대기를 최소화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세대 그랜저는 가장 많은 진보를 이뤄냈다. 기존 6세대 대비 모던한 실내외 디자인부터 다채로운 신기술, 편의 안전 장비를 듬뿍 담았다. 물론 가격도 300만원 넘게 올랐지만 모든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게 시승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5천만원대 전후 가격에 그랜저 만한 차를 살 수 없는 게 지금의 한국 자동차 생태계다.한가지 흠이라면 실내 공간이 모던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예상보다 넓지 않았다. 6세대보다 좁은 느낌이 났다. 차체가 길어져 레그룸은 넉넉했지만 헤드룸은 확실히 줄었다.

시승차는 검정 색상에 최고 트림 풀옵션이다. 최고 300마력을 내는 스마트스트림 자연흡기 가솔린 3.5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기본인 2.5L 가솔린 엔진 가격에서 245만원을 추가하면 선택할 수 있다. 바퀴는 20인치 대형 휠이다.

그랜저
차체가 길어져 2열 레그룸은 넉넉한데 헤드룸이 예상보다 비좁다.180cm 이상 성인이라면 불편할 수 있겠다.

여기에 최상위 캘리그래피(4604만원) 트림에 블랙 잉크(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2) 128만원, 파노라마 선루프118만원, 하이테크 패키지 147만원, 뒷좌석 VIP 패키지 147만원, 사륜구동 HTRAC 216만원을 추가했다. 

총 가격은 5천만원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무려 5,605만원 (개소세 3.5%), 5,710만원 (개소세 5%)이다. 실내외 모두 블랙톤이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 색상이다.

참고로 신형 그랜저 기본 사양은198마력을 내는 2.5L 가솔린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6세대3.3L 엔진은 3.5L로, 2.4L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로 변화를 줬다. 

승차감은 부드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처음부터 빗나갔다. 단단하기보다는 꽉 쪼여 놓은 듯한 찰 진 맛이 강했다. 제법 수긍이 가는 쏠쏠한 핸들링 실력도 보여줬다.

그랜저
3.5 엔진룸은 깔끔하다. 덮개도 잘 만들어 뷰티피케이션이 돋보인다.

기존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는 2세대 개량형 플랫폼을 사용했다. 신형 그랜저는 3세대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전장 5035mm, 전폭 1880mm, 전고 1460mm, 휠베이스 2895mm가 됐다. 

전고를 제외한 나머지 길이 45mm, 폭 5mm, 휠베이스 10mm씩 커졌다. 길이만 비교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80보다 길다.

많은 부분에서 진화했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연비다. 파워트레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커진 차체로 인해 파워트레인 별로 50~100kg까지 증가했다. 기본 2.5L 연비는 오히려 리터당 0.2km 감소했다. 

3.5L 전륜구동 모델만 기존 9km/L대에서 소폭 좋아졌다. 120km 시승 구간에서 대략 8.3km/L 연비를 기록했다. 사륜구동 20인치휠 공인연비(9.2 km/L)보다 나쁜 수치다.

그랜저
전면부 디자인이 압권이다. 한줄로 이은 주간주행등에서 좌우 노란 방향 지시등이 들어온다

시승에 앞서 디자인을 살펴봤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크고 정갈해 보인다. 미래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이라 첫 느낌이 다소 어색하겠다고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갔다. 앞 부분이 다정하게 다가온다. 후면은 6세대를 제대로 계승했다.

전면부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주간 주행등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다. 방향 지시등을 켜봤다. 양쪽 끝만 노란색으로 살짝 점등된다. 여기에 커다란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은 중후함을 더한다.

그랜저
운전석 시트는 탄탄하다. 독일차 느낌이 그대로 난다. 모던한 블랙 인테리어 재질감이 돋보인다. 예상보다 넓은 느낌은 없다.

현대차 로고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큼 커졌다. 아이오닉 6에서 봤던 신형 로고다. 측면 프로포션은 후륜구동 느낌이 난다. 2,895mm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제대로 살려 앞뒤 균형감 있는 비례를 보여준다.

사이드미러를 차체 도어에 붙인 플래그 타입으로 바꾸면서 전면 쪽창이 제대로 생겼다. 6세대 모델과 차별화한 요소다. 시야 면에서 훨씬 더 나아졌다. 플러시 타입 손잡이도 매끈함 바디를 제대로 살려낸다. 제네시스 G90에나 쓰던 기능이다.

손잡이에는 그랜저 레터링을 양각으로 표현했다. 스마트키를 갖고 다가가면 4도어 모두 손잡이가 사르르 튀어나온다. 손잡이 끝 버튼을 살짝 눌러줘도 손잡이가 다시 나오고 들어간다.

그랜저
큼지막한 공조 통합 콘트롤러는 시인성과 조작 햅틱 반응이 좋다. 지금까지 타본 현대기아 공조 조작 중에 가장 뛰어났다.

2열 창문 뒤쪽에 달린 오페라 글라스(쿼터 글라스라고도 부른다)는 1세대 그랜저에서 오마주한 요소다. 오페라 극장 특실의 유리창 문과 닮아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측면 비례미를 살려준다.

후면부 디자인은 익숙하다. 선 하나로 이은 테일램프부터 전체적인 느낌이 6세대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렉서스보다 조용하다..정숙성 역대급

그랜저
2열 유리창이 3분2만 열린다. 벨트라인이 높아 유리 면적이 좁은데다 끝까지 열리지 않아 다소 답답하다.

정말 정숙성은 역대급이다. 통상 정숙한 차량을 꼽으라면 렉서스를 가장 먼저 떠 올릴 것이다. 신형 그랜저의 정숙성은 렉서스 ES350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3세대 플랫폼 변경과 조립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정숙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가지 신기술이 접목됐다.

우선 차량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계측해 실시간으로 역 음파를 발사해 노면 소음을 상쇄하는 ‘노면 소음 저감 기술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이 대표적이다. 이어 고급차에 쓰이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 도어 3중 실링 구조, 분리형 카페트, 흡음 타이어까지 장착했다.

주행 중 발생하는 투과음과 공명음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A필라에 위치한 쪽창 두께도 6mm로 늘렸다.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뿐 아니라 노면 소음도 제대로 잡아냈다.

버튼 시동을 살짝 눌렀다. ‘사르르’ 시동이 걸리면서 어떤 떨림도 느끼기 어렵다. 엔진음은 거의 들을 수 없다. 주행을 끝내고 하차할 때 시동을 끄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숙하다.

그랜저
프레임리스의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기자는 요즘 전기차를 매일 타고 다닌다. 통상 세 번 중 한 번은 하차할 때 시동을 끄지 않고 내린다. 가장 큰 이유가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서다. 도어를 열 때 경고음을 듣고 다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끄는 실수를 종종 한다.

그랜저도 시동을 끄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정숙성이 상상 이상이다. 운전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2열 정숙성은 다소 뒤진다. 중고속에서 노면 소음이 살짝 올라온다.

-전륜구동인데도 승차감이 제네시스G80 뺨친다

그랜저
VIP 패키지를 선택하면 2열 센터 암레스트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꽤 많다

가장 궁금했던 것이 승차감이다. 6세대 그랜저는 비교적 승차감이 단단한 편에 속했다. 타깃 고객도 30대까지 넓히기 위해서였다. 디자인도 중후함보다는 모던에 가까웠다. 

7세대는 커지고 길어졌지만 더 탄탄하게 쪼였다. 독일차는 타는 느낌이 날 정도도 쫙 쪼여준다. 아우디 4륜구동 승차감과 가장 비슷하다.

플랫폼이 바뀌면서 차체가 길어졌지만 진보한 3세대 플랫폼과 신기술이 제 몫을 했다. 대표적인 게 전방 카메라 및 내비게이션으로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이에 적합한 서스펜션 제어를 통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적용이다.

이미 제네시스 G80에 장착돼 호평을 받았다. 유난히 한국 도로에 많은 방지턱을 넘거나 노면이 거친 포장도로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입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랜저
뒷모습은 6세대 그랜저를 이어 받았다.전면의 모던함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

다소 의외는 2열 공간이 예상보다 좁았다는 점. 일단 전고가 낮아지면서 6세대보다 2열 헤드룸은 확 줄었다. 체감 공간도 6세대보다 좁아 보인다. 운전 기사를 두고 2열을 주로 사용하는 소퍼 드리븐 오너라면 불만 사항이다. 그래도 2열 VIP 패키지는 꼭 장착할 것으로 권하고 싶다.

원터치 스위치 작동만으로 최대 8도까지 눕혀지는 2열시트 리클라이닝 기능과 통풍시트, 뒷좌석 전동식 도어 커튼까지 달렸다. 좌우 전동식 도어 커튼은 수입차에서 유일하게 볼보S90 최상위 트림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장비다.

그랜저
2열 도어 전동식 커튼은 편리하지만 역시 수동에 비해 해를 가리는 면적이 좁다

전동식 커튼의 한계도 확실하다. 수동에 비해 해를 가리는 부분이 적다. 아울러 전동식이라 공간도 더 차지한다. 아쉽게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트 리클라이닝과 통풍시트가 빠진다. 전동식 도어커튼만 선택이 가능하다. 배터리 탑재로 공간이 부족해서다.

2열에 앉았을 때 한가지 흠은 창문이 끝까지 내려가지 않고 3분2 지점에서 멈춘다. 창 밖을 내다 보거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끝까지 내리고 싶을 때 아쉬운 부분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일반적인 세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열 유리를 작게 잘라 나눈 벤트 글라스가 없어서다. 신형 그랜저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사용하면서 벤트 글라스를 삭제했다.

그랜저
스마트키를 가지고 다가가면 4개의 도어 손잡이가 스르르 튀어나온다

벤트 글라스를 적용하면 2열 메인 유리가 밑으로 완전히 들어가 개방감이 좋아진다. 7세대 그랜저는 날렵한 프레임리스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려고 과감히 벤트 글라스를 없앴다.

C필라와 D필라 사이에 오페라 글라스를 달았는데 벤트 글라스까지 배치하면 파팅 라인이 과해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날렵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위한 선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LS는 같은 프레임리스 도어지만 리어 벤트 글라스를 적용해 2열 유리가 완전히 내려간다. 당연히 개방감이 좋아진다.

-프리미엄 브랜드 느낌의 소재와 고급스런 인테리어

그랜저
10인치 크기의 공조 콘트롤러는 정말 편리했다. 큼지막한 조작 버튼부터 햅틱 반응도 깔끔했다.어른 손바닥보다 크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엄청난 실내 공간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평범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블랙톤이라 다소 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기분 좋은 냄새가 운전자를 반긴다. 헤드라이너는 스웨이드를 사용하고 손이 닿지 않은 곳에도 부드러운 소재를 상당수 사용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눈길을 끄는 건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이다. 30여년 전 아버지가 타시던 1세대 그랜저와 함께 아버지가 오마주된다. 두툼한 느낌과 함께 스티어링 조작감이 묵직하다.

그랜저
1세대를 오마주했다는 다소 투박한 스티어링휠.가운데 4개의 LED는 왜 박았을까.

중앙부 혼커버에는 운전자의 차량 조작 및 음성인식과 연계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을 적용했다.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작은 디테일이다. 좌우 버튼이 많아 익숙해지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다. 

현대기아 기존 모델을 탔던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편의성은 좋아졌다. 단순한 이미지 오마주가 아니라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셈이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시원하다. 새롭게 정비한 UI가 큼지막하고 훨씬 예뻐 보인다. 아이콘이 커지고 최신 트렌드와 맞게 정갈하게 디자인했다. 한글 서체도 글자가 커지면서 시인성이 좋아졌다.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통합 공조 콘트롤러는 새롭게 도입됐다. 큼지막한 터치 버튼에 공조부터 열선 시트, 통풍, 핸들열선까지 모든 기능을 담아냈다.

그랜저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실내 무드등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혼커버 밑에 모드 변경 스위치가 달여 있다.

햅틱 조작감도 확실하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내년 나올 쏘나타 부분변경에도 도입했으면 어떨까 한다. 12.3인치 계기판 역시 시인성이 더 좋아졌다.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큼지막하게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로 이동한 컬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아이오닉5,6에서 보던 것 그대로다. 동그란 형상이던 아이오닉과 달리 그랜저는 각진 직사각형 모양이다. 예상보다 큼지막해 에너지바가 생각날 정도다. 추후 벤츠 전자식 변속 레버 정도로 줄였으면 어떨까 한다.

6세대에 달렸던 버튼식 변속기는 자연스럽게 누르기보다는 눈으로 보고 꼭 확인을 해야 했다. 대충 누르면 오작동이 생겨서다. 컬럼타입으로 변경하면서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을 일치시켜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다.

아쉬운 부분은 큼지막한 공조 콘트롤러 때문인지 스티어링 컬럼으로 변속기를 옮겼는데도  센터 콘솔 활용도가 떨어진다. 별다른 특색 있는 수납공간을 찾기 어렵다. 

이밖에 운전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도 활용도가 높은 편의장비다. 장거리 운전 중 잠시 수면을 취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마사지 기능은 기존 현대차에서 사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그랜저
12.3인치 계기반의 시인성이 좋다. 큼지막한 디지털 글씨도 선명하다

그랜저에 최초로 적용된 빌트인 캠 2는 꽤 많은 오너가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출고 후에 장착하는 블랙박스는 앞 창문에 카메라를 늘 붙이고 다녀야 해 눈에 거슬렸던 부분이다. 블박 때문에 한여름에 해를 가려주는 선블라인드를 붙이기도 어려웠다.

기존 현대차 빌트인 캠의 단점이던 화질을 크게 개선했다. 초고화질 QHD 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했고 음성녹음 대용량 외장 마이크까지 달았다. 블루링크 앱을 통한 손쉬운 영상 확인, 내장 Wi-Fi를 통한 스마트폰 영상 확인도 가능하다. 꽤나 쓸모 있는 기능이다.

-부드러운 300마력 V6 직분사 엔진, 8단 변속기는 고속에서 역시 굼뜨네

그랜저
20인치휠은 현대차 플래그십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지긋하게 밟았다. 예상보다 초반 출력이 강하게 전달돼 주차장에서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고속도로에서 가속을 위해 꾹 악셀을 밟았다. 300마력을 다 짜내는 듯한 맛 은 별로 없지만 뒷부분이 가볍게 들려 접지력을 잃고 좌우로 흔들리는 피시테일 현상도 별로 느끼기 어렵다.

전륜구동 차량은 무게중심이 앞에 쏠려 있어 급가속을 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뒷부분이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추월 가속은 변속기가 한번 쉬었다가 한숨을 쉬고 냅다 달리는 느낌이다. 한 템포 쉬어 가는 현대차다운 변속 셋팅이다.

정숙성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역대급이다. 시속 100km 이상에서 추월 가속을 하면 기분 좋은 가속 엔진음이 살짝 들어온다. 터보가 아닌 직분사 엔진의 매끄러운 가속이 이어진다. 시속 150km 까지는 답답함 없이 꾸준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고속에서 풍절음도 제법 잘 차단했다.

그랜저
사이드미러를 도어에 부착하면서 생겨난 1열 쪽창.좌우 시인성이 좋아질까.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은 정말 무난한 편이다. 300마력을 제대로 끌어 쓰는 느낌은 없지만 그랜저가 포획하려는 중장년 고객층에게 어필할 가속력과 변속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안락함을 잃지 않는다. 전륜구동의 한계를 제대로 극복했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넉넉하고 무난한 주행 성능이다. 2.5L 기본 파워트레인도 그랜저 특성을 감안하면 답답함은 그다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급가속이나 절묘한 핸들링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넉넉한 준대형 세단에 걸맞는 편안한 주행성능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연비다. 3.5L엔진은 좀처럼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 어렵다.

신형 그랜저 시승을 해보니 세간의 평가가 정확하다는 걸 입증했다. 여러모로 잘 팔릴 만한 구성을 대폭 보강했고 가격도 대폭 올랐다. 그랜저의 첨단 기술과 고급스러움을 맛보려면 4000만원대 중후반은 돼야 한다.

그랜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UI가 좋아졌다. 큼지막하면서도 한글 서체가 예쁘다.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기본 파워트레인인 2.5L 모델에 1000만원 정도 옵션을 넣어야 가능하다. 비싸진 건 사실이지만 5천만원 전후 가격대에 이 정도 옵션과 공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내장을 갖춘 준대형 세단은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다.

대기업 임원 수요 이외에 가성비를 갖춘 비즈니스 세단, 2열에 타는 가족을 배려하는 패밀리 세단을 찾는다면 7세대 그랜저 쪽으로 계약이 기울어진다.

몇 가지 숙제도 남았다. 7세대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를 최초로 탑재하고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짧은 시승행사에서 제대로 짚어 보지 못한 부분이다.  

앞으로 장기 시승에서 체크해 볼 포인트다. 특히 OTA는 테슬라를 얼마만큼 캐치업 했을 지 궁금해진다.

또 한가지 숙제는 하이브리드 모델 시승이다. 7세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현대차 최초로 E-모션 드라이브를 장착했다.  하이브리드 모터를 제어해 구동력을 제어하는 토크 백터링 기술로 핸들링 성능을 개선한다. 

차량 선회시 안쪽은 제동, 바깥쪽에는 토크를 추가로 분배해 보다 안정적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전륜구동의 한계인 언더스티어를 최소화하는 첨단 기술이다.

그랜저
3.5 V6 엔진의 연비는 사악했다. 꾹꾹 밟지 않았는데 8.4KM/L 정도 나왔다. 법카 아니면 기름 넣을 때마다 짜증 날 수도.

방지턱 등 불규칙한 노면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고 흔들림을 저감하는 ‘E-컴포트 드라이브(E-Comfort Drive)’와 급가속 및 코너링 등의 빠른 조향 상황에서 다이내믹하고 안정적인 운동 성능을 구현하는 ‘E-다이내믹 드라이브(E-Dynamic Drive)’도 제대로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이 부분은 내년 상반기 하이브리드 장거리 시승에서 집중적으로 다뤄보겠다.

신형 그랜저는 신선한 디자인과 플래그십 세단에 걸 맞는 화려한 편의안전장비 그리고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2.5리터 GDI 가솔린, 3.5리터 GDI 가솔린, 3.5리터 LPG,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나왔다.

가격은 가솔린 3716만원, 하이브리드 4376만원, LPG 3863만원부터 시작된다. (※ 개별소비세 3.5% 기준,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제혜택 적용 전 가격)

한 줄 평

장점: 실내외 디자인이 모던과 럭셔리의 정점..5천만원대 가성비가 돋보인다

단점: 3.5L 연비 정말 사악하다..편안하게 타는 2.5L가 정답일수도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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