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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연의 시승기 -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묵직한 감성에 우아함 더한 디자인..넉넉한 공간에 오디오도 '기대 이상'

supelta 2022. 9. 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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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7980만~8980만원이다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전면부

미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대한 인상은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차의 미덕이라면 실용성이었고, 실제 SUV라면 디자인이나 주행 감성이 투박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군용차 ‘윌리스 지프’에 뿌리를 둔 지프(JEEP) 브랜드는 투박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지프의 새로운 프리미엄 SUV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은 이런 선입견을 깨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지프의 디자인 정체성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내·외관에서 고급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주행감각 역시 온로드 주행이 많은 운전자를 좀 더 배려한 설계가 돋보였다.

 

그랜드 체로키는 지난 30여 년 동안 4세대에 걸쳐 약 7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올 유 그랜드 체로키L은 이전 모델의 휠베이스를 늘려 넉넉한 공간감과 실용성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1년 만에 돌아온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었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전장 5220㎜, 전폭 1975㎜, 전고 1795㎜로 동급 대형 SUV 중 가장 큰 편에 속한다. 휠베이스는 3090㎜로 국내 미니밴인 기아 카니발과 유사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외관 디자인은 플래그십 SUV ‘그랜드 왜고니어’에서 처음 선보인 최신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채용했다. 지프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세븐 슬롯 그릴 디자인은 더 얇고 넓은 형태로 진화했으며, 마치 상어 코끝처럼 앞을 향해 기울어진 전면 라인은 역동성을 강조했다.

측면에서 도어 핸들을 따라 앞뒤로 길게 이어진 캐릭터 라인은 앞뒤 공간을 더 길게 보이게 하는 효과와 시각적으로 더 안정적인 효과를 줬다. 21인치 휠과 사다리꼴 휠 아치는 정통 SUV의 감성을 조화롭게 버무려 세련됐다. 테일램프와 범퍼의 크롬 장식은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덕분에 충분히 큰 차체가 더 커 보였다. 측면 윈도 라인부터 후면 리어 윈도를 감싸는 크롬 라인은 자칫 과격해 보일 수 있는 대형 SUV에 우아함을 더하는 요소라 할 만했다.

외관이 지프의 전통성을 계승했다면, 내부는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운전석에 탑재된 10.25인치 디지털 게이지 클러스터와 중앙의 10.1인치 맵-인-클러스터 디스플레이다. 스마트 기기가 일상이 된 현대인의 감성을 최대한 배려한 부분이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경쟁 모델에 비하면 여전히 크기 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4대 3에 가까운 비율로 실질적인 표시 면적이 광활하게 느껴졌다. 화면 내부의 유저인터페이스(UI) 역시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다듬었다.

실내 곳곳의 마감에도 신경 썼다. 프리미엄 팔레르모 가죽 소재가 돋보였고, 밝은색의 리얼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을 높였다. 딱딱한 플라스틱 질감이 없어 손이나 몸이 닿는 부위가 부드럽고 편안했다. 여기에 실내 전체를 감싸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거함의 화려함을 역설적으로 잔잔하게 표현했다. 두꺼운 도어와 차체 두께로 인해 실내가 예상보다 좁을 수 있다는 생각을 원천적으로 없앤 효과도 줬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3열의 공간 거주성도 충분했다. 성인 남성도 충분히 안락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3열을 접으면 2박 이상의 캠핑을 즐기기 위한 짐도 너끈히 실을 수 있다. 차박을 좋아한다면 꼭 시승을 권하고 싶다.

3.6ℓ V6 가솔린 엔진은 제원상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1㎏·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 탑재됐다. 가속감이 최근 출시되는 SUV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묵직하게 바퀴를 굴리는 힘이 인상적이다. 속도보다 안정성, 그리고 승차감을 우선한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쿼드라-트랙 Ⅱ4X4 시스템’은 낮은 토크 제어로 오프로드의 기동성을 높이고, 다수의 센서가 사전에 토크 분포를 조정해 미끄러운 노면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지프의 설명이다. 거친 오프로드를 체험하진 못했지만, 북악스카이웨어를 오르내리는 동안 느껴지는 거동이 믿음직스러웠다. 산이나 바다, 계곡을 자주 찾는다면 차량이 제공하는 첨단 사륜 시스템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최고 사양인 써밋 리저브 트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운전자 졸음 감지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주행 안전 보조 및 편의 장치가 대부분 포함됐다.

인상적인 사양은 야간 주행 시 동물이나 사람,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 기능이다. 어두컴컴한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로드바이크를 멀리서도 감지할 정도로 똑똑했다. 돌발 상황은 물론,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볼 수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매킨토시’ 오디오가 적용된 점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데시벨 수준을 클래식 오디오 시스템처럼 끌어 올린 감성이 좋았다. 가상의 공간에 뿌리는 기술적인 소리가 아닌 물리적인 스피커의 크기에서 오는 박력은 어느 차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화면 구성도 매력적이다.

국내 소비자를 위한 옵션인 내장 티맵은 다소 아쉬웠다. 지프 컴패니언 앱을 설치해야 데이터 링크를 할 수 있었다. 성격이 급한 국내 소비자라면 앱을 연결하기보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어를 더 자주 찾지 않을까.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7980만~8980만원이다. 묵직한 오프로더를 찾거나 차박, 캠핑 마니아에게 추천한다. 주차장이 협소하거나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해당 모델의 목적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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