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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장 확실한 스포티 준대형 세단 - 캐딜락 CT5 시승기

supelta 2022. 10.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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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대 등장한 이래 18년의 세월 동안 3대에 걸쳐 캐딜락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었던 캐딜락 CTS가 'CT5'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준대형 세단으로 태어났다. 캐딜락 CT5는 동사의 준대형 세단 CTS의 뒤를 잇는 차세대 준대형 세단으로, CT4와 함께 한층 젊은 감각을 지향하는 캐딜락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난 캐딜락의 준대형 세단, CT5를 시승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살펴 본다. 시승한 CT5는 스포츠(Sport) 트림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971만원(개소세 3.5% 기준).

캐딜락 CT5의 외관은 2016년 등장한 세단형의 컨셉트카, 에스칼라(Escala) 컨셉트를 양산화한 형태에 가깝다. 에스칼라 컨셉트는 초대 CTS로부터 시작된 '아트 & 사이언스(Art & Science)' 디자인 언어의 최신 개정판이라고 보면 된다. 캐딜락의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면서도 캐딜락의 전통과 아이덴티티를 이어나가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리고 에스칼라 컨셉트를 통해 전면적으로 리뉴얼된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는 CT6는 물론, XT6, 에스컬레이드 등, 현행의 캐딜락 양산차 대부분의 디자인에도 빠짐 없이 적용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CT5의 경우에는 에스칼라 컨셉트의 스타일이 거의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는 한 편으로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에스칼라 컨셉트 대비 한층 화려한 감각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시승한 스포츠 모델의 경우에는 중앙의 펜타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한층 스포티하게 디자인된 전용 범퍼 디자인 덕에 더욱 강렬한 느낌이다. 이 특유의 전면부 스타일은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헤드램프 및 세로형 주간상시등과 어우러져 인상적인 마스크를 완성한다. 여기에 스포츠 트림 전용의 블랙 하이글로스 마감과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해져 더더욱 대담하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측면 또한 에스칼라 컨셉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히 그동안의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에 없었던 매끈하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루프 라인과 시원하게 빠진 후륜구동 세단의 비례미 같은 부분들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에 과도하게 캐릭터 라인을 남발하지 않고 절제된 라인을 추구하고 있어, 단정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시승한 스포츠 트림의 경우에는 하단에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으로 마감된 사이드 스커트와 전용의 19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되어 더욱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여기에 사이드 미러는 상당히 작은 크기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뒷모습은 캐딜락의 전통인 핀 타입의 테일램프에 수평향의 디테일을 추가하는 한 편, 트렁크리드의 립 타입 리어 스포일러와 범퍼 하단의 매립형 듀얼 머플러 등으로 스포티한 스타일을 멋스럽게 완성한다. 특히 고유의 핀 타입 테일램프는 캐딜락의 개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수평향의 디테일을 더해 트렌드를 따르며, 독특한 스모크 처리로 남다른 감각을 뽐낸다. 

이 뿐만 아니라 CT5는 경쟁사의 준대형(E세그먼트)급 세단들에 비해 시각적으로 낮고, 안정적이며, 몸집이 상당히 컴팩트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크고 고급스러운 정통파 세단이라기 보다는 스포츠 세단에 어울리는 탄탄하고 옹골찬 느낌을 준다. 차량의 길이는, 4,925mm, 폭은 1,885mm, 높이는 1,455mm이며, 휠베이스는 2,947mm다.

CT5의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준대형급의 인테리어라기 다는 중형(D세그먼트)급 스포츠 세단의 분위기가 더 강한 편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기존 캐딜락 세단들의 인테리어에 비해 한층 세련미가 있으며, 가죽 마감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또한 스포츠 트림 전용으로 적용되어 있는 카본파이버 내장재와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도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외형과는 달리 의외로 직경이 큰 편이다. 림에는 알칸타라를 사용하여 독특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평소에 손에 땀이 적고 건조한 편이라면 종종 손이 스티어링 휠에서 미끄러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기어레버는 CT6 신형 모델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완전 전자식 레버를 사용한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며, 기어레버 뒤편의 다이얼 및 버튼을 이용해 화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센터페시아 아래에는 무선충전 패드가 내장되어 있다. 또한 센터콘솔 내에는 여타의 캐딜락 모델들과 같이 휴대전화를 꽂아둘 수 있는 트레이가 마련되어 있으며, 충전 케이블이 덮개 등에 짓눌리지 않도록 별도의 통로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전석은 겉보기와는 달리, 꽤나 탄탄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신체를 탄탄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시트 포지션 자체도 제법 낮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고급 세단보다는 꽤나 순도 높은 스포츠 세단의 것에 훨씬 가깝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이 차가 과거부터 스포티한 성향을 강조해 왔던 CTS의 후예임을 직감하게 된다. 운전석은 12-way 전동조절 기능 및 메모리 기능을 지원하며,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 또한 탄탄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내부 공간 및 거주성은 여타의 E세그먼트급 준대형 세단에 비해 약간 타이트하는 느낌을 받는다. 동급의 세단들에 비해서는 다소 작은 공간을 가졌었다고 평가되는 이전의 CTS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워진 느낌이고, 2명의 성인을 수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훨씬 더 커진 경쟁자들에 비해서는 아쉬울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337리터로 굉장히 작은 편이다. 동급의 세단들이 아무리 작더라도 400리터 이상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작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내부 공간은 나름대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는 점은 좋지만 활용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CT5는 캐딜락의 최신형 2.0리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과 자동 10단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으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고 있다. 2.0리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240마력/5,0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현재 D세그먼트 세단 모델인 CT4의 것과 동일한 사양이다.

CT5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훌륭한 정숙성이다. 시동을 걸고 냉간 예열이 끝나면 차내가 상당히 조용해지며, 3,000rpm 내외까지는 렉서스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숙한 환경을 제공한다. 심지어 고속으로 주행하고 있는 동안에도 실내는 정숙을 올곧게 유지한다. 이 부분은 확실히 고급세단 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 깊은 모습이었다.

반면, 승차감의 경우에는 상당히 단단한 느낌이다. 이전에 시승했었던 CT4와 거의 동등하다고 느껴질만큼 단단한 질감이다. 시승차는 캐딜락이 자랑하는 MRC(Magnetic Ride Control) 서스펜션이 적용된 모델인데, 이 MRC가 적용된 차량들은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스포티한 성향이 매우 강조된 승차감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단단한 승차감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요철에도 하체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워낙 크게 강조되어 있는 까닭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작디 작은 사이드미러 때문에 후측방 시야가 꽤나 제한된다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심지어 운전석측 사이드 미러는 광각 거울조차 없어서 더 불편하다.

가속력은 준수하다. 240마력의 엔진은 기존의 CTS가 사용했던 276마력 사양보다 30마력 이상 낮아졌고, 최대토크 또한 5.0kg.m이나 빠져버렸다. 이 정도의 성능 하향은 충분히 체감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CT5의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꽤나 실망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가속력 테스트를 해보니 의외의 인상을 주었다. 체감 상으로는 276마력 사양이었던 시절의 CTS와 비해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엔진의 응답성 향상과 더불어 변속기의 효율이 CTS 대비 개선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고속주행에서의 직진 안정성도 훌륭하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 상당히 묵직해서 더욱 든든한 느낌이다. 

코너링에서는 확실히 스포츠 세단에 가까운 감각이 돋보인다. 묵직하고도 직관적인 조작감을 가진 스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단단한 차체강성과 정교한 MRC의 제어력 덕분에 여느 스포츠 세단 부럽지 않은 날렵한 몸놀림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저속 코너에서는 CT4를 연상케 할 정도로 체급에 비해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부분에서는 CT5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연비의 경우에는 예상 외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CT5의 공인연비는 도심 8.7km/l, 고속도로 12.7km/l, 복합  10.2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는 도심의 경우에 최저 7.0km/l대에서 교통상황이 좋으면 공인연비에 근접한 연비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인 12.7km/l를 상회하는 15.7km/l를 기록했다. 10단에 이르는 다단화 변속기가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CT5는 여러모로 독특한 경험을 안겨 준 준대형 세단으로 기억에 남는다. 에스칼라 컨셉트의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한 스타일리시한 외관과 더불어, 외관에 걸맞은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고급 세단으로서 충실한 구성을 취하고 있으면서 효율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고급 세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격도 여타의 수입 고급 세단은 물론, 국산차인 제네시스 G80보다도 낮은 가격에 획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반면 CT5는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한 차다. 그 때문에 이 차를 좋아할 사람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확실하게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험해 볼 가치는 충분한 차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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