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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4 플래티넘 에디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supelta 2022. 9. 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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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넘게 운전하고 달렸음에도 다른 모델들에 비해 피로감이 극히 덜한 것도 인상적이다

 

'중형차 한 대 값만큼의 옵션은 더해야 진짜 포르쉐'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파나메라가 등장했다. 기본 사양도 괜찮은 파나메라 4 플래티넘 에디션이다

 

파나메라는 카이엔과 더불어 포르쉐의 수익을 견인하는 효자 모델이다. 카이엔 개발 당시만 해도 포르쉐도 이제 더 이상 포르쉐가 아니라는 탄식이 불거졌지만, 카이엔은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걸 입증하며 보기 좋게 성공했고 지금도 확고부동한 캐시카우로 군림하고 있다. 20년 전인 2002년의 일이다.

그리고 7년 뒤인 2009년, 포르쉐는 한발 더 나아가는 파격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세단은 아니지만 문 네 짝(엄밀히 해치까지 다섯 개)을 달고 어른 넷 또는 다섯이 편안히 타고 달릴 수 있는 대형 패스트백 파나메라를 내놓은 것이다. 카이엔 때보다는 덜했지만 파나메라 역시 충격적인 파격이자 진화였다.

결과는 다시 성공적이었고 두 모델은 지금까지 포르쉐 수익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승승장구 중이다. 파나메라와 카이엔을 팔아 번 돈으로 911을 개발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간만에 파나메라를 시승했다. 물론 최신 모델인 파나메라 4 플래티넘 에디션이다. 이른바 백금 에디션인 셈이다. 사실 이 모델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포르쉐가 메인 모델로 선보인 중고 신인이다. 당시에는 하이라이트 모델이었지만 코로나19와 반도체 이슈 등으로 출시 시기가 늦어지다 이제야 국내시장에 공식 입성한 것이다.

파나메라를 비롯한 포르쉐의 다양한 모델을 시승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치밀하고 완벽한 완성도 때문에 단점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각 모델의 콘셉트에 딱 맞아떨어지면서 포르쉐 특유의 감성과 브랜드 고유의 색 또한 짙고 강렬하다. 파나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육중하고 커다란 보디에 넉넉한 실내를 품고 뒷공간에 여행 가방을 싣고 여럿이서 먼 여행을 떠나도 흡족할 실용성을 갖췄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포츠카 브랜드 태생다운 기품과 감성도 한껏 뽐낸다. 포르쉐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 특히 중형차 한 대 값 정도는 추가해야 만족스러울 정도로 과도한 옵션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포르쉐 오너치고 기본 모델을 뽑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몇 되지 않지만 주위의 포르쉐 오너들을 봐도 금액 차이가 있을 뿐 옵션 추가는 필수다. 항목을 세세하게 나눠 골라 담을 수 있는 옵션 선택지가 풍부하다는 것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내용과 금액을 보면 분명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나메라 플래티넘 에디션은 상품성이 좋다. 한국인들이 많이 선택하는 옵션만 그러 모아 조합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했다. 거기에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플래티넘 에디션만의 디테일까지 챙겨 내놓은 이른바 ‘한국시장 특별판 파나메라’인 셈이다.

플래티넘 에디션은 파나메라 4와 4 E-하이브리드 위에 소비자 취향 저격 옵션을 기본으로 더하고 각각 1억6170만 원과 1억8140만 원으로 가격을 매겼다. 절대가격은 비싸지만 내용을 살피고 비교해보면 상품성이 꽤 좋은 모델임을 알 수 있다.

파나메라 4 플래티넘 에디션의 기본 옵션을 살펴보자. 일단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포르쉐 특유의 묵직하면서 동시에 안정감 넘치고 안락한 하체가 기본 설정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자동 밝기 조절 사이드미러, 다이내믹 라이트 시스템 플러스가 포함된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파노라믹 루프, 후방 카메라 기반 파크 어시스트도 모두 기본이다.

백금 도색 앞 펜더 뒤의 공기배출구와 엉덩이 위 포르쉐 로고와 모델명은 플래티넘 에디션만의 보너스 옵션이다. 추가 옵션으로 플래티넘 컬러 20인치 파나메라 스타일 휠도 넣을 수 있다.

실내 옵션도 흡족하다. GT 스포츠 스티어링과 파워스티어링 플러스, 레인 체인지 어시스트, 컴포트 엔트리가 포함된 소프트 클로즈 도어, 14방향 전동 조절 메모리 앞 시트, 열선 내장 뒷시트, 보스 사운드 시스템, 블랙 컬러 알루미늄 실내 패키지, 헤드레스트에 각인된 포르쉐 크레스트도 기본이다.

타고 내릴 때마다 보이는 플래티넘 에디션 로고가 새겨진 도어 실 가드와 대시보드 위의 아날로그 시계 또한 기본. 물론 거의 모든 옵션을 개별적으로 추가해 구성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차값은 더 비싸진다.

검정 차체에 백금 도색 포인트로 멋을 낸 파나메라의 실물이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커다란 휠 하우스를 가득 메운 20인치 전용 휠과 고급과 다이내믹 사이의 절충점을 이상적으로 찾아 만든 리어 디퓨저, 두 개의 배기구 등이 평범한 출력의 파나메라를 비범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실내 구성은 기존 파나메라와 같지만 소재와 옵션 덕에 더 호화롭다.

파워트레인은 평범하다. V6 3.0ℓ 엔진과 8단 PDK가 호흡을 맞춰 336마력의 출력과 45.9kg·m의 토크로 네 바퀴를 굴린다. 이중 차음유리와 포르쉐 기함다운 방음 대책 덕에 실내는 과하게 안락하고 정숙하다. 그러면서 적당히 듣기 좋고 기분 좋은 배기음이 자연스럽게 실내로 파고든다.

고성능 모델처럼 요란하거나 과격한 소리가 아니라 파나메라에 제격인 중저음의 적당한 볼륨으로 포르쉐 타는 맛을 선사한다. 가속 성능은 평범하다. 아쉽지 않게 속도를 올리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박력 있게 치고 나가는 포르쉐다운 맛까지는 아니다.

 

인상적인 것은 대단히 부드럽고 편안한 하체 감각이다. 승차감이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만큼 묵직하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면 단수를 내리 물고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을 조이고 무게를 더해 자세를 가다듬지만 기본적으로 안락하다.

특히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등을 타고 넘는 능력이 출중하다. 진입하면서 생기는 첫 충격부터 훌륭하게 걸러내 불쾌하거나 지저분한 느낌이 없고, 타고 넘은 후 흐트러짐이나 불필요한 거동 또한 없다. 군더더기 없이 고급스러운 하체의 표본이라고 해도 좋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넘게 운전하고 달렸음에도 다른 모델들에 비해 피로감이 극히 덜한 것도 인상적이다. 묵직하고 단단한 하체가 주는 안정감에 충격을 잘 거르고 흡수해 대응하며 만든 안락한 승차감, 넉넉한 출력과 명민한 변속 반응, 방음에 신경 쓴 정숙한 실내, 그리고 차고 넘치는 옵션이 주는 크고 작은 편안함 덕이다. 이쯤 되면 기본형 파나메라도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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